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세상> 강좌-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 읽기’
오오, 이런 게 대박!
강좌 공부는 이렇게 한다. 24개 장(Chapter) 가운데 자기 원하는 장을 선택한다.
1교시는 하루에 3명씩 맡은 장을 15분에 걸쳐 요약해 발표한다. (총 8주 소요)
발제 글은 <지식과 세상 카페>에 올린다. 그 중 인상 깊은 단락을 영문으로 선택한다.
영어 원문은 ‘카페’ 책 자료실에 있다.
발표를 마치면 유머나 장기 자랑을 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2교시에는 선택한 영어 원문을 김윤상 선생님과 함께 읽는다. 한자를 알고 사자성어를 읽으면 머리에 잘 들어오듯이 명 경구를 원문과 비교해서 보면 기억에 더 확실하게 남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서양사/미국사를 전공하신 김종길 교수께서 중요 문제에 대해 해설을 하신다.
8월 2일, 첫 발제는 박진영 수강생의 “피부색에 따른 차별” 이었다. 완전 대박!!!
강의 전 강의실 옆 중국집에서 김윤상 선생님과 김종길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같이 저녁 식사를 하였다. 이때 김윤상 선생님이 오늘 카페에 올린 발제문이 수준 이상이라고 만족하셨다. 사실 나는 읽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발표 때 PPT로 본 발제문은 깔끔했다. 김윤상 선생님에게 칭찬 받을 만했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한 인종차별에 대한 동영상으로 발제를 뒷받침했다.
그리고 2교시에 할 영어 원문 읽기를 자신이 직접 했다. 유창한 영어 발음은 원어민 수준이었고, 번역도 유려했다.
그리고 장기 자랑을 했다. 샹송인 ‘Autumn leaves“를 재즈 풍으로 멋지게 불렀다.
첫 발제자가 아주 완벽해서 앞으로 발제할 사람에게 엄청난 무담을 줄 정도였다.
박진영 수강생은 내가 속한 한 모임의 멤버의 딸이다. 좋은 성격에 재능이 좀 있다 싶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박진영 양은 인문학과 거리가 먼 한방피부미용과를 전공했고, 미국에서 재즈 공부를 하다가 비자 문제로 여의치 않아 귀국했다고 한다.
흔히 이야기 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감각적이어서 책과 거리가 멀다고 말이다. 박진영 양은 이런 선입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요즘 고위 권력 요직에 있는 자들이 벌이는 행태를 보면 과연 저들이 교양 있는 사람인가 의심을 하게 된다. 고위 법관, 고위 검찰 관계자, 총리 이하 장차관들, 다선을 자랑하는 국회의원들 말이다. 이들 학력은 국내 최고일 뿐아니라 하버드니 뭐니 하는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한데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소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으니 말이다. 청문회 같은 것을 보면 저렇게 소갈머리 없는 자들이 어떻게 고위 권력자가 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두 번째 발제한 우태우 수강생도 만만치 않았다. 학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전공은 인문학과 거리가 한참 멀었다. 전공의 울타리에서만 맴맴 돈다면 인생의 행보가 얼마나 뻑뻑하겠는가. 인문학은 뻑뻑한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세태가 간사스럽게 약삭빨라 이른바 학벌은 좋지만 품위 있는 소양이 없는 작자들이 권력을 농락해도, 이런 젊은이들이 있는 한 우리는 우리 미래의 희망을 저버릴 수가 없다.
‘명저 읽기’ 인문학 교실을 통하여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이번 강좌의 어마어마한 미덕이다.
8월 23일 강좌에는 중학교 1학년생인 이언준 군이 발제를 한다.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