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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해운대 역사.문화 스토리텔링 길여행
2013년 3월10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해운대 벡스코 앞 ‘시립미술관역’ 5번 출구 앞에서 제3차 해운대 역사.문화 스토리텔링 길여행을 위해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1, 2차 길여행에 참석했던 이들도 있지만, 3차 길여행에 처음 참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1, 2차 길여행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다가 3차 길여행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다. 모인 사람들은 서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4대째 해운대에서 살고 있다는 좌상훈님께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첫 이야기는 수영 비행장 이야기. 나는 동래역 가까이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수영 비행장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지만 그 수영 비행장이 일제 식민지 시절에 군용 경마장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수영 비행장은 일제 때는 군용 경마장이다가 해방 후 미 군정 시절엔 미군 비행장으로 사용되었단다. 그러다가 공군 비행장과 함께 민간 비행장으로 이용되다가 김해 공항으로 이전된 이후 벡스코 등의 시설이 들어선 것이다. 수영 비행장으로 이용되던 시절엔 기차가 지나갈 때 철길 건널목을 차단하여 통행을 막듯이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도로를 막고 길을 차단하였다고 한다. 수영 비행장이 생기기 전에는 승당마을(지금의 우동 동부아파트) 쪽은 하얀 모래가 가득한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한다. 수영 비행장이 있던 자리에는 이젠 많은 빌딩이 들어서 옛 자취는 찾을 길 없게 되었지만, 그곳에 수영 비행장 이야기를 간단히 담은 표지판을 세우고 QR 코드를 이용해 볼 수 있도록 사진과 상세한 내력을 담아두면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 있게 되는 것 아니겠냐는 말씀에 공감하였다.
수영 비행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시립 미술관, 올림픽 공원 쪽을 지나 길을 건너서 두 번째 이야기를 들었다. 수영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인 기수지역(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설명이었다. 부산에는 3곳의 기수지역이 있는데 낙동강, 맥도강, 수영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한다. 맥도강은 낙동강 안의 강이고, 낙동강은 하구둑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 막혀 버린 곳이라 수영강 하구는 부산 유일의 기수지역이라 하였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은 영양이 풍부하여 다종다양한 어류들, 갑각류들이 있고 이 풍부한 먹이를 찾아 수영강 하구까지 밍크고래가 올라왔다고 한다. 밍크고래는 주로 갑각류들을 먹이로 하며, 고래의 수염은 모래는 걸러내고 새우 등의 먹이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얼마 전 수영만 요트경기장 안에 새끼 고래가 왔었다는 기사가 있었다며 이것이 예전엔 밍크고래가 많았다는 증거가 된다 하셨다. 지금 수영1호교 위에는 조형물로 범고래가 세워져 있는데, 범고래를 세우기 보다는 실제 수영강 하구까지 올라오곤 하였던 밍크고래를 조형물로 만들었다면 수영강의 스토리텔링과 잘 맞아떨어질텐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였다.
기수지역 건너편의 산이 백산이고, 그곳에 첨이대가 있는데 첨이대에 서면 수영강 주변을 잘 조망할 수 있다며 1960년대 백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때는 매립을 하기 전이라 수영강의 폭이 엄청나게 넓은 모습이었다. 민락 현대아파트, 협성아파트도 수영강 하구를 매립한 곳에 세워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민락 현대아파트 옆에는 선소(船所)가 있었는데 이것은 좌수영성 아래에 수군(水軍)이 배를 대던 곳이라 한다. 황령산의 봉수대에서 간비오산 봉수대, 그리고 기장 남산 봉수대로 이어져서 봉화가 올려졌는데 좌수영성에서 간비오산 봉수대로 올라갈 때는 재송평야를 지나 재송포에 배를 대고 간비오산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재송평야에서 나는 세곡(稅穀, 세금으로 내는 곡식)을 수영강을 통해 운반하였고, 인근에는 세곡을 보관하던 창고도 있었다고 한다. 간비오산은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많아서 간비오산(干飛烏山 )이라 이름 붙여졌다는데, 토요일 아침 집 가까이 있는 간비오산 봉수대에 올랐다가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까마귀 사진을 찍었던게 생각나 ‘여전히 까마귀가 많은 산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간비오산의 봉수대는 너무 엉망으로 복원해 놓은 곳이라 하여 아쉬웠다.
