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앞에 주저하지 말자,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Just do it !
100세 생일을 맞이한 알란 할아버지는 요양소에서 여러 가지 문(門) 중에서 특이하게도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 도망치면서 시작된 길 위에서 맞이하는 사건들에 대해 큰 고민 없이 순간순간 그냥 부딪히며 앞으로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 속에서 알란 할아버지의 인생사도 엿보며, 그와 맞물린 세계사들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년 전 책으로 출간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라, 책표지와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내용을 접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알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뒤 쫒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동시에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도 얻고, 내 인생에 비추어 볼 수 있는 의미도 가질 수 있었다.
알란 할아버지는 무척 매력적이고, 흥미 있는 사람이다. 폭탄 터뜨리기를 좋아해서 폭탄 사랑꾼으로 살면서, 실패도 하고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에게 핵폭탄의 실마리를 주고, 미국 부통령 해리 트루먼, 소련의 스탈린 등 세계 역사상 굵직한 인물들과 우연히 만나고 그들과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며 세계사에 보이지 않는 큰 획을 그었고, 100살이 되어서도 극한 상황에 놓임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의연하게 사건을 풀어나간다.
예전의 나였다면, 여느 코미디 영화처럼 별 생각 없이 순간순간의 예상치 못한 장면과 우연히 일어난 큰 세계사적 이벤트에 공교롭게 잘 녹아 들어가는 주인공의 결정, 행동을 보며 재미있게 웃으며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감상문 쓰는 것이 과제이고, 또한 최근에 교육공학 수업시간을 통해 배운 “합리모델”, “직관의 기능”등의 관점에서 보다보니, 주인공 알란의 선택과 행동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 왔다.
주인공 알란은 100세인 오늘도 대책없이 요양소 창문 넘어 탈출했고, 무작정 떠나며, 갱단의 돈가방을 들고도 유유자적하게, 본인이 일으키거나 깊게 관여된 사건 속에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직관적 판단으로 살아간다. 물론 그의 어린 시절부터 젊은 시절 동안에도 알란은 매사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평생 바쳐도 이룰 수 있을까 말까한 일들, 보통 사람들은 근처도 가보지 못했을 대단한 일들에 대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며 살아왔다. 그 모습에서 세상 일은 어차피 일어나게 되어 있으니, 앞 뒤 생각할 것 없이 현재의 판단과 실행력이 중요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더 복잡해져만 간다. 그런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대할 때, 나는 지금까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왔는지 생각해 본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경우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이라는 미명 아래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해 쓸 데 없는 고민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하고 싶지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만하며 스스로를 제한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그냥 과거에 두고 온 것들이 많았다. 알란을 보며 그런 순간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준비보다는 그냥 했으면 좋았을 것들이 많았다. 인생에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말한 대사가 강렬히 남는다.
사실, 평소에도 주변에서 많이 듣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
하지만, 여러 이성적?판단 혹은 합리적?판단으로 인해 미처 누리지 못하는 것들...
알란할아버니는 나에게...난 지금 무엇을 어떻게 누리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주었다.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떠오른 것.
“모든 일의 시작은 위험한 법이지만, 무슨 일이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니체
사실 위의 니체가 한 명언은 지금도 내 책상에 붙어 있는 문구다. 처음 이 문구를 읽었을 때,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어서 책상에 붙여 놓았었는데... 어느 순간 익숙해져버리고 만... 그냥 책상에 붙어 있는 여러 메모, 종이 중 하나에 불과 했다.
사실 중요한 것임에도 주변의 익숙함 때문에 잊고 지내는 것들이 많다.
나의 직관, 결정적인 행동력... 너무나 일상적이기에 잊고 지내며, 그냥 지나쳐 버렸던 것들.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이 알란처럼 몇 살까지 될지는 몰라도, 조금은 더 머뭇거리지 말고, 직관에 힘을 더 실어서 그냥 시작하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기엔, 고민하고, 판단하고, 준비하기엔...
인생은 짧다.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