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전국동시 시국미사 성명서
현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우리의 다짐
“폭력과 거만함으로 재물이 고갈되듯 오만한 자의 집안도 그렇게 망하리라.”
집회서 21,4
지난 11월 14일 식량주권과 대통령의 공약인 쌀값 21만원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정당한 외침에 대한 국가의 응답은 경찰의 매우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물대포의 가격(加擊) 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며 살아온 신앙인이자 땅과 생명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땀을 흘리며 평생 밭을 일구어 온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농민이 10미터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경찰이 정조준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40여일 넘게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경찰의 폭력적인 광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쓰러진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를 구조하는 사람에게도, 구급차에도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이는 전시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인 폭거이며 범죄라고 하겠습니다. 이 나라에 사는 국민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으며, 국가는 이런 국민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며 들어주고 보호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독재시절에서나 있을법한 공권력의 남용으로 오히려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폭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국민을 상대로 가한 국가의 잔인한 폭력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국가로부터 지난 3년 동안 끊임없이 폭행과 뭇매를 맞으며 질식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독재시절 국민의 정당한 외침을 폭력에 의존하며 폭정을 일삼은 독재자들의 비참한 최후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이번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에게 가한 경찰의 폭력 역시 과거 독재 권력이 저지른 만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행의 결과는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현정부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거리에 나가서 외친 말은 우리들 삶의 문제입니다. 교과서 국정화, 쉬운 해고, 삐뚤어진 언론, 농촌 등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꾸짖는 국민의 외침입니다. 커피 한 잔에 삼천 원, 밥 한 그릇은 20년째 천 원입니다. 쌀값은 개 사료 값보다 못한 실정입니다. 장년이든 청년이든 이 땅에 모든 노동자들은 쉽사리 해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농민과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지난 11월 14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우리 모두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공약을 제대로 지키라는 정당한 외침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차벽을 쌓고 물대포를 앞세워 독재정부가 하듯 국민을 폭도, 테러리스트라고 몰아세우고 소통을 거부하고 탄압하였습니다.
우리는 법원의 집회 허가 결정에 따라 12월 5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회, 19일 소요문화제를 통해 차벽과 물대포 없는 평화로운 집회, 시위가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독재시절 민중항쟁에 덧씌우던 소요죄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협박하고 무차별 소환장 발부로 탄압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소요죄 적용이나 공안탄압으로 정부의 명백한 국가폭력을 가릴 수 없습니다. 염치없는 행위일 뿐입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루카12,2) 등불은 가려도 빛을 내고(루카11,33), 우리가 외치지 않으면 돌들이 외칠 것입니다(루카19,40).”라는 성경 말씀으로 용기를 얻습니다. 교회는 오늘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미사를 봉헌합니다. 어린 예수가 무서워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린(마태 2,16) 이 사건을 교회는 세상 끝 날까지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이 아이들은 이 시대의 농민, 노동자,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헤로데가 두려워 한 사람이 어린 아기 예수라면, 지금 박근혜 정권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우리 민중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버린다면 언젠가 우리도 버려질 것입니다. 이 사건을 농촌과 농민의 문제, 노동자의 문제, 가난한 사람들만의 문제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이미 오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을 반복할지 모릅니다. 하느님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있어 세상에서 나와 관계없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그곳에 그분이 계신다는 것을 예수님은 탄생을 통해 알려주셨습니다. 11월 14일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침상이 바로 이 시대의 구유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우리와 함께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써 해방을 외치고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십니다.
권력자들은 국민들이 말없이 잠자코 있다고 해서 국가폭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국가폭력에 대한 회개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합니다. 부활과 성탄은 마지막 날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울부짖고 깨어난 민중에게 언제나 일어납니다. 우리는 늘 기억하고, 매일 기도하며, 계속해서 외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 불통, 무책임을 따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날까지 계속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의한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일을 오늘 시작합니다.
2015년 12월 28일
현 정부의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전국의 모든 신앙인들
최덕기 바오로 주교님 주례 수원교구 정자동 성당 시국 미사에서 발표된 글.
첫댓글 쌀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를 해야만 하는 농민들의 외침에 대해서 현정권은 귀를 기울리지 않고
시위 현장을 폭거의 집단으로 보고 경찰버스로 차벽을 쌓아 외부와 단절 시키는 일을 함으로써 농민들을 자극하고 차벽을 뚫고 나가려는
농민들과의 과정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가 발싸되고 흥분한 농민들을 더욱 자극하여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항하는 일이 버러졌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임마누엘) 형제가 치명상을 입게되었고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적 진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현 정부의 문제점은 국민들과 소통하려 하질 않고 일방통행을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귀기울이고 해결해 주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입니다.
그 임무를 잘 수행해 달라고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막강한 권력을 국민들을 상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고 정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얼마 않남은 현 정권은 국민들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펴주고 보살펴 주는 행정에 많은 정성을 쏳다 주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를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치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