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에베레스트 트레킹

[김영도]

2014년 3월 2일 일요일

안나푸르나 생추어리 트레킹을 마치고 포카라에서 하루 쉬었다. 페와 호수가에 숙소와 식당 그리고 가게들이 모여 있어 포카라는 한적한 전원 도시처럼 보인다. 2월 26일에는 사랑곳에 갔었다. 서울의 남산과도 같은 곳인데 고도는 1,700미터가 넘는다. 사랑곳 꼭대기까지 자동차 도로가 나있고, 군데 군데 작은 집과 밭이 있고, 사람과 더불어 소와 염소들이 살고 있다. 맑은 날씨라면 사랑곳 전망대에서 안나푸르나 산군이 멋있게 보였을 것이다. 구름과 연무로 전망이 좋지 않았다. 다만 산 아래 페와 호수가 드넓게 보였고, 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다채로운 색깔로 하늘을 둥둥 떠 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2월 27일에 카투만두로 들어왔고, 28일에는 이청해, 김미동, 민경오 세 분은 서울을 향해 떠났다. 정승권 선생님 그리고 나만 카투만두에 남았다.

포카라에서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

카투만두의 타멜 지역에 있는 식당. 천정이며 벽에 여행객들의 방명록이 가득하다.

2014년 3월 3일 월요일 루클라 - 팍딩(2,610미터)

3일 간 카투만두에서 쉬고 오늘 새벽 에베레스트 쿰부 지역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 아침 7시 30분 비행기로 예약되었지만, 9시나 되어야 티켓팅을 한다고 한다. 카투만두에서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는 날씨 때문에 결항이 잦아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제 호텔 옆 <더커피>라는 카페의 한국인 사장은 루클라는 비행장으로서 부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활주로의 경사 때문에 비행기가 이착륙시 위험하며 안개가 잦기 때문이다. 다만 남체라는 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루클라의 공항이 계속 유지된다고도 한다. 그리고 네팔은 세계에서 비행기 사고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한다. 일년에 평균 2대 정도의 비행기가 추락한다고 하니......

하긴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포카라에서 서네팔 지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추락해 40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었다.

지난 3일 간 날씨 때문에 루클라행 비행기들이 결항되었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공항 안은 루클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2시 40분 경에 경탄할만한 비행기 착륙 기술을 보며 루클라에 도착했다. 

번잡한 공항 안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지쳐서인지 루클라에서 팍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약간의 등반장비와 식량을 추가한 배낭은 좀 더 무거워졌고,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신고 온 빙벽화는 발걸음을 둔하게 했다. 루클라 하늘이 차갑고 무겁게 나를  누르는 것 같았다. 2,800미터 고도의 루클라는 날씨가 차고,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안나푸르나 지역 사람들과 다르게 이곳 쿰부 에베레스트 지역 사람들의 표정은 뚱하니 굳어보였다. 이게 척박한 산에서 사는 사람들의 표정일까? 나의 가볍지 않은 마음 때문에 일시적으로 느낀 인상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한국 산처럼 소나무가 많다.

루클라 체크포스트에서 입산허가증 인증을 받는다.

루클라에서 팍딩으로 가는 길

2014년 3월 4일 팍딩 - 조르살레 - 남체(3,440미터)

아침에 식사하며 밖을 내다보니 많은 트레커들이 남체를 향해 걸어가는 게 보였다.비행기 결항으로 정체 되었던 트레커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비교적 높은 고도에서 시작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저지대에서 시작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선호하는 것 같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온화했다면 쿰부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고지대의 공기가 찬 만큼 서늘한 느낌을 준다.

팍딩에서 남체로 가는 길

남체의 아침

2014년 3월 5일 수요일 남체(3,440미터)

지난 밤 저녁밥이 잘 소화되지 않아서인지 잘 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숨결이 한결 고르고 편안해졌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을 먹고 에베레스트뷰 호텔로 향했다. 맑은 날씨였다. 눈에 반사되는 햇빛이 강했다. 운이 좋았다. 이렇게 맑은 날에 에베레스트, 로체, 아마다블람, 캉텡가, 탐세르쿠 산들을 볼 수 있다니...... 장쾌한 광경이다. 이런 광경을 보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심정이 들 정도였다. 