가야가 신라에 복속되기 이전에 해운대는 가야에 속하였던 곳이고, 가야와 신라의 경계가 되는 지점은 장산, 달맞이고개의 와우산, 부흥고 쪽의 부흥산을 연결하는 곳이라 하였다. 수영강 아래 해운포는 국제항이었을 개연성이 높은데 동래패총에서 나오는 유물 중에 유리구슬이 있다는 것은 멀리서 아라비아의 상인들과 교류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만 하다고 했다. 또한 최치원이 신라에서 당나라로 오갈 때 이곳 해운포를 이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수영강변을 걸으며 이야기는 이어졌다. 지금 망미동 포스코아파트(전에는 육군 통합병원이 있던 곳)는 통일 신라 시대의 동래읍성이 있던 자리이고 배산에 산성이 있는데, 이 산성은 통일신라 시대 때의 동래읍성과 연결되는 산성이란다. 황령산 아래에 겸호대가 있고 수영 팔도시장 쪽의 솔숲 언덕은 좌수영성이 있던 자리라 하였다. 좌수영성에는 고려 때의 최영 장군의 사당이 있고, 25의용단의 사당도 있다고 했다. 고려시대 때 동래지역은 적군의 땅이라 여겨 관(官)에서 보호해주지 않아 왜구들이 극성을 부려 살기가 너무 어려웠단다. 그런데 최영장군이 와서 왜구를 물리쳐주었기에 최영 장군을 기리는 사당인 무민사가 부산에 3곳이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최초로 경상좌수영이 있던 수영 쪽으로 진격하여 오자 경상 좌수사 박홍은 배를 불태우고 도망을 쳤는데, 수군 등 25명의 의용군이 이곳 최영 사당 앞에서 결의하고 임진란 최초의 의병을 조직하여 대항하였다고 한다. 다대포에서의 첫 전투에서는 일본군을 물리치고 이겼으나, 더 많은 군사를 동원하여 침략해온 일본군에게 처절하게 당하였단다. 송상현공(임란 당시 동래부사)등은 기억하지만, 임란 최초의 의병인 25의용군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였다.
수영강과 온천천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온천천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동래역이 있는데 그곳은 옛날 영남대로(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의 동래역 자리(그때는 말을 바꾸어 타고, 말을 쉬게 하는 곳)에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동해남부선의 동래역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철도는 알다시피 조선 백성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산출물을 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 시절을 동래역 부근에서 살았음에도 동래역이 옛 영남대로의 동래역이었음을 알지 못하였다. 원동교 부근에 이르러 다시 동해남부선이야기를 하였다. 부산진역에서 시작된 동해남부선은 부전역, 동래역을 거쳐 기장, 일광, 좌천, 울산을 거쳐 경주까지 가는 철도인데 동해 남부지역에서 나는 해산물 등을 공출해 가는 역할을 하였단다. 기차가 다니는 원동교 철교 뿐 아니라, 차가 다니는 원동교도 일제시대의 신작로 공사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지금 원동교 철교를 해체하는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역사적 가치가 시설물들을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개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역사는 알 수 있게 무작정 철거하지 말고 일부라도 보존시키면 좋겠다. 또한 동해남부선을 이전하면, 기존의 철도부지를 땅장사하려 들지 말고, 부산 시민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또, 인근의 반여동은 반여1동이 토박이가 살던 곳이고 삼어마을은 연어, 숭어, 은어가 많은 동네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고, 반여2, 3동은 1972년 서구 대신동 쪽의 구덕수원지가 붕괴되어 생긴 이주민들이 옮겨온 정착촌으로 무지개마을이라 하였단다. 원래의 계획은 반여농산물시장이 있는 곳까지 가기로 하였는데, 원동교 근처에서 길걷기를 마무리하였다. 해운대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들으면서 걸어보니 재미도 있고 지역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 해운대 지역의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싶다. 좌상훈 선생님 혼자서 하시기엔 어려울 것이고, 각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해운대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수를 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전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교실 밖으로 나와 강변을 걸으며 해운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공부만 하라고 하지 말고 지역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그리고 <QR코드를 이용한 해운대 역사, 문화 스토리 텔링 표지판>은 해운대구에서 관심을 가지고 꼭 실행하면 좋겠다.
아무런 댓가 없이 해운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좌상훈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