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욱 목사님을 추모하며…
선영욱 목사님이 2024년 10월 14일에 별세하셨습니다. 흰머리에 걸쭉한 목소리, 그리고 허름한 양복 차림을 하시고 오시던 목사님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지난 2023년 5월 30일 우리 지방회는 선영욱 목사님의 은퇴식을 열어 축하해드렸습니다. 그때 목사님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는 직원들과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지방회와 만남도 이어갈 것이라고 하셨고요.
그런데 그 후 1년이 조금 지나 하나님께 올라가셨습니다. 우리 지방회가 장례예배를 맡아서 첫날 유족위로예배를 드리러 10월 15일 화요일 저녁 7시에 의정부 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총무 조해강 목사와 서기 김경종 목사, 회계 안혜숙 목사와 황병수 목사 이렇게 네 사람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위로예배에는 20명이 넘는 조문객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분들은 신산장로교회에서 담임목사님과 함께 오신 분들입니다. 이 교회는 지난 8년 동안 매월 첫주일에 선영욱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고 합니다. 선영욱 목사님은 직원들과 매월 첫주 토요일에 공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월요일에는 성경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일이면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셨습니다. 그 교회가 신산장로교회입니다. 그 교회 담임이신 전위학 목사님은 선영욱 목사님에게 매월 한차례 강단을 내어 주셨다고 합니다.
지난 2021년 12월 9일 우리 지방회 송년회 때 선영욱 목사님이 설교를 하셨지요. 그때 ‘가난한 자들을 도우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가난이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하시면서 개인으로든 단체로든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나님께 복을 받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목회자들도 그래야 복을 받는다고 설교 중에 강조하셨습니다.
그 설교는 놀랍게도 녹음되어 우리 지방회 카페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황병수 목사님이 당시에 설교를 요약하셨습니다. 참고 자료: https://cafe.daum.net/kagmidseoul/XHJD/2
그때 선영욱 목사님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도왔는지 들려주셨고 그 결과 하나님이 어떻게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 복을 주셨는지를 간증하셨습니다. 그리고 노년에 전원주택을 장만했는데 그 크기는 대지 454평에 건평 50평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대출을 받아 공장을 7개동 건축했으며 매출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파주시 이웃돕기를 위해 500만원을 기부한다고 말씀하셨구요.
그 당시에는 이 모든 간증이 정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장례식 예배에서 신산장로교회 목사님과 교인들을 만나고 보니 그 모든 간증이 다 사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이 결코 외롭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선영욱 목사님을 본 사람들은 전도에 열성적인 분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간암치료를 받는 가운데서도 별세하시기 1주일 전까지 강단에서 설교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장로교회 강단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교우들도 많이 와서 그렇게 이별을 슬퍼했습니다. 전위학 목사님은 선영욱 목사님을 신사라고 회고하셨습니다.
자녀들도 모두 잘 되었는지 장례식장 입구에는 화환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손주들도 아직 어리지만 조의함을 지키면서 조문객들을 정중하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선영욱 목사님의 삶은 우리 지방회에 드러난 것보다 더 깊고 넓고 풍성한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을 고백하고 감사하기 위하여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은 장례 일정에도 주님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상 선영욱 목사님의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위로예배를 드린 저의 소감을 공유해 드립니다.
2024년 10월 15일 밤에
지방회 총무
조해강 목사 올림.
이 장례식을 통해 고인과 함께했던 추억과 삶의 자취는 소중한 유산으로 기억되기를...
고인이 떠나고 난 빈 자리에는 우리가 그 뜻을 펼쳐갈 새로운 희망과 소임의식이 자리잡기를...
그래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날 우리가 한 뜻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확인하며 얼싸안고 함께 기뻐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임원들에게 나누는 보고의 글:
안녕하세요?
우리 지방회에 두개의 장례가 동시에 발생하여 임원들과 회원들이 마음을 두 곳으로 모아 주셨습니다.
선영욱 목사님의 장례는 우리 지방회가 집례했고, 박영순 목사님의 친모 장례는 서울북부지방회가 집례했습니다.