가만히 서서 저 멀리에 있는 웅장한 산들을 바라본다. 어렵고 힘든 그리고 위험한 산을 오르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산을 바라다보면 저곳을 오르고 싶은 열망이 우러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맑은 날에 시간이 멈춘다면, 아니 이 시간이 마냥 지속된다면 싫증도 지루함도 없이 마냥 산들을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에베레스트 봉우리와 로체 남벽

에베레스트뷰 호텔에서 보이는 전경

에베레스트뷰 호텔에서 차를 마시며.

남체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산책 삼아 남체에서 타말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은 걷기에 편했다. 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삼싱이라는 마을의 어느 집에 들어가 밀크티를 청했다. 거실 겸 부엌의 난로에서 끊여준 밀크티는 맛있었다. 주인 내외가 부지런한 분들 같다. 집 안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큰애는 쿰중의 학교에 가 있고 어린 딸애가 혼자 놀고 있다. 여섯 살 정도 되었을까. 차를 마시고 다시 남체로 돌아갔다. 호젓한 길이다.

삼싱 마을의 어느 집

2014년 3월 6일 목요일 남체 - 풍기텡가 - 텡보체 - 데보체(3,820미터)

고소 적응을 위해 이틀 밤을 남체에서 자고 난 후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지없이 맑은 하늘이다. 남체에서 풍기텡가에 이르는 길은 산허리를 따라 걷는다. 편안한 발걸음. 호쾌한 전망.

오후 1시 정도가 되면 점차 구름이 모여든다. 오전의 햇살에 증발한 수증기가 고도에서 얼어 구름을 형성하는 것이다. 오전에 맑고 오후에는 구름이 끼는 날씨가 반복된다. 어제 저녁에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고 푹 잤더니 아침에 컨디션이 좋아졌다. 풍기텡가에서 텡보체에 이르는 오르막길을 쉬지 않고 올라 땀을 빼서 그런지 데보체에 도착하니 젖은 속옷 때문에 한기가 들었다. 옷을 갈아 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해본다.

여지껏 롯지의 음식이 맛없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이곳 데보체 롯지의 음식은 참 맛이 없다. 롯지의 거실은 트레커가 많을수록 소란스럽다. 중국인들은 좀 시끄럽다. 노년의 경험 많은 산꾼 같은 일본인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유럽계 사람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거실의 난로가 이들을 한 장소로 모은다. 제각각의 언어들.

남체에서 풍기텡가로 가는 길

2014년 3월 7일 금요일 데보체 - 팡보체 - 소마레 - 딩보체(4,400미터)

새벽 5시 경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똥을 시원하게 누웠다. 몸이 한결 가뿐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컨디션이 좋아질 징조이다. 어찌보면 더 나빠지지 않을 징조이다. 고소에서는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는게 좋은 게 아닐까?

생각보다 빨리 딩보체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마을 뒤편 산에 올라갔다 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가 적어지고 관목만이 땅에 붙어 있을 뿐이다. 소마레를 지나면서부터 숲이 사라지고 관목과 누런 풀만 있다. 황야이다. 만년설을 빼고는 황량한 산이며 길이다. 딩보체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아일랜드피크로 가는 길이 나누어진다.

딩보체 가는 길

2014년 3월 8일 토요일 딩보체 - 투클라 - 로부제(4,910미터)

딩보체에서 로부제에 이르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고원의 평야지대를 걷는다. 군데군데 야크가 풀을 뜯는다. 아마다블람, 캉텡가, 탐세르쿠를 거쳐 데보체, 촐라체에 이르기까지 설산의 영봉들이 장관을 이룬다.

투클라로 가는 길에 볼더링

2014년 3월 9일 일요일 로부제 - 고랍셉(5,180미터)

어제 저녁에는 처음으로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제 오후 로부제에 도착한 후 마을 뒷산에 올라갔다 왔는데 한기가 들고 멀미 증세처럼 속이 메스꺼워졌기 때문이다. 고소 증세였다.  일찍 자리에 누웠다. 쉽게 잠들지는 못했고 새벽녁에야 잠이 든듯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한결 나아졌다. 아침에 주문한 음식은 잘 먹었고 아침 9시에 고랍셉을 향해 출발했다. 천천히 걸으니 어젯밤의 멀미 증세가 없어져 갔다. 숨이 차지 않도록 천천히 걸었다. 정선생님은 앞서 나아갔고 나는 내 속도대로 걸어갔다.

