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JMC 히로시마 출장
김태웅 부장이 앞서서 서둘러갔다. 강윤재 팀장이 바로 뒤따랐다. 이재선 부사장님의 호출에 따른 발걸음이었다. 김 부장이 문 앞에서 똑똑 두드렸다.
“어. 들어와.”
“부르셨습니까. 부사장님?”
“어서들 와. 앉지.”
이 부사장님이 공문 철을 김 부장 앞에 내 놓았다. 153 Bingo 프로젝트.
“김 부장. 강 팀장. 153 Bingo 프로젝트. 1차는 성공리에 잘 마쳤지. 북에서 주민들 반응이 폭발적인모양이야. 2차분 153대를 다시 요청하는 협조공문이왔어. 올 연말까지.
“아! 부사장님. 좋은 반응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민간부문 교류 차원의 일이 정부 주요 선까지 보고되고. 초미 관심 속에 대북 물꼬가 서서히 열리는 분위기라서요.”
이 부사장이 김 부장과 강 팀장을 부른 것은 153 Bingo 프로젝트 후속편을 염두에 둔 거였다. 올 연말까지 153대를 북에 무료 원조로 보내고 다음이.
다음부터는 유료화 사업과 홍보 독점으로 기룡자동차의 실질적 위상을 올리는 게 목표였다.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로 금융지원 혜택도 우선대상으로.
2차 분량 153대는 광주공장에서 만들어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부사장 지시 하에. 관건은 2차 인도분을 북에 보내며.
북한 내 Bingo 승합차의 사용 사례를 취재 인터뷰 하는 걸 승인받는 일이 필요했다. 세계 수출의 홍보 교두보로 삼을 기록과 영상은 큰 자산일 터.
시흥공장이 메인공장이라서 공장장은 부사장 직급. 광주공장과 평택공장의 공장장은 전무직급으로. 당연히 공장총괄은 시흥공장 부사장이 맡았다.
“그래서 말인데. 2차분 북에 보내기 전, 북측 민간 단장측과 만나면 꼭 이런 점 염두에 두고 진행시켜. 계획은 철저히. 보안도 철통같이. 기업은 전쟁터야.”
그때였다. 부사장님 앞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릉~”
“네. 기룡자동차 이재선 부사장입니다.”
상대 전화기에서 일본말로 항의성 톤이 흘러나왔다. 거센 목소리가 들렸다.
“JMC 도나까와 쓰지마 전무 아닙니까? 뭐라고요? 기룡에서 일본에 수출한 우측 RH 핸들 프리덤 해치백에 대형 클레임라구요. 다음 선적분 취소한다고요? 페인트 불량으로 출하 못시킨다니????”
옆에서 듣고 있던 윤재가 볼펜으로 종이에 뭔가를 써서 부사장님 앞에 내 밀었다. 아무래도 실무선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전화 저 좀 바꿔 주세요. 제가 그 차량 검사관리 담당자니까요.’
부사장님이 한 참 이야기하다, 도나까와 쓰지마 전무에게 담당자 바꿔준다며 윤재와 바톤 체인지 했다. 윤재가 잊지 않으려고 도나까와 쓰지마 이름을 중얼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하이. 도나까와 쓰지마 상입니까? 전 차량검사 팀장 강윤재입니다. 말씀하시지요. 심려가 많았겠습니다. 그런 문제면 당연히 저희가 빨리 해결해야지요.
아, AMC가 설계하고, KMC가 생산해서, JMC가 판매하기로 한 3자 합작 프로젝트. 그 첫 작품인 우측 RH 핸들 프리덤 해치백에 페인트 불량이 심각하다고요?
특히 루프쪽에요. 아 본닛에도 그렇고요. 주로 땅과 하늘과 평평한 부분이 그렇다는 거죠. 큰 동전 크기만 하고, 동그랗게 파먹은 듯 보인다고요.
버짐처럼 동그랗게 색이 변했다고요? 1차 선적 분 300대중 30대가 불량이라니. 10% 불량이면 큰 문제 맞습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곧 확인해서 수습대책 만들고, 제가 수정 전문가 두 명과 함께 JMC에 출장가 해결하겠습니다. 관련 문서는 팩스로 보내주십시오. 서두르겠습니다.
날짜와 방안은 그 쪽 담당자와 조율하겠습니다. 저희 3명 일할 숙소는 마련해 주시지요. 3일 정도면 수정 작업도 다 끝날 겁니다.
도나까와 쓰지마 상. 진정하십시오. 제가 가서 해결하니 걱정 마십시오. 곧 뵙겠습니다.“
윤재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부사장님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강 팀장. 자네는 그 문제점 어떻게 알고 해결하려는 건가?”
