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 구리 료헤이 / 청조사
일본 북쪽 끝에 있는 도시인 삿포로에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이 하나 있었다. 일본의 우동집들은 매해 12월 31일이 되면 가장 바빠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새해를 맞아 한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로 떡국을 먹는 것 처럼, 일본에도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로 우동 한그릇씩을 먹는다고 한다. 삿포로의 우동집 '북해정'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밤 10시가 지나자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고, 무뚝뚝한 남자 주인은 아무말없이 주방의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무뚝뚝한 남자 주인과는 달리, 여자 주인은 친절하고 말투가 상냥하며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마지막 손님의 그릇을 치운 뒤 간판을 거두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가게 문이 열리더니 한 어머니와 두명의 아이가 들어왔다. 그들은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미안하고 공손한 말투로 우동을 한그릇만 시켜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조심스러웠던 마음을 눈치 챈 여주인은 오히려 더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그들을 안내하며 주문을 받았다. 세사람이서 한그릇의 우동을 시키는 것을 보고 처음엔 의아해했던 주인아저씨였지만, 그들의 옷차림과 행색을 보고 그들의 형편을 금방 알아차리고는 1인분의 우동에 몰래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았다. 비록 한 그르스이 우동이었지만, 세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인에게 공손히 감사인사를 하며 가게를 떠났다. 그 다음해 12월 31일, 북해정은 여느 일년의 마지막 날과 다름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자 손님이 뜸해지고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 문이 드르륵 열리며 한 여자와 두 사내아이가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들의 옷차림을 보자마자 작년 이맘대 온 세 가족이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렸다. 그들은 작년과 같이 한그릇의 우동을 시켰다. 그들을 알아본 아내가 남편에게 공짜로 3인분의 우동을 그냥 주는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지만, 그러면 저 세 가족이 부담스러워 다신 안올것이라며 지난해처럼 우동 반덩어리를 더 넣어서 삶아 주었다. 그들이 우동을 다 먹고 나갈때, 주인집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듯 큰ㄴ소리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밝고 따뜻하게 인사했다 . 그 다음해 마지막날 밤 10시가 다가오자, 주인아저씨는 2번 테이블에 '예약석'팻말을 붙여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10시 반이 되자, 그 가족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다시 우동을 먹으러 왔다. 아이들은 많이 성장해있었고, 이번에는 두 그릇의 우동을 시켰고, 주인 아저씨는 세 덩어리의 우동을 넣어주었다. 알고보니 그 날이 빚을 다 나누어갚았던 날이었고, 그래서 우동 두 그릇을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동생 쥰의 작문얘기가 나왔는데, 그 작문이 우동한그릇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것을 듣게 된다. 동생은 일직 돌아가신 아버지 대문에 빚을 지고 힘들게 살아가던 자신의 가정 이야기를 국어시간에 작문으로 썼고, 그게 전국대회에 출품되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 부부는 주저 앉아 한 장의 수건을 서로 잡아당기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들이 우동을 한그릇밖에 시킬수 없었던 이유를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그다음해 역시 그 부부는 가족들을 기다렸으나, 그들은 끝끝내 오지 않았다. 그 다음해도, 그 다음다음 해에도, 그들은 더잇아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북해정은 장사가 더 잘되어 인테리어도 다시 했고, 가게 모습을 새롭게 바꾸기도 했지만 그 가족이 항상 앉던 2번 테이블의 낡은 탁자는 귿로 두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주인 부부는 다른 가게들의 상인들도 초대해 일년의 마지막 날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게 안은 꽉 차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와 젊은 청년 둘이 반듯한 정장차림새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14년 후에 성공해서 다시 돌아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못왔었다고 설명도 해주었다. 주인 부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들을 보며 감동을 받아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다. 점점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요즘 시대에 저런 우동가게 주인부부같은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이익에만 눈을 돌리고 관심을 갖는 요즘 시대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아직은 세상에 희망이 있겠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먼저 바뀌면 세상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 모두가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찰갑다고, 각박하다고 한탄만 할게 아닌 내가 먼저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면 주변사람들도 조금식 변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내 주변 친구들의, 이웃들의, 가까운 사람들의 상황을 먼저 돌아보고 챙길수 있는 사람이 되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웃들을 먼저 돌아보고, 그들까지 챙길수 있는 따뜻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