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이사야 예언자가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이사 9,5)라고 예언한 내용이 오늘밤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2독서에서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라고 말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으로 호적 등록을 하러 갔다가, 아기를 낳아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고 합니다(루카 2,4-6 참조). 그 밤이 바로 오늘밤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메시아의 탄생을 나타내는 표시인 ‘아기 예수님을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였다’라고 말하면서 루카 복음을 시작하고, ‘예수님의 시신을 수의로 감쌌다’라고 말하면서 루카 복음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을 연결시킵니다. 루카 복음 23장 53절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시신을 내려 아마포로 감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셨다. 그것은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무덤이었다”(루카 23,53 참조).
이처럼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 속에는 주님의 부활과 승천, 성령강림 등 모든 대축일의 근거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의 탄생 축일은 … 모든 축일 가운데 가장 거룩하고 놀라운 축일입니다. 성탄절은 모든 축일의 머리요 어머니라고 불리는 축일입니다. … 주님 공현축일, 부활대축일, 승천대축일, 성령강림축일 등 그 모든 축일이 바로 예수 성탄 축일에 그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몸으로 태어나지 않으셨다면 세례를 받지 않으셨을 것이고,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또한 십자가에 못 박혀 파스카의 신비를 보여 주지도 않으셨을 것이고, 오순절에 성령을 내려 보내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이 모든 축일이 비롯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하느님의 이해할 수 없는 본성』 6,23-24).
하느님이신 주님께서는, 우리를 완전한 사람이 되게 하시려고 당신 스스로 낮추시어 인간이 되셨셨습니다. 예수님이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포대기로 죄의 밧줄에 묶여 있는 우리를 풀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처음에 우리가 지녔던 영원불멸의 옷을 되찾아 주시려고 당신께서 나약한 인간 본성을 취하시어 보잘것없는 아이가 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암브로시우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은 젖먹이 어린아이셨습니다. 덕분에 여러분이 온전한 어른으로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포대기에 싸이셨기에 여러분이 죽음의 덫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시편 18,4 이하 참조). …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그런즉 그분의 가난이 우리의 상속 재산이요, 주님의 약함이 우리의 능력입니다. … 그러니 주 예수님, 제가 구원받음은 … 당신의 고난 때문입니다.(암브로시우스 『루카 복음 해설』 2,41-42).
형제자매 여러분,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아기 예수님처럼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어야 합니다. 부유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신 것처럼, 우리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유함을 주기 위해 주님처럼 가난해져야 합니다. 주님처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용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성탄절을 맞이하여 구세주의 겸손과 가난을 본받아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 형제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됩시다. 우리가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으니, 우리도 가정과 직장과 공동체 안에서 먼저 용서하고 용서를 청하는 사람이 됩시다.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