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삼백일흔네 번째
창백한 푸른 점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손가락으로 셀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은하에는 태양을 비롯하여 5,000억 개에 달하는 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우주 멀리 60억 ㎞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창백한 푸른 점 하나’로 보인답니다. 보이저1호가 보낸 이 한 장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에서 그럽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 모든 사람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 빛에 걸려 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엄청난 것 같지만, 먼지 한 톨 위에서 그랬다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우리는 ‘자유’를 찾습니다. 기원전 3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먹을 게 없어 콩꼬투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왕의 책사로 있는 친구가 찾아와서 “이 사람아 알렉산더 왕에게 조금만 머리를 숙이면 이런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자 “여보게 이런 거친 음식을 먹을 수만 있으면 비굴하게 굽신거리지 않고 살 수 있잖아.” 그러며 왕의 측근을 불쌍히 여기더랍니다. 요즘 반룡부봉攀龍附鳳하는 사람들을 보니 생각나서 몇 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