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보령 61코스 <깊은 골-갈매못 순교성지-오천항> 걷기
해남 땅끝탑에서 강화평화전망대까지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서해랑길 61코스는 충남 보령(保寧)을 지나는 세 번째
구간이다. 태안반도 남단의 긴긴 안면도가 서해에 연하고, 천수만(淺水灣)을 따라 올라가는 연안의 오천항으로 이어지는 곳
이다. 보령의 해안은 보령항을 지나자마자 마치 큰 강줄기처럼 내륙 쪽으로 좁고 길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좁은 해협은 보령
방조제에서 광천천 하구역과 마주하는 데, 이곳에 오천항이 있고 그 언덕에 조선시대의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이 있다. 충
청수영은 충무의 경상수영, 여수의 전라수영과 더불어 바다를 지키던 조선의 3대 수영 중 한 곳이다.
시나브로 시월 하순, 한반도의 가을 단풍 남하길이 예년 같으면 남부지방에 이를 때다. 올해는 비록 이상 고온으로 인해 철을
잊은 듯 더디기는 하지만, 그래도 곳곳마다 서서히 가을빛은 짙어간다. 가을을 수놓는 들국화들도 마찬가지, 때 맞춰 피어나
가을의 전설들을 그려내고 있다. 아산만(牙山灣)을 건너가는 서해대교를 지나 보령으로 가는 길에도 들국화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산하를 물들인다. 쑥부쟁이와 개미취가 피었다 시든 길 섶에는 다시 구절초가 피고, 뒤이어 무리지어 노랗게 핀 산국
들이 갈바람에 몸을 흔들며 길손을 반긴다. 61코스 가는 날,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동구(洞口) 깊은골정류장을 찾았다. 마을
앞 감나무들이 또 가지마다 주렁주렁 붉게 익은 감들을 허공에 매단 채 눈길을 끌었다. 오포리에는 화력발전소가 해안에 있
어서 해안길 대신 마을과 마을을 잇는 들길로 우회해 지나간다. 교성천을 건너고, 천변을 따라 영보리를, 다시 고개 넘어 회
변항이 건너다 보이는 해변가의 갈매못을 찾았다
갈매못은 본시 오천면 영보리의 조용한 바닷가 모래사장이었다. 마을 뒷 산 형국이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갈마음수형(渴
馬飮水形) 지세라고 해서 갈마연(渴馬淵)이라 했던 곳, 조선 때엔 충청수영의 훈련장이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 이곳이 유명
하게 된 것은 1866년 천주교 박해가 한창일 때 한성 의금부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안토니오 주교와 마르티노 신부를 비롯한
다섯 분이 이곳으로 압송되어 사형을 당한 후 부터다. 당시는 11세에 즉위한 고종 2년 때이고, 대원군이 집정(執政)하던 때였
다. 이때 대원군은 고종비(高宗妃)의 간택을 앞두고 있어서 충청 수영청이 있던 이곳으로 호송시켜 처형을 시켰다. 순교 성지
에는 각지에서 찾아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의 순교터에는 다섯 분의 초상이 그려진 순교비가 세워져 있고, 바로 옆 이
웃한 곳에는 두 개의 큰 표석을 얹은 다섯 분의 최초 매장지가 그분들의 넋을 기리고 있었다. 기념관을 겸하고 있는 작은 성당
이 순교터 앞에 있고, 다섯 성인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는 언덕 위에는 큰 성당이 갈매못 앞바다를 굽아보며 순교성지를 살피
고 있었다.
오천항을 찾았다. 광천천 하구역을 쫓아 내륙 쪽으로 깊게 파고 들어간 해협 끝에 있는 항구다. 옛 충청수영 시절엔 100여 척
의 군선(軍船)들이 정박했던 곳, 지금은 수많은 어선들로 붐비고 있었다. 항구 언덕에 있는 충청수영성을 올랐다. 정 3품 관인
수군절도사가 부임했던 당시에는 3,000여 수군이 주둔했고, 높이 3m, 길이 3,000m에 4곳의 성문이 있었다던 수영성은 지금
은 해안 쪽의 일부 성곽을 비롯해 영보정, 장교청. 진휼청만이 남아 있었다. 성 중앙에 좌정해 우뚝한 영보정은 주위와 어우러
져 절경이었다. 발치의 오천항 건너편엔 천북항이, 북쪽은 보령방조제 뒤 광천천 하구역이 오서산으로 눈길을 이끌고,건너편
남쪽 언덕엔 토성(土城)으로 된 수영성 치성(雉城.성에 잇대어 쌓은 담)이 그 아래 소성리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가을빛 촉촉
한 오천항에 물질 나간 고깃배가 하나 둘 들어오고 있었다.
촬영, 2024, 10, 26.
▼보령 61코스, 오천면 영보리 해안 풍경
▼ 서해랑길 지형도
▼보령 61코스 - <깊은골 정류장 - 교성천 - 갈매못 - 오천항 - 충청수영성>
▼보령 오천면 오포 3리, 깊은골버스정류장 앞
▼서해랑길 보령 60, 61코스 지형안내도
▼ 오포 3리 입구 서해랑길 이정목
▼ 오포 3리 - 1
▼ 대봉시를 담는 필자
▼ 오포 3리 - 2 / 마을회관
▼ 산국
▼ 오포 3리 - 3
▼ 오포 3리 - 4 / 동구 밖 쉼터와 소나무
▼ 오포 3리 - 5
▼오포리 교성천 앞 들녘
▼오포리 교성천 길
▼오천면 영보리, 교성천
▼영보리, 보령화력 입구 갈림길
▼오천면 영보리 들녘
▼산국
▼영보 2리 버스정류장 앞 삼거리
▼오천면 영보리 해안
▼영보리, 갈매못 앞 해변
▼오천면 영보리, 갈매못 순교성지
▼갈매못 순교성지와 앞바다 - 1
▼ 갈매못 순교성지와 앞바다 - 2
▼갈매못 다섯 성인 순교터 - 1
▼ 갈매못 다섯 성인 순교터 - 2 / 다섯 성인 초상
▼ 갈매못 다섯 성인 순교터 - 3 / 순교복자비
▼다섯 성인 첫 매장터 - 1
▼ 다섯 성인 첫 매장터 - 2
▼순교성지 기념관 및 소성당
▼성모 대성당 - 1 / 다섯 성인 동상
▼성모 대성당 - 2
▼성모 대성당에서 본 갈매못
▼오천항 앞
▼보령 오천항 - 1
▼ 오천항 - 2
▼ 오천항 - 3
▼ 오천항 - 4 / 해변 상가
▼ 오천항 - 5
▼오천면 소성리, 충청수영성 - 1
▼ 충청수영성 - 2 / 수영성 배치도
▼ 충청수영성 - 3
▼ 충청수영성 - 4 / 성곽 돔문
▼ 충청수영성 - 5 / 성곽 길
▼ 충청수영성 - 6 / 성곽에서 본 오천항과 건너 천북항
▼ 충청수영 영보정 - 1
▼ 충청수영 영보정 - 2
▼ 충청수영 영보정 - 3
▼충청수영 공해관 삼문
▼충청수영 장교청 - 1
▼ 충청수영 장교청 - 2
▼충청수영 공덕비 군
▼충청수영성 남서치성 - 1
▼ 충청수영성 남서치성 - 2
▼ 충청수영성 남서치성 - 3
▼남서치성에서 본 충청수영 내성(內城)
▼남서치성에서 본 오천항
▼필자의 충청수영 인증
첫댓글 갈매못 순교성지의 갈매못이 무언지 궁금해 하면서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역시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음 코스의 답사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