정작 벌통은 줄었다. 월동 피해와 봄철 봉군 증식 부진으로 채밀군이 평년보다 28% 적었다. 그런데도 총량이 뛴 것은 벌통 하나가 낸 꿀이 평년의 두 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조합으로 들어온 꿀도 불어났다. 6월까지 수매한 아까시꿀이 2014톤, 6993드럼. 지난해 아까시꿀 수매량 984톤의 두 배를 이미 넘었다. 2017년에 아까시·야생화·밤꿀을 모두 합쳐 사들인 양과 맞먹는 물량을 올해는 아까시 한 품목에서 채웠다. 물량은 늘었지만 원칙은 그대로다. 양봉농협은 조합원이 생산한 벌꿀을 전량 수매한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조합에 필요한 만큼만 사면 경영은 훨씬 편하다”며 “그러나 남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량 수매는 조합원 판로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벌꿀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
전량 수매는 말처럼 쉽지 않다. 생산이 늘면 창고가 차고, 판매가 따라오지 못하면 사들인 값보다 낮춰 팔아야 한다. 김 조합장은 그 손실을 연간 10억~15억원으로 추산했다.
김 조합장은 “수매한 꿀이 남으면 할인해서 팔아야 하니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셈”이라며 “그래도 내년에 또 사줘야 한다. 수매는 한 해 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전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는 직거래로 팔고 남은 물량을 조합에 넘긴다. 충북에서 150군을 기르는 조합원 김모씨는 “올해 아까시꿀만 20드럼 넘게 조합에 넘겼다”며 “농가 입장에서는 많이 생산하는 것만큼 어디에 팔지가 중요하다. 조합이 생산한 꿀을 전량 받아주니까 판로 걱정을 덜 수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손익에 따라 매입량을 조절한다. 조합은 그러지 않는다. 조합의 수매가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안전판인 이유다.
# 꿀은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다
전량 수매를 이어가려면 받아 둔 꿀을 둘 곳이 있어야 한다. 드럼이 쌓인 그 창고는 지하가 아니다. 천장에 천을 씌운 구조물이다. 조합이 오래 두려는 벌꿀은 그곳이 아니라 지하로 내려간다.
김 조합장은 “벌꿀은 공장에서 계획한 대로 생산되는 물건이 아니다”며 “하늘을 쳐다봐야 하는 산업인 만큼 풍작 때 비축했다가 흉작 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은 이미 한 차례 대가를 치렀다. 3~4년을 공들여 따낸 벌꿀 군납이 2018년 흉작으로 끊겼다. 물량을 대지 못하자 연 800~1000드럼짜리 판로가 그대로 사라졌다. 한 해 작황이 판로를 지웠다.
지하 저장시설은 3000드럼 규모다. 조합이 보관 중인 물량은 1만 드럼을 넘는다. 나머지는 가설창고 몫이다.
벌꿀을 오래 두려면 섭씨 10~15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조합이 경제사업부 인근에 3000평 부지를 사 두고 2만 드럼 규모의 지하 저장고를 구상하는 이유다.
비축은 창고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을 지키는 문제다. 풍작에 쌓아 둔 물량을 흉작기에 내놓지 못하면 그 자리를 외국산이 채운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한·베트남 FTA에 따라 천연벌꿀 관세는 2029년 사라진다. 베트남산 벌꿀은 지난해 1년치가 올해 6월 말에 이미 들어왔다.
# 벌통에서 식탁까지
한국양봉농협은 1961년 양봉농가들이 출자해 세운 품목농협이다. 강원·전북·경남·제주의 지역 양봉농협을 흡수 통합해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하는 유일한 양봉 전문농협이 됐다. 조합원은 2026년 6월 말 기준 2991명. 벌 100군 이상을 길러야 가입할 수 있어 사실상 전업농 조직이다.
경제사업부는 안성 한 곳뿐이다. 흩어진 조합원에게는 멀었다. 2013년 취임해 4선째를 지내는 김 조합장이 구매사업소를 늘린 이유다. 지금은 본점과 지점 여덟 곳 외에 사업소 일곱 곳과 구매사업단을 운영한다.
2010년 무렵 낭충봉아부패병과 바이러스가 돌면서 토종벌이 2년 사이 거의 사라졌다. 농가의 경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때 드러났다. 조합은 수의사를 채용하고 꿀벌 전문 동물병원을 열었다.
올해 상반기 유전자검사는 1056건, 2020년 이후 누계는 6944건이다. 조합 동물병원과 협력 동물병원에서 지원을 받은 농가는 524곳이다.
조합은 치료보다 예방에 무게를 둔다. 한 계열의 약제에 오래 기댄 탓에 응애 내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조합장은 “기후와 사육환경이 변하는데 과거의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약으로 병을 고치는 데서 벗어나 꿀벌이 질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육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품질이 곧 판로다
꿀은 부자 간에도 속인다는 말이 있다. 가짜와 진짜 논쟁이 오래된 품목이라 신뢰가 깔리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김 조합장 취임 당시 조합의 숙제는 쌓인 재고였다. 판매가 더딘 소규모 매장을 정리해 대형 매장 중심으로 유통망을 바꿨다. 동시에 식품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액상과당이나 사양벌꿀 대신 국산 천연벌꿀을 원료로 써 달라는 제안이었다. 값은 4~5배 차이가 났다.
