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 인터뷰
'고교 최고 유격수를 꿈꾼다.' 성남고 이재상!
야반도주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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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야반도주)
성남고 이재상(우투우타,185cm, 85kg, 2005)
2022년 성적(기준일 12월 21일) |
타율 | 경기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도루 | 4사구 | 삼진 | OPS |
0.339 | 19 | 59 | 20 | 0 | 17 | 0 | 12 | 9 | 0.868 |
성남고등학교 이재상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저 대답이었다. 연습량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대뜸 저런 말을 했다. 성남고 박혁 감독은 이재상에 대해 '힘든 연습도 묵묵히 따라오는 선수'라는 표현을 했다. 실제로 이재상은, 박혁 감독이 중학교 감독 시절부터 6년을 함께 한 선수다. 이재상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고 했는데, 박혁 감독이 삼루수를 주로 보던 이재상을, 충분히 유격수가 될 수 있다면서 매일 이른 아침에 펑고 500개씩을 쳐줬다고 했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힘들었어요. 발바닥이 아플 정도였는데, 그 순간을 넘어서면 그다음에 즐거운 순간이 있더라고요."라고 어른스러운 대답을 했다.
많은 펑고는 가끔 '진부한 연습'으로 폄훼되기도 하지만, 시기와 횟수를 조절한다면, 선수의 성장에 있어서 이만큼 확실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거의 없다. 실제로 포수도 투수의 공을 많이 받아야만 하는 시기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이 받아야 할 시기가 지나면, 점차 공 받는 횟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력이 떨어질 때 공을 대충 받는 버릇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펑고도 마찬가지다.
선수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바탕이 되어야만 그 어려운 연습이 '결실'이라는 달콤함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사진=선수 본인제공)
많은 선수가 동계연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연습량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상은 동계연습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가슴이 뛴다고 했다.
그 이유는 매년 동계연습이 지나고 나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상의 강점은 강한 어깨에 있다. 투수로 가끔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는데, 공식적으로 기록된 구속은,
'145km/h'였다.
투수를 해본 적이 있다고 해도, 야수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공의 구속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속도다. 더불어 이재상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동계연습이 끝나고, 고3 시즌을 맞이할 때 대부분의 선수는 또 한 번 성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수비의 꽃'이라고 하는 유격수지만, 투수로 지명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수비에서도 최대 강점은 역시 어깨다. 3루 간 빠지는 타구도 스텝 없이 노바운드로 1루에 공을 던질 수 있다.
물론 보강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대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환경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해야 한다. 이재상은 강한 어깨가 있어서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대시가 큰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마추어 구장의 한계는 선수들의 성장을 저해한다. 고교야구 선수들의 거의 모든 전국대회를 소화하는 목동야구장 그라운드는 내야수들이 대시하기 힘든 상태다.
언제든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인데,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많은 아마야구 지도자들은 기다렸다가 안정적인 수비를 하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관리하는 분들의 문제가 아니라, 목동구장의 보수를 담당하는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다.
내야 흙을 바꾼다고 했지만, 선수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지는 2023시즌이 시작되어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그러나 이재상 본인도 스스로 대시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목표로 삼아야 할 곳은 프로야구이기 때문이다. 몇몇 내야수 유망주들이 프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도 '대시'다. 실제로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의 경우, 포지션을 변경해야만 한다. 1군, 즉 KBO리그에서 뛰고 싶다면 말이다.
그 이유는 모든 선수의 목표는 KBO리그이기 때문이다. 프로 무대, 특히나 KBO리그에서 시행착오를 염두에 두고 어린 선수를 기용하지만, '대시'를 KBO리그에서 배울 수는 없다. 오래 걸릴 수 있고, 대시는 단순하게 공이 오면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다. 스텝 그리고 공을 빼는 것, 그리고 송구의 정확성까지, 매일 승부의 결과가 나오는 KBO에서 신인급 선수의 기초적인 수비 능력을 키울 여유가 있는 팀은 없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때 어느 정도 완성을 해놓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상의 또 다른 강점은 송구하는 공의 회전이다. 대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공의 회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시를 한다는 것은, 야수가 움직이는 것이고, 움직이다 보면, 스텝이 불안정해지거나, 공을 뺄 때 늦거나, 혹은 너무 빠르게 뺄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평소에 하던 송구의 각도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던진 송구는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공이 엉뚱하게 회전하면서 일루수나 다른 야수가 받기 어려운 공이 된다.
야수가 던진 송구의 회전이 좋다는 얘기는, 많은 움직임 속에서도 일정한 송구를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여러 상황에서 어깨의 각도가 달라도, 손목이나 손끝의 감각으로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진=인스타 @c1earness.sky)
그 밖에 타격에서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치고 싶다고 얘기했다. "감독님께서 삼진당해도 되니까, '너의 스윙을 해라'라고 말씀하시는데, 막상 타석에 서면, 삼진당하고 싶지 않아서, 제 스윙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선수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재상의 경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힘이 아직 붙지 않고, 일찍부터 선배들과 같은 라인업에 속해 있는 경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삼진을 당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경우, 지도자가 선수의 불안을 해소해 주는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말은 '괜찮다'다.
그래서 닮고 싶은 선수는 강백호(kt 위즈)
그 이유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닮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리고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정후 선수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일면식이 없던 이재상에게 30분 동안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라는 말이었다고.
실제로 아마추어 선수들은 프로 진입을 목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가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자리가 생기고, 직업 야구인이 될 수 있다. 이정후의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고, 선수들이 꼭 마음에 담아둬야만 하는 좋은 말이다.
이재상의 목표는 '청소년대표팀 주전 유격수'. 지명 순서는 팀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유격수를 입증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라고.
(사진=인스타 @c1earness.sky)
다른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을 물었는데, 휘문고 이승민과 장충고 육선엽을 얘기했다. 특히 육선엽과는 중학교에서 한 경기, 고등학교 연습경기 한 경기를 상대했었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장난으로 "너 3학년 때 만나면, 이번에는 내가 '찢는다'라고 얘기했어요. (웃음)"
쟁쟁한 다른 학교 유격수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유재현(경기상고) 선수나, 여동건(서울고) 선수도 잘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이길 수 있게 확실히 연습할 겁니다. 저만 제대로 준비하면, 지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라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2023년이 되면 많은 팀은 남쪽으로, 동쪽으로, 동계연습을 하기 위해 떠난다. 이재상은 "코치님들이 '제대로 한 번 해보자'라고 얘기하셔서 솔직히 두렵기도 하지만, 이번 동계연습이 끝나면, 저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아직 고2, 이번 동계연습이 이재상에게는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처럼,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어 낼 좋은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는 '자신에게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재상 자신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다가올 봄과 함께, 또 한 명의 대형 유격수가 탄생할지에 대한 큰 기대감으로 이 길고 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재상의 타격, 수비, 투구 장면 영상]
https://tv.naver.com/v/31771599
글=유효상, 손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