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간만에 모교인 총신대학교를 방문한다.
입학시험을 치러 가는 길도 아닌데
조금은 긴장되는 것이 너무 오래간만의 길이여서인지 모르겠다.
7호선 전철은 내가 총신을 다닐 때는 없던 노선인지라 다녀보지 않은 생소한 길이다.
굳이 그 길을 택한 이유는 한 번에 총신 입구까지 갈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주제발표가 시작되는 만큼 서둘러 길을 나선다.
그래도 너무 일찍 나선 감이 있어서 해장국밥집에 들러 콩나물국밥을 하나 말아 먹었다.
사가정역에서 전철로 갈아탄 우리는 남성역에서 내려 부지런히 학교 길로 향한다.
그런데 전철역 입구에 총신대학교란 이름이 너무도 선명한 버스 하나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학생인 듯 보이는 이들이 주루루 올라타는 것을 보고 우리도 덩달아 그 차에 오른다.
공짜로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셔틀버스였다.
우리 때는 없었던 것인데 학교 다니기가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총신대입구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터덜터덜 걷기를 얼마나 많이 했던지,
그런데 한참을 올라와 있는 지하철 역 하나가 신설된 마당에
그것도 모자라 셔틀버스까지 있으니 호강이 넘친다.
드디어 총신대 신관, 그 앞에 차가 멈추어서기에 그곳에서 내리려고 했더니 한 학생이 기사에게 묻는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나요?
그곳까지 올라간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다시금 셔틀버스를 타고 등산길의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른바 제2종합관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모교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낯 설은 곳이다.
마치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세미나가 진행될 카펠라 홀을 찾아 지하로 내려간다.
대부분 목사들의 모임 시간은 정해진 시간보다 늘어지나 보다.
예배 시간은 칼같이 지키면서 왜 모임의 시간은 늦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어색한 공간을 바라보며
동행한 심목사에게 신경이 쓰인다.
명색이 대 총신인데 준비하는 모습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아니한가란 생각에서 그랬다.
그나마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알고 보니 후원이사회 이사장과 개혁주의 상담학회 회장이었다.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왜냐하면 모두가 총신에서 함께 공부한 동기들이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환대를 해 주어서 원두커피까지 대접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내가 총신을 다니면서 오직 한 분,
형님으로 부르고 따랐던 김도혁목사님이 박사학위를 받았는데도 축하인사를 못한 상황이라
한번은 찾아뵈어야 도리이겠다 싶어 세미나를 핑계로 참석한 것이다.
얼마 후 김목사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세미나에 참석한다.
모두가 박사들로 구성되어진 학회와 그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학회세미나인 만큼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발제자 가운데 한 명과 논찬자 가운데 두 명이 모두 잘 아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졸업 이후에 그들이 어떤 길을 걸어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금은 산만한, 워낙 적은 인원이 그 넓은 홀을 사용했기에
더욱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지나고 늦은 점심식사를 대한다.
제 1 종합관에 위치하고 있는 교수식당이기에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
나도 모르게 예전의 습관(?)이 나오고야 말았다.
1등을 한 것이다.
밥 먹는 일에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훈련을 총신에서 자그마치 7년을 배우지 않았던가?
총알같이 내리달려 식당에 줄을 서던 그 모습은 아니지만
종종걸음으로 어느새 1등으로 밥을 먹게 된 것이다.
동명이인의 박상돈박사를 만난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총신의 자리에서 수준 높은 강의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열의를 갖고 질의와 토론에 임해 준 교수들도 그렇고
이렇게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을 주님의 교회를 위해 녹여내기를 소망하는
박사목사들의 자세도 배울 점이 많았다.
모처럼의 모교 방문과 세미나의 뒤끝은 이렇게 저렇게 들려진 8권의 책들로 풍성함을 약속하고 있다.
조촐하게 치러진 출판기념 행사를 지켜보며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서평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물론 나야 이제껏 출판기념 행사의 “출”도 못해보았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냐마는….
첫댓글 아주 오래간만의 총신 나들이였습니다. 긴 시간 동행해준 심재술목사님, 수고하셨네요. 정일웅총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목회 잘 하시죠." 총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말씀이겠지요. 우리 모두 총신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사님이 다니시던 총신대학교는 제게도 많은 추억을 간직하게 했지요. 딸들 업고 안고 방문했었는데 이젠 시집갈 나이들이 됐으니......
그러게요. 어쩌다 뒤늦게 신학공부를 하다보니 우리 딸들이 아빠가 신학공부를 한 증인이 되어 있네요. 물론 우리 막둥이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지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그 긴긴 칠년을 버텨냈겠습니까? 고맙지요.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