선영욱 목사님의 장례는 고인이 지난 8년 동안 매월 1회 설교하시던 신산장로교회 교우들의 참여 속에 은혜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선영욱 목사님과 오랫동안 교제하신 박상혁 목사님이 입관예배에서 설교하셨고 유족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발인예배 설교는 이원길 목사님이 맡아 주셨고 성남화장장까지 동행하셔서 집례해주셨습니다.
유족이 주신 사례비(100만원)는 설교하신 두분 목사님의 양해를 얻어서 이번에 있는 목회자수양회 후원금으로 입금했습니다.
임원들 외에 황병수 목사님이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2박3일의 컨퍼런스를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부회장 박영순 목사님께서도 모친의 장례를 맡아서 섬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힘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마음을 모아 주신 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총무 올림.
***
<장례식 후 개인적인 소감>
고 선영욱 목사님의 장례를 마치고…
선영욱 목사님이 별세하셨다. 향년 82세다. 우리 지방회는 지난 2023년 5월에 은퇴식을 열어 드렸다.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분이 많이 않은 것 같다. 지방회원들의 경조사에서 잘 뵐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월례회나 정기 모임 때 목사님과 잠깐 악수를 했다. 목사님은 공장을 운영하시면서 그곳에서 매월 첫번째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월요일에는 성경공부를 인도하셨다고 한다. 주일에는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셨고 그 교회에서 지난 8년 동안 매월 첫주일에 설교를 하셨단다.
선영욱 목사님의 장례를 위해 유족 위로예배를 드리러 빈소로 갔다. 의정부을지대학병원 장례식장이다. 벌써 많은 화환이 홀에까지 늘어서 있다. 단정하게 유족의 의복을 차려 입은 손주들이 문상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한 무리의 조문객이 빈소로 향했다. 그분들은 신산장로교회 목사님과 교인들이다. 우리 지방회의 예배와 조문시간이 겹쳤다. 아마 위로예배에 함께하려고 시간에 맞춰 온 것 같았다.
지방회 임원들 네 사람이 예배를 드리러 갔는데 신산장로교회 교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예배는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입관예배, 그리고 발인예배에 교인들이 함께하여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예배를 드렸다.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에 고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2021년 지방회 송년회에서 선목사님이 설교하신 내용을 소개했다. 정의롭고 따뜻한 분이신 고인께서 그 설교 시간에 나눈 메시지는 자신의 평생 좌우명과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설교였다.
나의 설교가 끝나고 신산교회 목사님은 그 설교 안에 등장하는 고인의 간증이 모두 사실임을 확증해 주셨다. 그리고 두분의 아름다운 동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려주셨다. 이튿날 입관예배에서 박상혁 목사님은 선영욱 목사님과 생전에 깊이 교제를 나누면서 들은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전해주셨다. 자녀들은 오열했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거기서 다시 한번 조문객들은 고인에 대한 인생퍼즐을 맞춰나갔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점점 선영욱 목사님에 대하여 알지 못했던 부분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의 곁에 진실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고인의 삶이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 감동은 즉시 삶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불러 일으킨다.
자녀들은 장례를 마치고 예배를 인도해준 목회자들에게 사례를 했다. 나는 그것을 받아서 설교하신 분들의 양해를 구하고 우리 지방회의 목회자수양회 후원금으로 보냈다. 선영욱 목사님의 유족들이 드린 것으로 했다. 금액은 100만원이다. 아마 선영욱 목사님도 무척 기뻐하실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를 만나서 교제하던 이들을 친구로 연결해주는 자리가 된다. 선영욱 목사님이 바로 우리에게 그렇게 하셨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결국 그의 주변인에 의해서 하나둘씩 드러나고 그 진심은 결국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다(전도서 7:4)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와서 보니 과연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곳이라는 깨우침을 얻는다.
선영욱 목사님이 주님의 품 안에 안식하신다. 그리고 그 주님의 넓은 품 안에는 우리도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결국 주님의 넓은 품 안에 함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육신으로는 이별이지만 그 정신과 마음은 함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밤에
서울중부지방회
총무 조해강 목사.
참고 자료:
선영욱 목사의 송년회 설교 음성 녹음
https://cafe.daum.net/kagmidseoul/XHJ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