“일단 출하 쪽 현장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부사장님.”
윤재가 현장에 들러 정오현 직장과 함께 업무차를 타고, 출하 쪽 차량 야적장으로 향했다. 일본에 수출한 우측 RH 핸들 프리덤 해치백이 대기했던 장소.
철망 펜스 옆에 가로수 나무들이 무성했다. 프리덤 해치백 차량이 다 빠진 자리에는 1톤 용달 트럭이 야적되어 있었다. 정 직장이 소리쳤다.
“강 팀장님. 이거 루프 위에 새똥 자국이 있네요. 여기 펜스 쪽 나무 잎에도
많이 떨어져 있고요. 참새 떼가 살던 곳인지. 똥이 쌓여있어요.“
윤재가 새똥을 들여다보며 냄새도 맡았다. 헝겊으로 문질러 보았다. 그냥 지워졌다. 어제 생산된 차량이라 별 문제가 없었다. 오래된 차라면 문제가 될까?
일본에 수출한 우측 RH 핸들 프리덤 해치백은 이 자리서 오랜기간 머물다 보니, 화학반응이 난건가?
다시한번 복귀해보자면, 새똥이 루프판넬에 떨어진다. 강한 햇빛을 받는다.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새똥 부위가 윤색된다? 윤색된 얼룩 부위 수정작업은?
윤색된 부위에 고운 튜브 연마제를 바른다. 고운 헝겊으로 문지른다. 그 위에 코팅제를 다시 바른다. 다시 헝겊으로 문지른다. 원래대로 복원될까?
수사관처럼 추리만 할 게 아니고 완성차 검사 불량 수정하는 조립부 수정작업자를 시켜 확인해보자. 일본에 함께 가서 수정할 베테랑 작업자는?
윤재가 정오현 직장을 불러 한중수 작업자를 데려오라 시켰다. 페인트 불량 수정 약품과 도구를 가지고와서 새똥 싸고 오래된 차량에 적용해서 수정 작업을 해보라고.
윤재는 출하 작업 수정반으로 갔다. 동일 불량이 발생했는지. 그럴 경우 어떻게 조치했는지. 출하 소장에게 협조를 구했다.
트럭은 별 문제를 안 삼았다고. 다른 차들은 야적장 가운데 주차해두니 나무도 없어 새가 똥을 쌀 일도 없었던 같다고.
일본에 수출한 우측 RH 핸들 프리덤 해치백이 오랫동안 머문 자리. 그중에서도 펜스옆 나무들이 가까이 있는 곳에 쌓아둔 차에 새똥이 떨어질 수 있었던 것. 대충 윤곽이 잡혔다.
한중수와 다른 작업자가 와서 수정작업 중이었다. 철망 옆 나무 그늘 아래 오래 세워둔 차량에 새똥이 있는 부위 수정작업. 잘 안 지워졌다.
튜브 연마제를 더 바르고 문질렀다. 페인트 표피층이 벗겨지면 티가 나니까. 조절작업에 주의해서 문질렀다. 전보다 상태가 좀 나았다. 몇 대를 더해봤다.
심한 것은 티가 났다. 다시 코팅제를 바르고 면 헝겊으로 부드럽게 닦았다.
티가 그래도 나서 미심쩍었다. 10점 만점에 5점. 불량이지만 치명불량은 아닌데.
소비자가 이의 제기 걸면 바꿔줘야 했다. 엄연한 색상 불량이니까. 문제였다.
윤재가 부장님께 먼저 보고 드렸다. 다시 부사장실로 올라가 보고 드리고 일본 출장허가를 받았다.
윤재는 페인트 불량에 대한 수습 조치, 잠정 대책, 근본대책까지 보고서를 완성해 부사장님 결재까지 받았다.
작업자 두명은 여권이 없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특별히 의뢰했다. 산업체 지원 특별 예외 조항을 적용해 특별히 하루 만에 여권발급을 받았다.
한국이 일본에 처음 수출한 차량에 문제가 있어 긴급 대응이 요구되는 사항이라서 가능했다. 작업자는 조립부 한중수와 도장부 최만철이었다.
부사장님께서 결재 후, 윤재에게 당부한 말씀이 윤재 귀에 어른거렸다.
“강 팀장. 이번 페인트 클레임은 잘 해결할 걸로 믿는다. 다른 오더도 준다. JMC 히로시마 공장도 둘러보고. 작업자들 일하는 것. 노사분규 해결 노하우.
기룡자동차가 JMC 히로시마 공장과 교류할 일 있으면 상식선에서 판단하고 시도해봐. 필요시 나한테 전화하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거야. 믿는다. 강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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