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산노루가 찾아 오셨다.
아픈, 다리를 끌면서
2026. 07. 15. 23시 지날 무렵
뜨락 전봇대 지선 아래에
두 살 정도로 보이는 숫노루 한 마리가 찾아 들었다.
평소에도 녀석들이 자주 찾기에 그러려니 했었는데
다소곳하게 서 있는 게 이상해 살펴보니
왼쪽 앞다리 요골과 앞발목골 사이가 골절된 게 아닌가.
정강이 부분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게 불편하여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119에 신고하니,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번으로 전화를 연결하여 주신다.
장소가 어디냐고 묻기에 위치를 알려주니
고라니가 아니고, 노루라면 구조가 가능하시단다
그러면서
서귀포시청 당직 번호(064-120)로 연결하여 주신다.
시청 당직실에서는 다시
야생동물구조센터 064-752-9582를 안내하여 주신다.
이곳으로 전화하니
자정이 넘었다.
그래도 한 분이 전화를 받으신다.
지금은 근무시간(08:30~22:00)이 끝나서
날 밝으면 출동할 수 있단다.
그동안 노루는 여러 번 서럽게 울더니
이내 동료 노루들 몇 마리가 주변에 몰려 들었고
나는 혹시나 야생 들개 피해가 있을까?
걱정하며 옆을 살폈다.
아침에 보니
노루는 안전한 곳을 선택하였는지
마당에서 집 뒤 뜨락으로 20여m를 이동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살펴보고 나서 다시 나가서 가보니
07시 30분 현재 방 앞 풀밭에 다소곳하니 앉아 있었다.
많이 피곤한 듯하다.
채식 동물이라 냥이 사료를 줄 수도 없고
머리와 목 부분에는 진드기들이 붙어 있음이 확인되지만
에프킬러라도 뿌려주고 싶지만
애가 놀랠까봐서
구조대원 올 때 까지는
현 상태로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얼릉 08시 30분이 되어야 하는데
내 나이 70에 시간이 이렇게 느려 터지게 가는 건 처음 겪는 일이다.
평소에도 밤낮 없이 노루, 꿩들이 마당을 즐겨 찾는 것은
풀이 있고 벌레들이 많아 서식하기 때문인 듯한데
이렇게 아픈 노루를 눈앞에 두고서도 할 수 있다는 게
겨우 전화질뿐이라니,
내가 봐도 한숨뿐이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3분 앞두고, 아침 8시 27분에 전화를 드렸더니
상냥하게 전화를 받아 주신다.
위치와 주소를 말씀드리니
급한 건 하나 먼저 해결하고 나서
반드시 오전 중에 구조를 하여 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얼릉 문 앞 뜨락 풀 숲에 누워 있는
노루에게 말을 전했다.
“ᄒᆞ썰만 더 지다렴시민, 바로 오껜햄시난
못전디어도 ᄒᆞ썰만 더 참아 주시라고
눈만 멀뚱거림으로 화답하는 녀석
오전 12시 경
젊은 청년이 구조차량으로
도착한 다음
오고생이 안아 상자에 넣고
가셨다
지난 밤 자정부터
12시간 동안 먹지도 못한 체
많이 불안하였겠지만
꾹 참고 이렇게 기다려준
노루가 고맙다
치유가 되면
다시 이 숲으로 와서
방사하게 된다고 하셨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반드시 회생하여
다시 이 뜨락으로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