2014년 3월 10일 월요일 고랍셉 - 칼라파타르(5,550미터) - 고랍셉 - 딩보체

아침에 칼라파타르 전망대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가파른 산길이라 숨이 찼고, 가끔씩 서서 숨을 돌려야 했다. 숨은 많이 찼지만 전망대에 올라섰다. 바람이 거셌다. 춥진 않았지만 손은 무척 시려웠다. 고랍셉에 내려와 점심을 먹고 딩보체로 향해 내려갔다.  로부제를 지나 투클라를 지나니 바람이 세지고 세상은 온통 가스로 가득찼다.  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카투만두 호텔방에서 짭잘한 과자와 함께 마신 '쿠쿠리'라는 네팔 럼주가 생각났다. 그리고 서울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사람들도 술과 함께 그리웠다. 딩보체에 도착하니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졌다.

고랍셉 롯지 벽에 붙여 놓은 정선생님 <시>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검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

2014년 3월 11일 화요일 딩보체(4,400미터)

어젯밤은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잤다. 오늘은 딩보체에 머물며 하루 휴식하기로 했다. 롯지에서 쉬고 있으려니 서울 생각이 났다. 서울에 돌아가면 해야 할 것들을 적어보기도 했다.

2014년 3월 12일 수요일 딩보체 - 추쿵(4,730미터)

딩보체에서 추쿵까지 2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정선생님을 쫓아가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고 걸었는데, 중간 중간 쉬면서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사이로 가는게 적당한 속도일 것이다. 추쿵으로 가는 길에서 아마다블람 북능이 잘 보였다. 아일랜드피크 등반 후 아마다블람을 잘 관찰하기 위해 아마다블람 BC에 가보기로 했다.

아마다블람

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추쿵 - 아일랜드 피크 BC(4,970미터) - 하이 캠프 (5,600미터) - 추쿵

아침 8시 30분에 추쿵에서 출발해 아일랜드피크 베이스캠프를 지나 하이캠프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추쿵으로 돌아오니 저녁 6시였다. 힘든 하루였다. 추쿵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멀던지......

추쿵의 롯지. 뒷산이 안나푸르나 남벽

아일랜드 피크에서 추쿵으로 내려가는 길. 데보체와 촐라체가 보인다.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추쿵 - 아일랜드 피크 BC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추쿵에서 출발해 오후 4시쯤에 아일랜드 피크 BC에 도착했다. 락파 세르파의 주선으로 베이스 캠프 텐트 하나를 빌릴 수 있었다. 눈이 내려 걱정이 되었지만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추쿵에서 아일랜드 피크 BC로 가는 길

아일랜드 피크 BC

204년 3월 15일 토요일

4시 기상 - 5시 BC 출발 - 11시 40분 정상 도착 - 12시 10분 하산 시작 - 14시 30분 BC 도착 - 15시 20분  BC 출발 - 17시 30분 추쿵 도착

새벽 4시 경에 일어나니 락파 세르파가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 밀크티 한 잔 마시고 등반 식량을 먹고 5시 경에 정선생님과 둘이 출발했다. 락파 세르파는 BC에 남았다. 별이 총총 떠 있는 맑은 날씨였다. 그저께 고소 적응차 하이 캠프까지 다녀왔던게 효과가 있는지 하이 캠프까지 수월하게 올랐고 설빙 구간에 이르렀다. 이곳부터 크렘폰을 차고, 안자일렌을 하고 피켈과 스키스톡을 찍으며 올라갔다.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숨이 차 올라 걷기를 멈추곤 했다. 부담 갖지 말고 무리하게 걷지 말라고 정선생님이 말하긴 했지만 자주 멈추다보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빙하 지대를 지나 설원 지대를 오르고나니 우뚝 솟은 설벽 구간이 나타났다. 150여 미터의 60~70도 경사의 설벽이었다. 설벽에는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센더가 없어 정선생님은 푸르직 매듭으로 고정 로프를 연결했다. 고정 로프를 잡고 피켈을 찍으며 설벽 구간을 올라갔지만 고소에서 등반하기란 힘들었다. 정상에 오르니 히말라야의 침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설원지대

아일랜드 피크 정상

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추쿵

하루 휴식.

2014년 3월 17일 월요일 추쿵 - 추쿵리(5,550미터) - 추쿵 - 아마다블람 BC - 딩보체

추쿵에서 뷰사이트인 추쿵리로 가는 데만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추쿵리에서 에베레스트는 보이지 않지만 전체 경관으로 보면 칼라파타르보다 낫다. 추쿵리에서는 마칼루, 초오유까지 보인다. 사실 아일랜드 피크에서 본 압도적인 히말라야의 경관을 체험해서 그런지 추쿵리는 내게 큰 감흥은 없었다.

