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김영주 목사 사퇴요구 '봇물'
신학대 및 단체 성명 발표 줄이어, 준비위원회 재편도
소위 ‘명일동 선언문’에 대한 에큐메니칼 진영 인사들의 입장이 연이어 발표되는 등 후폭풍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명에서는 이번 선언문 서명 책임자들의 사퇴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문화신학회가 지난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밝힌 “한국준비위원회는 공동선언문을 즉각 폐기하
여야 한다. 작성 관련 책임자들은 즉각 사퇴하라. 한국준비위원회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실천하도록 전
면 재조직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한신대 교수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김영주 목사가
WCC한국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물론 NCCK 총무직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거론
했다.
선언문 발표 이후 지난 17일 교회협 실행위 및 25일 김근상 회장의 담화문 발표 이전까지는 교회협에 대
한 지적이 주를 차지한 반면, 이후부터는 WCC한국준비위원회를 타깃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교회협 책
임자가 사과하고 책임지겠다고 나선 마당에 선언문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준비위원회와 상임위원장도 입
장표명과 더불어 책임을 지라는 요구이다.24일의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의 성명서 이후 발표된 신학대
교수 및 신학회의 성명서를 소개한다.
가부장적 신학과 종교의 메카시즘에 기반한 선언문
◆34명의 에큐여성=최영실 교수와 한국염 목사 등 34명의 여성들은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WCC
제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 문서를 수용할 수 없다”며, “WCC의 정신을 훼손함은 물론 가부장적 신학과 종교의 메카시즘
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정상으로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표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들 기독여성들은 “공동선언문에서 밝히고 있는 4가지 주장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진영
뿐 아니라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이 간직해 온 신학적 양심과 신앙고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
며, “이 문서가 갖고 있는 신학적 내용들로 인해서 우리 기독여성들이 벗어나고자 했던 가부장적 신학의
올무에 다시 걸릴 수 있기에 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위원회가 이번 총회 준비를 하면서 WCC 정신이나 총회주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위원회는 이 문서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직시하고 이 공동선언문을 폐
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준비위원회와 교회협에 공동선언문의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
나지 않도록 제반의 장치들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는 대형교회의 힘에 휘둘리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
고 있는 에큐메니칼 기독운동에도 책임이 있음을 직시하면서 우리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물질에 편승한 독단과 폭력의 선언문
◆기독자교수협=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지난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어처구니없는 ‘공동선언문’ 건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신의 정체성뿐 아니라 양극화된 한국 기독교계를 더 분리시키고 말았다”며,
“(선언문 내용은)반지성적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협의회 전현직 회장단 및 임원들은 성명에서 “선언문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주는 영향을 NCCK는 인식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또 “종교다원주의와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성서무오 등
이번에 공동선언문이 ‘복음에 반하는 사상’으로 간단히 정죄해버린 사안들은 향후 인류가 공동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성찰할 주제들”이라며, “본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수의 정치적 시각과 물질에 편승함
으로써 소통이 차단된 독단과 폭력의 선언문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특히 “공동선언문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와 배타주의, 자기중심주의를 반성하고 손
님 접대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진정으로 촉구한다”며, “한국교회가 10차 부산대회를 준비하며 이처럼 뒷
전에서 그들 정신과 모순된 선언문을 내고 물량주의로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기
만”이라고 비난했다.
WCC본부 방문단에 대해서도 “본 사태와 관련된 한국교회의 실상을 명백히 인식하고 WCC의 명예가 실
추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며, “WCC 본래 정신과 무관한 정치적 집회가 이 땅에서 일어나는 것
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준비위 자격 없다…김삼환 김영주 목사 사퇴하라”
◆성공회대 교수=성공회대학교 최영실 권진관 이정구 양권석 김은규 김기석 교수와 이재정 석좌교수,
손규태 명예교수, 서광선 초빙교수 김경재 초빙교수는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선언문으로 인해 그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에큐메니칼 신학과 전통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 사태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금
치 못한다”고 밝혔다.
성공회대 교수들은 “에큐메니칼 운동이 추구해 온 숭고한 노력이 독선적이고 편협한 기독교 근본주의와
물신숭배주의, 그리고 기복적인 신앙에 편승한 교회성장주의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 선언
문이 이웃종교 및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와 공존을 거부하며 현대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소
수자들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정의와 평화, 생명의 길을 본질적으로 왜곡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회협 김근상 회장 담화문 미온적, “총무 사퇴하라”
◆한신대 교수=한신대학교 신학대학의 강성영 강원돈 김창주 류장현 박경철 윤응진 연규홍 이병학 이영
미 이향명 채수일 교수도 지난 28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WCC한국준비위원회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입
장을 피력했다.
특히 한신대 교수들은 김영주 목사의 NCCK 총무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NCCK 총무는 WCC 역사와 전
통의 근본을 부정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책임을 인정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앞
에 사과하고 사임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WCC는 WCC의 에큐메니칼 정신을 살려 제10차 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WCC한국준비위원회를 재
정비하도록 권유하고 이 공동선언문에 대한 WCC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
다.
“정치적 야합이나 돈의 힘으로 치르는 세상 행사 아니다”
◆감신대 교수진=감신대 교수들도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동선언문의 폐기를 요구하는 한편 김삼환 목
사와 김영주 목사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 성명은 감신대 이원규 서창원 이경재 안석모 송순재
이정배 장왕식 홍영택 김정숙 오성주 유경동 박창현 임진수 심광섭 교수가 공동으로 발표했다.
감신대 교수들은 “제10차 WCC 총회는 교계의 정치적 야합이나 돈의 힘으로 치르는 세상의 행사가 아니
다”며, “우리는 현재 구성된 한국준비위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을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므
로 제 10차 총회를 준비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에큐메니칼 신학과 전통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1.13 공동선언문의 즉각적인 폐기 △서명에
참여한 WCC 총회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WCC 총회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김영주 NCCK
총무는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줄 것 △KNCC는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하여 총회준비위원회를 이끌어 갈
것 등을 촉구했다.
◆문화신학회=한국문화신학회는 지난 28일 낸 성명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과 성서의 텍스트를 단지 문
자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초월적 자유를 감추는 위험한 우상숭배일
수 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에 만연된 교회성장주의, 배타적 근본주의, 물신숭배주의, 타자와의 대화
와 공존의 거부, 소수자들의 권리부정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복음적 실천을 요청한다고 믿
는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선언문이 정치적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와 연대 그리고 남북화해와 통일에 기여하기보다는
복음의 실천이 아닌 다른 재정적 혹은 정치적 이유들에서 에큐메니칼 정신을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고 우려한다”며, 공동선언문 폐기, 선언 작성 관련자의 즉각 사퇴, 준비위원회의 전면 재조직을 촉구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