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몇주전 양곡관리법이 야당 중심으로 개정되고,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했다. 야당이 재의에 붙였으나 의결에 실패하였다. 거부권 행사 이후 잠깐 논쟁이 있는 듯하더니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야당조차도 더 이상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한국 농업은 모두 느끼듯 문제가 많다. 경쟁력이 없고, 식량 자급률은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세계 최저 수준일 듯하다. 기후변화 등으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오면 먹을 것 놓고 이웃과 싸워야 하는 대표적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식량문제가 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이 한국에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농업과 농촌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관심을 갖는 정치인이나 학자가 거의 없다.
먼저 이번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자.
곡물 중 쌀은 그 해 생산된 것이 다 소비되지 못하고 재고로 남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쌀을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량 이상 수입해야 해서 재고 부담이 더 크다. 반면 밀 콩 옥수수 등 타 곡물은 자급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농업정책의 방향은 간단명료하다. 쌀의 생산은 줄이고 밀 콩 등의 타작물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인들이 쌀 생산에 주력하는 것은 쌀농사가 기계화가 되어 있어 덜 힘들고, 쌀값이 떨어졌다 해도 어느 정도의 수익은 계속 나기 때문이다.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만 더 늘릴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 맥을 잘못 짚었다.
그러면 정부의 대안은 어떤가? 논의 타작물 재배 전환 지원금 확대 등과 같이 기존 정책을 조금 보완했을 뿐이다. 논의 타작물 재배 지원은 콩 쌀가루용 쌀, 동물 조사료용 등으로 품목이 제한되어 있고 금액도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었다. 지원금을 늘린다 해도 농민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않을 듯하다. 여기에다 타작물 전환 지원금제도는 식량자급률 제고효과가 아주 미미하다. 정부 정책은 면피용으로 농업 경쟁력이나 식량안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서 잠깐 쌀농사의 비용 수익 구조를 살펴보자. 쌀 생산 비용과 생산량 등이 워낙 들죽날죽해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평균적 수치를 기ᅟᅮᆫ우로 점검해 본다. 면적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관행으로 많이 쓰는 1마지기(200평)를 기준으로 했다. 생산비는 모판 만들기와 모내기부터 농약주기와 수확까지 거의 대부분 외주를 주는 것을 기준으로 1마지기 당 20-25만원 정도이다. 비용은 농지의 면적과 농기계 접근성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건이 좋으면 20만원 내외에서도 가능하다. 농지 임대료는 1마지기 당 15-20만원 정도이다. 임대료는 기본적으로 농작업 편의성과 직불금을 누가 수령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임차인이 마을 이장 등과 같은 지역 유지인 경우 거의 무료에 가깝게 임대할 수도 있다. 이는 농지를 임대하는 사람이 마을 이장 등에게 자경 확인 등과 같이 부탁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은 1마지기 당 3.5-4.5가마(80kg 기준)정도로 평균 4가마 잡으면 대략 맞는다. 쌀 가격은 쌀을 어디에 파느냐 품종이 무엇이냐 어떤 재배방식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농협 수매가격이 80kg 당 19만원 정도이다. 실제는 이 보다 더 받는 농민도 꽤 있다. 그러면 논 1마지기의 총 수입은 76만원(19*4)이고, 농지도 빌리고 농사일도 거의 대부분 외주 주었을 때 순 수익은 36만원[76-(22.5+17.5)]이다. 많지 않다. 논 20마지기 자기 논을 자신의 장비로 농사 짖는 농민의 경우 총 수입은 1520만원(76*20)이지만 실수입은 훨씬 적을 것이다. 농야과 비료이외에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 가격이 고가이고 이의 감가상각과 할부 비용 등이 있기 때문이다. 농지가 적으면 외주 주는 것보다 자경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이러한 비용 수익 구조로 볼 때 소규모 자경농인의 경우 쌀값이 10% 올라도 총수입이 150만원, 순수입은 그 보다 적게 올라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쌀값에 민감한 사람은 농지를 대규모로 임차해 외주 방식으로 농사짓는 농촌 유지들이다. 이들은 자기농지 포함 농사짓는 면적이 100마지기 이상 되는 경우가 많고, 500마지기를 넘는 경우도 있다. 200마지기라면 순수입이 적게 잡아도 7200만원(36*200)이다. 이들은 자본과 노동의 투입을 거의 하지 않고 연 7000만원 이상을 버는 것이다. 쌀값이 10% 오르면 연 순수입이 700만원 이상 증가한다. 이들이 쌀값에 민감하고 농촌에서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농업정책은 쌀 생산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논에 이모작으로 밀 보리 메밀 등을 재배하는 경우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직불금 등 지원금이 직접 농사짓는 사람에게 가는 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지원 명칭도 타작물 전환이 아니라 식량안보 지원으로 바꾸어야 한다. 논에 2모작을 하는 경우 쌀 생산이 5%정도 준다고 한다. 이 정책은 쌀 생산을 소폭 줄이면서 밀 보리 메밀 등 타 곡물 생산은 대폭 증대할 수 있어 식량자급률이 높아진다. 농작물은 농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 이야기가 있다.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 농촌도 조금씩 좋아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