아마다블람 BC로 갔다. 추쿵에서 아마다블람 BC로 가는 길은 제대로 길이 나 있지 않아 멀고 험했다. BC 자리는 평평한 초원 지대로 야영하기에 좋은 자리였다. 정선생님이 아마다블람을 열심히 관찰하신다. 등반 라인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 보셨다. 정찰을 끝내고 딩보체로 향했다.

아마다블람 BC로 오르는 길

아마다블람 BC에서

 2014년 3월 18일 화요일 딩보체 - 아마다블람 북서면 BC - 아마다블람 북동면 BC - 딩보체

추쿵에서보다 딩보체에서 아마다블람 BC로 가는게 수월했다. 능선에 올라서면 완만하고 평평한 초원 지대이니 하이킹하는 기분이 났다. 북서면 BC에는 작은 호수가 있어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반면 북동면 BC은 벽에 접근하기에 가깝다. 정선생님은  보다 가까이서 루트를 정찰하기 위해 벽 바로 앞까지 다녀오셨다.딩보체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 5시가 넘은 지금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아마다블람 벽 앞에서

2014년 3월 19일 수요일 딩보체 - 투클라 - 종라(4,830미터)

딩보체에서 투클라까지의 길을 다시 걷는다. 투클라에서 칼라파타르로 가는 길과 종라로 가는 길이 나누어진다. 종라에서 촐라체를 보고 촐라패스를 넘어 갈 것이다.

딩보체에서 투클라로 가는 길에서 뒤돌아 본 광경. 저 아래 마을이 페리체.

투클라로 가는 길

투클라를 지나 종라로 가는 길. 촐라체가 가까이 보인다.

촐라체 벽 앞에서

촐라체의 아침

2014년 3월 20일 목요일 종라 - 촐라패스(5,420미터) - 닥낙(4,700미터)

종라에 도착한 후 정선생님은 촐라체를 유심히 관찰했다. 종라의 롯지를 베이스 캠프로 삼아 촐라체를 등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라는 길의 끝, 마치 갇혀 있는 곳 같은 답답함을 준다. 촐라체가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기 때문일까?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지난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 8시 30분에 촐라패스를 향해 출발했다. 촐라패스를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트레킹 동안 쌓인 피로 때문인지,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촐라패스에서 보이는 아마다블람은 역시 당당하고 멋있다. 촐라패스를 넘어 닥낙을 향해 가는 데 온 몸의 진이 다 빠진 듯 했다. 힘들게 걸음을 옮겼다. 아무튼 가야하니 천천히라도 걸어가야 했다. 오후 2시 좀 넘어 닥낙 롯지에 도착해 한숨 돌리고 밀크티를 마시는 데 정 선생님이 히말라야 시리즈로 짓고 있다는 시 한 편을 들려 주었다.

히말라야 10

산은 마음으로 걷는다.

산은 마음으로 오른다.

산은 텅 빈 마음으로 내려간다.

"오늘 제 심정인데요. 몸이 힘들어 마음으로 걸었어요."

"그래. 오늘 네가 걷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

닥낙 마을은 윤택해 보인다. 마을 옆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시냇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늦은 점심을 먹고, 모처럼 양말과 속옷을 빨아 널었다.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도 가볍게 불었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 오는 롯지 방에 누웠다. 오랜만에 아늑한 기분에 젖는다. 한 시간 정도 누워 있으니 한결 몸이 나아졌다. 

                                                                          촐라패스에서

촐라패스를 넘어 가는 길

촐라패스를 넘어 닥낙으로 가는 길. 마음으로 걷고 있다.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닥낙 - 고쿄(4,800미터)

오전 9시 30분에 닥낙을 출발해 12시 전에 고쿄에 도착했다.

고쿄 마을. 초오유가 보인다.

2014년 3월 22일 토요일 고쿄 - 고쿄리(5,360미터) - 고쿄 - 마체르모(4,400미터)

5,400미터에 이르는 고쿄리를 오르는 데 그리 힘들지 않았다.  주위의 풍광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마도 고쿄의 호수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겨울이라 호수는 얼어 있고, 눈에 덮여 있다. 하지만 봄이나 가을의 호수는 시퍼런 빛깔로 고쿄를 더욱 아름답게 물들일 것이다. 고쿄리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역시 장관이다. 고쿄리 정상을 끝으로 우리의 트레킹은 마무리 되어 간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때.

