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능의 제품이 가격대도 좋다고 한다면 금상첨화이다. 소비자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오디오에 있어서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이 하나 감지된다. 소수의 고가품, 그리고 대중적이면서도 기술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보편적 제품으로 차별화가 이루어지는, 즉 두 가지 큰 방향으로 흐름이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차후 오디오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1천만원대 이하로 전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는 제품과 적어도 5천만원 정도는 있어야 갖출 수 있는 마니아급 시스템으로 흐름이 변화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첫 번째 시스템의 1천만원이란 액수도 과다할 수 있다. 중국제로 마련한다면 그보다 훨씬 더 줄어들 수 있으니까. 또한 1백만원대의 인티앰프, 몇십만원대의 소형 스피커, 그 정도면 디지털 소스로 음악의 대부분을 별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으며, 그 성능이라는 것도 뭐가 부족하며 여기서 뭐가 더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드는 제품도 사실 많은 것이다. 물론 소유의 만족도라는 점, 차별화라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그렇게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근래 대형 메이커에서 내놓는 보급형 기종이 보여 주는 성능의 우수성을 절감하면서 다시 한 번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시청기도 그런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는 우수한 제품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다인오디오 40년 기술력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대중기로 표현하고 싶다. 더구나 이런 표현은 제작사가 스스로 내리고 있는 정의이다. 그래도 네임 밸류가 있어서 결코 헐값은 아니다.
현재 다인오디오의 고급 시리즈는 에비던스, 컨시퀀스, 컨피던스, 컨투어 등이 있고 그 밖에도 여러 종류의 시리즈가 번잡하게 라인업되어 있기는 한데, 그런데도 최근 들어 이처럼 공식적으로 상급기의 노하우를 살린 대중기라는 것을 과시한 기종은 본 시리즈가 대표적일 것이다.
도가니탕을 파는 식당을 보면 특, 보통으로 메뉴가 나뉜 곳이 많다. 그 차이는? 고기 몇 점이 더 들어가고 아니고의 차이일 뿐이다. 보통 식사라면 보통으로 족하지만 평소 먹는 양이 많거나 손님 대접을 할 때면 특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 특을 주문할 때의 기분풀이도 다분히 있을 것이다. 시청기는 분명히 보통이다. 그러나 고기 몇 점의 차이일 뿐 다인오디오의 전통에서 조금도 일탈하지 않는 훌륭한 콤팩트 제품이라는 것을 들어 보고 나서 새삼 느낄 수 있다.
이 이보크 시리즈는 모두 5종의 모델이 있다. 이보크 10, 20, 30, 50, 25C이다. 크기별로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하이엔드급인 컨투어 시리즈와 최고 수준인 컨피던스 시리즈에서 얻은 기술력을 응용했다는 것이 공통점.
Cerotar라는 새로운 트위터를 이 시리즈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는 다인오디오의 40주년 기념 모델인 스페셜 40과 컨피던스 시리즈에 사용된 명품 트위터인 에소타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의 트위터다. 이 트위터는 28mm 소프트 돔 다이어프램 밑에 새로운 Hexis라는 내부 돔이 있는데, 이런 설계가 트위터의 주파수 응답을 더욱 부드럽게 하고 공진을 최소화한다는 설명. 또한 동사의 완전히 새로운 컨피던스 시리즈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우퍼 역시 신설계이다. 다인오디오의 특허인 MSP(Magnesium Silicate Polymer) 다이어프램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다이어프램을 0.4mm로 얇게 원 피스로 만들었다. 그리고 강력한 탄산 스트론튬 페라이트+ 세라믹 자석 시스템과 특별히 최적화된 가벼운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도 특장점으로 소개된다. 네트워크도 당연히 새롭게 개선되었다. 인클로저 마감은 4가지가 있는데, 피아노 마감은 새로운 도장 기법으로 거의 유리처럼 마무리되어 있으며,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목재 마감 버전도 있다. 이 스피커는 임피던스 6Ω, 감도는 84dB이며, 주파수 응답 47Hz-23kHz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시청기를 매칭한 앰프는 세르비아의 신생 업체 어리스 오디오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포르티노 KT88이다. 이 앰프 출력은 70W. 이 스피커의 전체적인 소리의 경향을 확실히 알겠다. 다인오디오의 공통된 사운드는 섬세하며 우아한, 그래서 다소 여성적인 성향이다. 이 시청기에서도 그것이 두드러진다. 날씬하고 귀족적인 여성 취향인 것이다.
이 매칭에서는 보통의 매칭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상쾌함과 맑음, 나긋함과 미려함이 모든 곡을 지배한다. 소형 스피커가 중·대형 기기로 달라지는 펀치력도 물론이다. 상쾌하고 가뿐하게 시작되는 비발디 사계 중 봄의 아름다운 반응을 시작으로 스피디한 활기가 사운드를 지배하면서도 세부 음이 선명하기 짝이 없다. 물론 선명하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이 스피커는 그 사이에 미려한 윤기가 담뿍 채워져 있다. 유리알이 부딪히는 듯한 피아노 독주와 웅장하게 서주를 여는 조지 윈스턴의 ‘September’에서 이 스피커의 음장감이 폭넓게 다가오기도 한다.
5극관 앰프의 약점을 깨끗하게 극복한 앰프의 우수성을 이 스피커의 반응에서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해상력도 두드러지고 보컬의 윤기, 배경의 정숙성,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이 스피커에서 펼쳐진다. 다인오디오 쾌거의 시리즈가 될 듯하다.
글 | 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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