김 조합장은 “처음에는 직원들이 한 번 거절당하면 다시 찾아가기를 어려워했지만 계속 방문하도록 했다”며 “‘좋은 브랜드라면 좋은 원료를 써야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금 조합의 천연벌꿀을 쓰는 식품업체는 약 50곳이다.
품질은 결국 검사로 증명된다. 중앙연구소 실험대에는 유리병에 담긴 꿀 시료가 줄지어 놓였다. 유리 덮개를 씌운 정밀저울, 파란 뚜껑의 시험관 랙, 초음파 세척기가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탄소동위원소비와 동물용의약품, 식품공전 항목을 검사하며 연간 1만건 이상의 수매검사가 여기서 이뤄진다. 검사를 통과한 꿀은 유리창 너머 가공실로 넘어간다.
품질은 값에도 반영된다. 조합은 정부의 벌꿀 등급제에 따라 1+·1·2등급별로 수매가를 달리해 고품질 생산을 유도한다. 지난해 아까시꿀 1+등급 수매가는 ㎏당 1만2500원이었다.
김 조합장은 “수입 벌꿀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국내산과 분명히 차별화할 수는 있다”며 “농가가 등급제에 참여하고 품질을 높인다면 한우가 수입 소고기 속에서도 시장을 지켰듯 국산 벌꿀도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풍작이지만 기반은 얇아지고 있다. 1970~80년대 32만㏊이던 아까시나무 면적은 2020년 3만6000㏊로 줄었다. 전국 양봉농가도 5년 만에 30% 감소했다 질병에서 생산 기반을 지키고, 품질을 증명하고, 농가가 팔지 못한 물량까지 사들여 판로를 여는 일. 창고에 쌓인 드럼은 올해 조합이 감당한 몫이다. 경제사업부 옆 3000평, 지하 저장고가 들어설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맞습니다. 저는 저 [꿀벌상점] 개인적으로도, [한국청년양봉회] 단체적으로도 <한국양봉농협>의 [구매사업단/경제사업부/본점]을 그동안 많이 다녀오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실질적인 이벤트에도 참가참여하면서, 특히 청년양봉인 동료들과 함께 물심양면 많은 지원사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지원사격의 뿌리는 바로 [꿀사동 가족이면서 양봉농협 조합원]이신 양봉선배님들의 깊은 관심과 따뜻한 애정이지요! 김용래 조합장님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서의 농협직원들이 한국양봉산업에 대해 각자의 역량과 마음의 크기 안에서 양봉인들을 응원하고 양봉산업계 현황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점점 체감하고 있구요~ 물론 보는 각도에 따라서 호불호/잘잘못/만족과불만족 등이 발생하지만 이것은 꼭 한국양봉 안으로만 국한되지 않는 사안 아닙니까... 지역적으로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자연의 섭리라고 해야 우리의 정신건강이 보호받을텐데요.^^;; 함께 합심해서 위기를 기회로,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기를 기대하고 고대하고 미리 감사하겠습니다!!
첫댓글 올해 양봉농협 조합원 벌꿀 전량 수매할 수 있도록 기획안은 국내산 천연벌꿀 시장가격 조절에 도움되겠습니다
여러가지 내부 문제점들은 개선 되어야 하겠지만 4선 연임 할 수 있는것은 조합 대의원들에게 신임이 두터웠다고 생각합니다
도마님의 말씀에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김용래조합장님을 비롯한 모든 양봉선배님들의 고군분투 발걸음이 저희 청년양봉인들에게는 자산이고 원석입니다. 이 부면으로 이 글을 기회로 삼아 감사드립니다. 도마님의 밀원식물 국토화 운동 또한 귀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처럼 벌꿀 시장이 엉망인 상황에서도 나름 선방을 하고 있는 것은 양봉농협이라는 조직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근 3년 정도 <한국양봉농협>의 역할에 대해 직접 목격하고 간접 청취하며 [소류지]님의 말씀이 맞다고 글을 더 적겠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저 [꿀벌상점] 개인적으로도, [한국청년양봉회] 단체적으로도 <한국양봉농협>의 [구매사업단/경제사업부/본점]을 그동안 많이 다녀오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실질적인 이벤트에도 참가참여하면서, 특히 청년양봉인 동료들과 함께 물심양면 많은 지원사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지원사격의 뿌리는 바로 [꿀사동 가족이면서 양봉농협 조합원]이신 양봉선배님들의 깊은 관심과 따뜻한 애정이지요! 김용래 조합장님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서의 농협직원들이 한국양봉산업에 대해 각자의 역량과 마음의 크기 안에서 양봉인들을 응원하고 양봉산업계 현황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점점 체감하고 있구요~ 물론 보는 각도에 따라서 호불호/잘잘못/만족과불만족 등이 발생하지만 이것은 꼭 한국양봉 안으로만 국한되지 않는 사안 아닙니까... 지역적으로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자연의 섭리라고 해야 우리의 정신건강이 보호받을텐데요.^^;; 함께 합심해서 위기를 기회로,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기를 기대하고 고대하고 미리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