고쿄 마을 그리고 호수

마체르모로 내려가는 길. 짐을 옮기는 야크들

2014년 3월 23일 일요일 마체르모 - 포르체텡가 - 쿰중(3,790미터)

마체르모 마을 주변에는 좋은 트레킹 피크들이 많다. 페리랍체, 카조리, 마체르모 등등. 마체르모의 롯지를 베이스캠프 삼아 주변 산들을 등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체르모의 예티 롯지에는 박정헌의 흔적이 있다. 당시 예티 롯지 주인이 촐라체를 넘어 온 박정헌을 구해 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주인은 죽고 그의 딸이 롯지를 운영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딸은 밝고 명랑하다. 딸 둘과 사위와 함께 지내고 있다. 마체르모에서 돌레(4,000미터)를 지나니 나무들이 보인다. 황량하기만 했던 산이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변모해 간다. 남체에서 고쿄로 오르는 이 길은 언젠가 이곳으로 와 걸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언제 이곳에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마체르모 예티 롯지와 주변의 트레킹 피크들

마체르모에서 쿰중으로 내려가는 길

 2014년 3월 24일 월요일 쿰중 - 남체 - 팍딩(2,610미터)

쿰중은 에베레스트 지역의 중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큰 마을이다.

쿰중 마을. 뒤에 보이는 산이 콩데

쿰중의 힐러리 학교

2014년 3월 25일 화요일 팍딩 - 루클라

루클라로 돌아왔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이자 끝나는 곳. 히말라야의 봄이 온 것을 실감했다. 목련꽃이 피었고, 푸릇푸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바람도 훈풍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과 에베레스트 등반 원정이 시작되는 철이라 수많은 트레커와 원정 준비팀 그리고 많은 짐을 실은 소와 당나귀들이 남체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팍딩에서 아침 식사. 포리지와 토스트

2014년 3월 26일 수요일 루클라 - 자트와로(4,610미터) - 루클라

오늘은 아침 9시에 루클라에서 출발해 저녁 6시 30분에 루클라에 도착했으니 9시간 넘게 걸은 셈이다. 메라 피크로 넘어 가는 이 길은 보통 루클라에서 시작해 이틀에 걸쳐 오른다고 한다. 처음 루클라에 도착한 사람에겐 고소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이 고개의 높이만 4,600미터이니 2박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고소 적응이 되어 있는 상태라 하루만에 1,800미터를 오르고 내려왔다.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고개에 올라서니 구름과 안개에 가려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게 아쉬웠다. 고개에서 메라 피크를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려 갈 때 락파 세르파가 이곳에서 1년에 몇 명은 미끄러져 떨어져 죽는다고 조심히 내려가라고 말해 주었다. 그말을 들으니 내려가는 길이 꽤 위험해 보였다. 설사면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길에서 미끄러진다면... 이런 생각이 드니 조심스러웠고 진땀도 났다.

외딴 마을에서 있는 아이들. 친구가 없어 어린 누나가 외로워보였다.

메라 피크로 넘어 가는 고개에서

2014년 3월 27일 목요일 루클라 - 카투만두

비행기를 타고 카투만두로 돌아간다. 카투만두는 훈훈하다 못해 약간 더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은 이곳 루클라처럼 봄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서울에 가면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곤 했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소홀히 했던 것들. 너무 무심히 살았던 날들에 대한 자책. 이곳 히말라야에서 내려가며 나는 지난 서울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어쩌면 서울에서 떠나 있던 이 시간들이 서울의 삶을 위해 소중할 것이다. 이곳 히말라야는 내게 어떠했는지 그리고 무엇이었는지... 서울에 돌아가면 천천히 알게 되겠지

봄이 오는 루클라 공항

[김광남]

아.. 희말라야..

[김순희]

3월2일 ... 1년전 오늘 이네요...!^^
생생함이 그대로,
글과 사진 .. 잘 봤습니다 ^^

[경도현]

여긴 한 번 꼭 가보고싶던 곳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좋네요.

영도형 얼굴에서 3초 노홍철이 보이네여ㅋ

[목 영 관]

너무 가고싶어여 ^^ 글사진 너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