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온/오프라인의 금강경 결제에 동참하시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노고에 웃슴거리 하나 마련해드리려고 뒷풀이 신파극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몇년전에 유불동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전장군님과 김통님간에 주막강아지와 골목강아지 논쟁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다시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서 올립니다. 그냥 부담없이 즐기고 잊어주세요.
-------------------------------------------------------------------------
[신파극] 新주막강아지와 골목강아지 (Version 2.0: 하림주가 버전)
<제1막>
변사: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imasmim* sati, idam* hoti).
이것이 일어나니 저것이 일어난다(imass’uppaadaa, idam uppajjati).
만물이 고요히 잠든 殺相洞 下林酒街(하렘가가 절대아님) 뒷골목에 주막강아지가 표표히 나타나서 핏대를 올려 짖어댄다.
그 소리를 듣고 잠자던 골목강아지들이 하나둘 눈비비고 일어나 덩달아 짖어대기 시작한다.
적막하던 학림주가 뒷골목이 강아지 소리로 가득하구나.
<제2막>
변사: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imasmim* asati, idam* na hoti).
이것이 사라지니 저것이 사라진다(imassa nirodhaa, idam* nirujjhati).
시끌벅적한 하림주가를 뒤로하고 주막강아지 홀연히 사라진다. 짖어대던 골목강아지들 하나 둘 다시 잠들기 시작한다. 소란하던 살상동엔 어느덧 다시 적막이 돈다.
(날이 밝았다. 일군의 무리들이 무대 한가운데를 빙둘러싸서 무언가를 보고 측은해하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무대 가운데 큰 어미개가 클로즈업된다. 그 개는 방금 새끼 열두 마리를 출산하고 지친 표정으로 금세라도 숨이 넘어갈듯 헐떡거리며 입에 거품을 물고 누워있고 눈도 못 뜬 새끼들은 어미 젖꼭지에 머리를 처박고 젖을 빨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그럼 (남방+북방)잡쫑 똥깨는 뒷풀이 마치고 그만 물러갑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더 크게 짖어보겠나이다.**
피이에스:
저는 어릴 때부터 너무 자주 제 부친으로부터 <할로축기>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여쭈어보지도 못했고 그냥 나처럼 멍청한 사람을 할로축기라고 하나보다하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불교를 만나서 어느 노스님으로부터 이 말이 한로추괴(한로라는 개는 흙덩이를 쫓아간다)라는 말의 갱상도식 발음이었음을 알고 참 반가웠습니다. 개에 흙덩이를 던지면 흙덩이를 쫓아가지만 사자는 흙을 던진 사람을 문다는 말이라고 했습니다.(부디 지나간 버스 손들지 마세요!) <直折根源은 佛所印이요, 摘葉尋枝는 我不能이라 -- 근원을 바로 자름은 부처님이 인치신 바요 이파리 모으고 가지 찾음은 내 능하지 못하도다>라는 증도가를 설명해주시면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이 고사성어가 중국에서 생긴 것인 줄 알았는데 그 뒤 빠알리어 청정도론에 이 설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오래전부터 우리 불교에 있어왔던 것임을 알고 어릴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 말의 뿌리를 알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고 이 말씀으로 저를 욕해주신 부친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