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월의 나는 왜 쓰는가를 다시 보다가
소년이 온다를 집어 들었다.
한때는 광주를, 오직 망월동을 가려고
시동을 건 적이 있었다. 오래전일이다.
그리고 한 오육 년 전, 무섭도록 발전한 광주의
모습을 대하고 망월동행도 마무리되었다.
소년이 온다를 미루어둔 이유가 있다면
정면대결에 약한 자는 말없이 잠든
이들과의 대면이 오히려 편치 않은가 (ᆢ?)
전쟁을 큰 틀에서 생각한다면, 전쟁이다
파고들어 가 보자. 진창에서의 잠과 여기저기
생리적 배변들의 악취, 배고픔과 추위, 혹은 더위, 공포로 이지러진 눈, 죽지 않게 스쳐간 총알로
썩어가는 부위로 버텨야 할 때, 한 번에 죽지 않는 동료를 스쳐야 할 때,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보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토머스 리의 2000야드의 응시에서
공포에 질린 병사의 눈동자가 떠올라왔다.
소년이 왔다.
그는 공포도 원망도 아프다고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림만을 그렸고, 가만히 희고 가느다란
손을 내밀어 그린 그림들을 쥐어 주었다
행간마다 채워있는 그림들. 그리고 말한다.
".... 보세요"
참았던 눈물을 닦는다.
몸이 뜨거워져 양말도 벗고 스웨터도
벗어 걸었다
밖은 어둡고 춥다.
<신연옥>
토마스 리 2000야드의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