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24.08.06 화요일
목적지 : Seceda, Dolomites
날 씨 : 맑음 오후 비
시차 적응과는 별개로 새벽같이 눈을 떠 나가보니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부지런한 새들의 지저귐이 요란스럽다.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봉우리가 점점 붉게 타오르며 아침을 연다.
모든 것이 살아 쿰틀거리고 있었다.
실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진산 삶의 향기였다.
Seceda를 오르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찾는 루트는 오르티세이(St. Ulrich)에서 Seceda Cable Cars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과 작은 산골 동네인 Santa Cristina Valgardena의 Col Raiser Gondola를 타는 방법이다.
두 가지 모두 루프 산행을 할 수 있으며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무방하다.
처음에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Seceda Cable Cars를 타고 능선까지 오른 후 하이킹을 생각했는데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급 마음이 바뀌어 후자인 Col Raiser Gondola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경제적으로도 더 높은 곳 까지 올라가려니 1번을 갈아 타야하는 번거로움과 비용도 많이 드는 작은 이유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르막을 먼저 오르고 나중에 내려오는 쪽이 나을 것 같은 판단이었다.
원정을 계획하면서 산장 호텔 그리고 항공권까지 마친 시점에서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자동차 렌트를 하면 간단하지만 비용을 떠나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의 운전과 6박 7일의 알타비아가 있어 애초 렌트는 뒤로 밀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관광의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버스 노선이 시원찮았다.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갈 Seceda의 경우 트레일헤드에 오르는 케이블 카를 타기 위해선 Ortisei 까지 가야하는데 버스로 4번을 갈아 타며 4-5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세체다를 포기할 수 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택시..
여기 저기 찾아보니 우리에게 딱 맞는 8인승 벤츠가 편도 280유로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기에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패스를 두 번이나 넘어갈 정도로 험난한 도로를 오르고 내리며 달렸다.
모두가 세체다에 닿기도 전에 차창을 통해 본 돌로미테에 푹 빠져 있었다.
Ciastel de Chedul
대충 적어도 찾아볼 산우님들 없으려니 하면서 마음 놓고 생각나는데로 적어본다.
하나같이 그림이 따로 없다
사진에서
달력에서 봄직한.. 그런
Piz Culac
파리가 들어가던 말던 입 벌리고 감탄하는 사이 Cucasattel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런.. 온라인에서 표를 구입해야 했는데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현지에서 하려했는데 온라인 판매만 된다고 한다.
이 때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 회사의 예쁜 사모님 아나리타님이 자신의 셀폰으로 도와준다.
덕분에 8장 구입 후 탑승.
항상 시작은 이렇듯 즐겁다.
그냥 바라만봐도 웃음이 나오는 시점이다.
헬로님은 카메라까지 준비해 테스트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이제 누르기만 하면 된다.
"꼬숩다:"
"아니 비싸게 줬는데 10분도 안 태워줘?"
오전 10시, 온도는 65도를 웃도는데 햇살은 이미 중동 사막 한폭판인 것 같다.
곤돌라에서 벗어나자 광활한 추ㅗ원과 함께 거대한 석회암 벽이 다가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동이다.
Torre Firenze를 배경으로
"돌로미테! 내가 왔다"
"투게더~"
세체다 하면 알아주는 손 꼽는 명소에 케이블카며 곤돌라가 수시로 오가니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비싼 뱅기 타고 왔는데 최대한 본전을 뽑아야죠"
트레일 헤드에서 바라 본 세체다.
그동안 수없이 눈으로 접했던 바로 그 곳, 세체다를 향해 출발
베니스에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들어설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푸른 하늘이었다.
얼핏 어렸을 적 바라 본 하늘과 흡사했는데 얼마 전 시애틀의 하늘의 연장선이었다.
트래킹을 하다보면 만나는 산장들
하나같이 그림같은 배경이 하루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아주 오래 전에는 먹고 살기 위해 들어온 조상님들일 것인데 이제는 시대가 변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곳으로 바뀌었으니 영원불변이라는 수식어는 없을 것이다.
시작부터 Dactylorhiza majalis 만발한 정원같은 트레일로 들어선다.
더 멋진 산 사진을 위해서는 꽃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지대가 높아서인지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이 돌아 적절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대충 찍은 탓에 그리 좋은 사진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실력도 그렇고 또한 원정을 가지 이틀 전에 부랴부랴 구입한 카메라의 성능및 조작이 서툴러 초반에 애를 많이 먹었다.
왼쪽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는 능선으로 쉬 보이지만 상당히 땀을 흘려야 올라갈 수 있다.
관광지다운 넓은 도로가 당분간 펼쳐지는데 하이킹을 하는 우리에겐 그리 좋지 않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넓은 도로와 산장들이 운집한다.
Pic - Monte Pic - Pitschberg
세게에서 유일한 석회암의 갸대한 벽은 이 곳도 마찬가지로 360도 파노라마를 만들고 있어 어디를 둘러봐도 과히 천국이 따로 없다.
알프스 하면 떠오르는 그림같은 초원과 기암괴석.
특히나 겨울이 지나고 파릇파릇해 질 무렵에는 들꽃 잔치가 시작된다.
영상으로 봤던 산장들
한번 시도를 해보려다 그만 두었는데 에어비엔비 스타일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가격은 헉? 소리가 나오겠지.
Pitl Sas Rigais, Sas Rigais, La Furchёta, Sas dla Porta - Torkofel 연봉들
이름이 중요하지 않지만 괜히 있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애써 찾아 올렸다.
대단한 깃발인가 싶어 촌사람들처럼 몰려들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잠시 쉬며 맥주를 들이킨 레스토랑의 선정용 깃발이다.
온 사방에 피어있는 야생화
이쯤에서 도로를 벗어나 좁은 산 길로 접어 들었다.
Fermeda Kapelle
유럽의 산을 오르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성당
카톨릭의 성지답게 규모는 작지는 정상에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상은 곳곳 트레일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성당을 벗어나니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는데 걷는 느낌이 상상 그 이상이다.
왕족들의 화려한 외출
걷는 머리 위로 리프트가 씽씽..
점점 달아오르는 햇살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이럴 때 걸어야지 언제 걸어보냐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Baita Daniel Hütte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새 애주가들의 한 잔은 빠질 수 없다.
"맥주를 알아야 제대로된 인생을 즐기는 겁니다"
시끄러운 애주가들에서 벗어나 주몽 한 컷.
역시 앉았다 일어서면 머리가 핑~~~
서서히 Pitla Fermeda가 다가온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흥분했었던 곳이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애초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우리의 숙소가 있는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여기까지의 교통이 그리 좋지 않아 다음으로 미룰까 하는 생각이 적지 않았는데 쉘리님이 "우리 세체다도 가죠?" 하는 바람에 택시까지 알아보며 다시 애초 계획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덕분에 브레이에스 호수에서 뜨레치메까지 모든 교통 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한 것이 잘 한 선택이었다.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산세와 트레일 양 옆으로 즐비하게 깔린 야생화
유명세를 떠나 걷는 행복은 특별했다.
그리 힘들지 않은 트레일에 바라보는 곳 마다 절경, 그래서 돌로미테를 그렇게 외쳤나보다.
이제라도 찾아온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미지로의 여행을 하다 보면 장소를 불문하고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있고 그냥 별 감흥없이 "좋네" 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산우님들은 어떤 쪽에 가까운가 궁금하다.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인 yellow buttercup flowers
산세도 꽃도 산우님들의 발걸음도 모두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