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
주말에 고종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 회기역 근처 예식장으로 가는 전철안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멜로디~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 나의 생명이 되신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리니 앞을 보지 못하는 어느 아주머니가 조그마한 바구니를 하나 들고 전철안을 헤메이더군요. 사실상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엔 아름다운 그 찬양을 마음속으로 따라 부르면서 여전히 그 여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천원짜리 지폐 한 장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지폐는 커녕 동전 하나도 건네주지 않는 마음이 굳은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 자신이 잠시도 타인을 생각하거나 작은 배려도 할 줄 모르는 정말로 갈길 못찾아 이리 저리 혜메이는 참으로 마음이 굳은 사람이었습니다.
제 옆자리는 이제 대학에 들어간 둘째 아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전철 안이나 길거리에서도 이런 분들을 많이 뵈어서 아이들을 통해 동전이나 지폐를 드릴 수 있도록 하였었는데... 그 여자 분이 지나간 후 참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왜 그분은 찬양을 틀면서 구걸을 하실까?
전철 안에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을텐데 그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저 분을 바라볼까?
모두들 왜 잠잠히 있는걸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회기역에 내렸습니다.
요즘은 음식값이 워낙 비싸서 축의금도 꽤나 내야만 합니다.
아들과 둘이 갔으니 밥값으로 조금 더 넣어 축의금을 내고 식장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목사님의 주례로 이어지는 결혼식이지만 식장에서 함께 예배하고 축하해 주지 못하고 아들과 함께 식당으로 먼저왔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맛이 어떠니 ..차겁니.. 뜨겁니.. 별로니 ..하면서 투덜거립니다.
돌아오는 길에 참 몰상식한 저를 발견합니다.
몇 만원 씩이나 되는 음식을 투덜투덜 하면서 먹는 모습이라니 쯧쯔...
하나님이 부르신 혼인잔치에 주님과 함께 있기 보다는 이핑계저핑계로 잔치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변일에 더 관심이 많은 나자신의 모습이라니 쯧쯔...
몇 백원, 몇 천원으로 한 여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었을텐데...
이런 못난 모습을 자식에게 보이다니...
참으로 메마른 저의 삶의 모습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이런 나의 모습 주님은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이리저리 헤메이는 내영혼 붙드시고 살리신 주님의 은혜를 이렇게 망각하며 살다니...
다시 기도합니다.
주님께 다시금 고백합니다.
나의 생명과 나의 참 소망은 오직 주 예수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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