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이 계속 늘어가는 건?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고 하죠. 캥거루족은 어미가 새끼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캥거루를 본 뜬 말인데요. 성인이 되어 자립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부모와 함께 사는 이들을 말합니다.
서울시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00, 2010년) 와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캥거루족’의 증가 추세는 뚜렷하게 나타난 걸 볼 수 있는데요 그러면 캥거루족은 왜 증가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캥거루족의 증가가 우리나라만의 모습일까요?
서울의 30~40대 성인 남녀 중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2010년 48만 4663명으로, 지난 2000년보다 23만 명 이상 늘었습니다.
▲부모와 사는 35~44세 서울시민 변화(출처: 통계로 본 서울의 가족구조, 2012)
그럼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60세 이상의 서울시민에 자녀와 함께 사는 이유를 물은 결과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이들 중 "자녀의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서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29.0%나 되는 점인데요, 이들이 바로 "캥거루족"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자녀 양육이나 가사에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 10.5%를 더하면, 성인 자녀가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32.3%) 보다 높습니다.
▲60대 이상 서울시민이 자녀와 사는 이유(출처: 통계로 본 서울의 가족구조, 2012)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것은 6월 17일자 중앙선데이에서는 '만혼이 늘고 취직과 내집 마련 등 과거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왔던 독립 모멘텀을 잡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기사 링크)
그럼 캥거루족이 늘어나는게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도 캥거루족은 증가 추세인데요, 가까운 일본부터 살펴볼까요?
일본도 35세~44세의 미혼이며,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이 1990년 112만 명에서 2010년 295만 명으로 급증했는데요 이건 19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관련이 있습니다. ‘캥거루족’이라는 말도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져 우리나라로 들어온 말입니다. 일본의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이에 대해 “사회가 부유하고, 부모가 현역 세대였을 때의 ‘우아한 기생 독신’이 부모의 고령화와 고용형태의 변화로 빈곤 위험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일본과 달리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 사회에서도 캥거루족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20대 후반이 되도록 취업을 못하고 부모에게 의탁해 살아가는 젊은 층을 트윅스터(Twixter)라고 하고, 영국은 부모의 퇴직금을 축내다는 의미로 키퍼스(Kippers), 독일에서는 집에 눌러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네스트호커(Nesthocker),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온다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하는데요. 말은 다르지만 모두 캥거루족과 같은 의미입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닌데요, 미 인구통계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5~34세 남성 가운데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2005년의 14%에 비해 5% 포인트가 높아진 19%입니다. 이 기간 중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역시 경제적 영향이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영국도 캥거루족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지난 13일자 ‘가디언’은 조셉로운트리재단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100만 명 이상의 영국 청년이 향후 8년 간 자기 집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자기 집을 가진 영국 청년은 현재 240만 명에서 오는 2020년에는 130만 명으로 줄어든 대신, 부모의 집에 남는 청년은 3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 밖의 나라에서도 캥거루족은 늘어날 전망인데요, 대부분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일 것 같습니다. 캥거루족으로 분류되는 세대가 인생의 청춘을 만끽해야 할 20대나 미래를 준비하거나 경제활동의 주축 또는 결혼 후 안정적 가정을 꾸릴 30~40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캥거루족 문제는 우리의 미래와도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새끼 캥거루는 1~2년을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다 부모의 품을 떠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의 캥거루족들이 부모로 부터 독립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