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리:2006.5.14
11:35정령치-12:00고리봉-14:00세걸산-중식-15:00출발-15:35부운치-16:00팔랑치-16:30바래봉3거리-17:10운지사-17:20운봉중학교
2주 전에 덕두산-바래봉을 다녀왔었다. 그때는 철쭉이 꽃망울조차 터지지 않았고, 그 흔한 진달래도 구경을 해보지 못해 봄 산행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마침 우리 경인 산악회에서 바래봉 철쭉 산행이 있어 B형에게 동참하면 어떻겠냐고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였는데 사실 철쭉보다도 B형, J형, S형과 만난 지 오래되어 함께 지리산행을 즐기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수철리 전북 청소년 수련원에서 일행들 일부를 내려주고 정령치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정령치에는 이미 많은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초반부터 바래봉 쪽에서 넘어오는 산님과 뒤섞여 적체를 이루고 있다. 고리봉을 넘어서자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아예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간혹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가야 할 바래봉 쪽을 바라보면 여지없이 많은 산님이 줄지어 있어 오늘 산행이 제대로 될는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철쭉 구경을 하러 온 것인지. 사람 구경을 하러 온 것인지. 탄식하는 산님들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다. 지리 산꾼은 지리산의 이런 모습도 사랑해야 한다. 짜증과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흐르는 물처럼 순리대로. 막히면 막히는 데로. 트이면 트이는 데로 가면 되는 것이다. 어느 조급한 산님은 새치기하거나. 우회에서 치고 나가는 데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등 따가운 다른 산님들의 튀어나오는 욕설을 먹기 일쑤이다.
앞사람의 배낭 꽁지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세걸산. 세걸산 정상에는 많은 산님이 모여 앉아 술 한잔 걸치며 중식을 먹으며 봄날의 유희를 즐긴다. 우리 일행은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세동치를 한참 지나 겨우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홀로 산행 때에는 귀찮아 식사도 거르고 휴식도 없지만, 동료들과 함께한 산행이어서 여유도 있고 이러한 시간이 즐겁다. 각자의 배낭에서 쏟아져 나오는 맛 난 음식들. 달콤한 술. 그리고 이어지는 화기애애한 이야기들이 안줏거리가 된다. 몇 잔을 걸치고 나니 마음이 편하기 그지없다.
부운치부터는 바래봉의 철쭉을 보고자 몰려든 전국의 산님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철쭉은 만개하지 못했고 군락지 절반도 피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곱게 피기 시작하는 철쭉보다 모여 있는 형형색색 복장의 산님들 모습이 더 장관이다. 철쭉이 곱게 핀 군락지에는 어김없이 산님들이 모여 있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사실 철쭉 산행으로 치자면 바래봉도 좋지만, 소백산, 황매산, 성제봉 등이 더 낫지 않겠는가.
팔랑치와 바래봉 삼거리를 지나 바래봉을 오른 후 운지사로 하산을 한다. 하산 때까지 오로지 사람들 틈 속에서 부대끼며 짧은 산행을 마쳤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운지사 아래 주차장 근처 바래봉 철쭉제 대목을 노린 즐비한 포장마차에는 하산 주를 마시는 산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우리도 역시 그들 틈에 어울려 하산 주를 마시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첫댓글 일찍부터 산의 품에 안기신 애즈산님은 행복한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