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000여명의 현지인이 한국으로 송출되다 보니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수요는 매우 높은 편이다. 꼭 근로자 송출이 아니더라도 한국계 회사 취업이라든지 아니면 관광가이드라든지 좋은 일자리를 선택하는데 있어 한국어 구사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목적이 무엇이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현지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다양한 한국인들을 만나봤다.
시엠립주(州) 앙코르대학
앙코르와트로 잘 알려진 시엠립주(州)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이자 제3위의 도시이다.
연간 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에다 한국인 관광객도 20만명 가량 찾다 보니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주정부 소재지답게 시엠립군(郡)에는 대학이 많은 편이다. 약 1000명의 재학생이 다니는 앙코르대학 말고도 UC대학, BBU대학교, 최근에는 메콩대학이 설립됐다. 앙코르대학교의 총장이자 설립자인 시엥 남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 그의 아들이 지난 5월 탁신 전 태국 총리의 질녀와 결혼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앙코르대학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 정식 학과가 아닌 2년제 과정이다.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것만으로도 학교의 이미지가 좋아지기 때문에 4년제 학과로 전환하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이며 최근 교육부 공무원이 실사를 마쳤다고 했다. 현재 한국어 과정에 다니는 학생은 1학년 28명, 2학년은 17명이다.
-앙코르대학교에 개설된 학과와 한국어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문학과, 관광학과, IT학과, 법학과, 회계학과, 경영학과, 간호학과 모두 6개 학과가 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과정도 개설되어 있는데 재학생들이 부전공 개념으로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과정의 경우 앙코르대학교 재학생에게는 학비를 별도로 받지 않지만 재학생이 아니면 월 10달러의 수업료를 받습니다.”
2007년 개설 이후 2년간 지도했던 석미자 선생님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안선태 선생님(사진)의 설명이다.
아직 미혼인 안선태 선생님은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선교사다 보니 무보수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대학 측에서는 숙소와 비자 비용을 보조한다고 했다. 인접국인 태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캄보디아는 비자만 발급받으면 무제한 체류가 가능하다. 최대 1년 단위로 갱신되는 비자 비용은 280달러선.
-수업 시간과 교과목은 어떻게 됩니까?
“오전에는 정규 학과 공부를 하기 때문에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씩 공부합니다. 듣기와 말하기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4년제 학과를 추진하면서 짠 커리큘럼에는 한국 역사와 ‘목적이 이끄는 삶’ 등 새로운 교과목을 집어넣었습니다. 또 4학년 과정에는 리서치 등이 있습니다.”
-입학 동기는 주로 무엇인가요?
“처음 입학했을 때 질문을 했는데 약 50%가 관광 가이드가 되려고 한다고 답하더군요.”
최근 한국어를 배운 현지인 가이드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월 수천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국어학과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본어 과정으로 화제가 옮겨졌다. “일본어 과정은 한국어에 비해 학생 수가 절반에 불과합니다. 시엥 남 총장이 일본과의 교류가 많고 대학도 일본 대학교와 교류가 많은데 그리 큰 인기는 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고 케이 팝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어 과정 역시 일본인 교사가 지도하고 있다.
-졸업생 취직 현황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은 우리나라 국적기, 한국회사, 한국에서 일하거나, 관광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한서대학교, 대구대학교, 가천대학교에 유학 중인 학생도 있습니다.”
-한국에 유학을 가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한서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다니고 있는 학생은 장학금으로 받고 있어 학비 부담은 없지만 생활비는 도서관에 조교로 근무하며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구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아시는 분이 있어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고 있습니다.”
꼭 한국 유학이 성공적이진 않다. 영문학과와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한서대학교 항공학과에 유학 갔던 학생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1년도 안 돼 귀국해버려 실망이 컸다고 했다.
“이 학생이 한국에 유학을 가기 전 알아보니 캄보디아 공항에서 근무하는 관제사 가운데 제대로 교육을 받은 경우가 없더군요. 그래서 관제를 제대로 배우고 오면 이 나라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무척 아쉬웠습니다.”
최근 앙코르대학교 한국어학과는 4년제 학과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한국에서 유아교육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황순각 선생님이 추가로 교수진에 합류했다. “한국어 과정은 (시엠립에서) 가장 역사가 긴 앙코르대학교가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안선태 선생님의 자부심이 배어나왔다.
[주간 캄푸치아 13 11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