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결과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오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여기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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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제출한 교육부 민원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 강사 재임용 평가의 부당함에 대해 학교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교육부에 민원을 쓴 것인데 교육부는 대학교가 쓴 글 자체를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민원을 완료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내가 학교측의 입장을 몰라서 민원을 썼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민원에서 나는 분명히 교육부의 의견을 물었다. 강의평가 결과가 만족에 해당하는 4점이 나왔는데 강의평가 점수가 50점 만점에 20점인 것에 대해 과연 제대로 된 평가라고 생각하는지 교육부에 물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다.
나에겐 알려주지 않았지만 교육부에는 알려준 대학의 강의평가 기준은 아래와 같다.
원점수 환산점수
96점이상 50점
91~95점 40점
86~90점 30점
80~85점 20점
80점미만 0점
대부분의 대학이 강의평가를 5점 척도를 사용한다. 5점은 매우 만족, 4점은 만족, 3점은 보통, 2점은 만족하지 않음, 1점은 매우 만족하지 않음이다. 강의평가 결과도 5점 만점으로 제공하는데 이 대학은 독특하게도 100점으로 환산해서 강의평가 결과를 제공한다. 4점이면 학생들이 대체로 수업에 만족했다는 의미로서 긍정적인데 이를 100점으로 환산하면 80점이 되어 왠지 부족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96점에 해당하는 5점 척도는 4.8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4.8이 얼마나 높은 점수이고 쉽지 않은 점수인지 말이다. 90점 역시 5점 척도는 4.5이고 여전히 상당히 높은 점수이다. 학교측 평가 기준대로라면 90점을 받아도 강의평가점수는 10점이 깎인다. 교육부는 이 평가 기준이 정녕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또한, 대학측은 평가 기준을 공개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높은 강의를 제공하고자 모든 대학들이 일정 수준의 강의평가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과연 모든 대학들이 이렇게 높은 평가 기준으로 시간강사를 평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질높은 강의를 추구하는 대학에서 강의평가 4.1 점수에서 4.3점으로 강의가 더 좋아진 강사를 계약해지 한 것이 말이 된다고 교육부는 생각한 것일까?
대학측은 다음 학기 신규 강사 채용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1년 계약한 강사의 평가를 1학기만으로 하게 되고 이를 이미 강사 오리엔테이션에 공지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교육부에 알렸다. 다음 학기 신규 강사 채용 준비를 위해 계약 기간의 절반에 해당되는 수행만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대학의 행정 편의주의인데 교육부는 정녕 이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강사 오리엔테이션은 개인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지만 강사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강사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에게 메일로 내용을 전달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메일을 받지 못했다. 설사 메일로 전달 받았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평가 방식이다.
학과 기여도 항목에서의 감점에 대해 학교측은 나에게 아무런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는데 교육부에는 아래와 같이 설명을 제공했다.
'학부(과)에 대한 기여도'는 수업 운영, 학생 민원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평가하는 항목으로, 계약기간 중 민원 발생 내용과 수강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부(과)장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업 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민원, 학생들의 불만, 강의평가 결과 상 주관식 항목에 나타난 강의의 문제점 등 객관적인 근거를 통하여 평가하고 있습니다.
1학기 내 강의평가 결과 주관식 항목에 학생 의견은 단 2개였고 아래와 같다.
- 대학생활 중 기억에 남을 새로운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생각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어려웠지만 학기 말에는 다양하고 많은 생각을 할 정도로 이 수업에 적응을 한 것이 좋았다.
- 한 학기 동안 세 가지 학습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학습하고 자신의 학습관을 정립해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다소 생소했던 사회문화관점을 알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며 비판적인 사고와 상황에서 그리고 삶에서 학습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나와 너, 우리 그리고 삶을 이해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강의에 깊이 감사합니다, 선생님.
위 내용 중 어디에서 학생들의 불만을 찾았는지 나는 의문이다.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평가했다고 했는데 근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교육부는 왜 학교측에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청하지 않는 것일까?
강사의 임용과 재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교육부 민원 결과 문서 첫머리에 언급되어 있다. 나도 학칙이나 정관을 따르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터무니 없이 잘못된 학칙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학교측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결국 교육부에 민원을 쓴 것이다. 명확한 근거 자료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일개 개인을 상대로 학교라는 기관이 권력을 갖고 함부로 대했다고 생각했기에 교육부에 민원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학이 나에게만 유난한 것이 아니라 시간 강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민원을 쓴 것이다.
학칙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라고 한다면 교육부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강의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평가 기준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교육부가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는 애초에 민원 대상이 아니라고 나에게 말했어야 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질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늘 말하지 않았던가? 교육의 질관리란 무엇일까? 학생들이 만족해 하는 강사를 얼토당토 않는 평가 기준에 의해 계약해제를 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교육의 질관리인가?
강의를 잘하는 강사가 계약해제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학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시간강사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고히 하며 앞으로도 동일한 방식으로 또다른 피해자를 발생시킬 것이다. 교육부가 말하는 대학 수업의 질관리가 정녕 이런 모습인가?
교육부에서 민원을 접수했다면 학교측의 설명을 들은 후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 학교측 답변을 전달하는 것으로 민원을 마무리 지으면서 문서 말미에 민원 답변과 관련해 추가 설명이 필요하면 학교측 인사팀이나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로 연락해달라는 말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학교측에 연락할 이유가 무엇인가? 학교측은 시종일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자세인데 내가 다시 연락을 한 들 무엇이 달라지는가?
교육부에 전화를 내가 해야 하는 것도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공무원 사회의 행정 편의 주의가 아닌가? 민원이 들어왔으면 양측의 입장을 듣고 교육부의 의견이 존재해야 하는데 나는 교육부로부터 아무런 의견을 받지 못해서 가장 실망스럽다. 학교측이야 원래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으니 그리 놀랍지 않다.
교육부의 이번 민원 처리에 대한 불만을 다시 민원으로 쓸까 고민 중이다. 사실 민원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신경쓰이고 귀찮은 일이며 더구나 감정을 소모하느라 힘이 든다. 어차피 그 대학에서 강의를 다시 할 것도 아닌데 그냥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멈추면 그 대학은 교육부에서도 별 말 안하고 그냥 넘어가니 앞으로 더욱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당당하게 강사를 평가하고 계약 해지를 할 것이다. 마치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면 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내 민원 하나로 힘을 갖고 있는 대학이 바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에 강력한 힘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교육부가 민원이 발생할 시 적어도 못 본체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대학이 알게 된다면 시간강사 평가와 관련해 제도를 개선해나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