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송창식 작사/작곡)는 1976년 발표한 「송창식」의 노래로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명곡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 가요사에서 단 한 명의 천재를 뽑으라고 하면 「송창식」을 뽑을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입니다. 「송창식」은 특유의 감성을 가졌고,
노래 가사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애드립을 지녔으며, 클래식
전공자답게 엄청난 성량(聲量) 까지 지닌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입니다.
전성기 시절 엄청난 퀄리티와 시대를 앞서간 곡들을 발표했는데, 그의
노래들 대부분이 「송창식」본인이 작사, 작곡한 것들입니다.
「송창식」은 1970년대 청년 문화를 이끌었던 음악다방 '쎄씨봉'의 멤버
였습니다. '고래사냥', '피리 부는 사나이', '한번 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습니다.
개량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기인(奇人)' '도인(道人)'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법적(法的)인 아버지는 6.25때 전사한 경찰관
송모씨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화가 전혁림과 어머니 김모씨 사이에
태어난 혼외자로 알려져 있고, 아버지가 전사한 이후 어머니는 행방
불명되어 여동생과 함께 외조부모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최종 학력은 서울 예고 졸업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 학교를 포기
했음에도 국가유공자의 아들이라 퇴학시킬 수가 없어 졸업한 것으로
서류 정리가 되어 있답니다. 동기동창으로 지휘자 '금난새'가 있습니다.
'금난새'가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음악에 정말 천재였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가난해서 매일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바로「송창식」입니다.
애초에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꿈꾸는 클래식 전공자였으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중도 포기했습니다.
「송창식」을 '쎄시봉'으로 이끈 사람은 '이상벽'이었습니다.
「송창식」은 '쎄시봉' 이전에는 최말단 노숙자 생활을 하였습니다.
「송창식」은 “그 해에 겨우 건설 현장에 가서 야방(건설 현장 노동자
들이 생활하는 곳)에 가서 춥지 않게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쫓겨나서
쎄시봉으로 갔다. 그 때까지는 전부 (힘든) 언더 그라운드에 있다가
쎄시봉에서 밥을 준다 하니까 거기가 온그라운드였다”고 했습니다.
이상벽은 “내 기억으로는 홍익대학교 앞에 기타 치는 많은 학생들 중
에서 「송창식」을 내가 '쎄시봉'으로 데려갔다. 데리고 간 것이 「송창식」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고 말했습니다.
'쎄시봉'에 들어가기 전에 「송창식」은 팝 음악을 모르는 정도가
아니고 싫어했습니다. '쎄시봉'에서 조영남을 만난 게 전환점이었습니다.
「송창식」은 "조영남을 안 만났으면 팝송에 대한 의욕이 안 생겼을 거다.
조영남 노래를 듣고 팝송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조영남은 “「송창식」이 노래를 너무 감동적으로 불러서 만나자마자 친해
졌다. 집도 모르는데, 작업실 피아노에서 같이 자며 생활했다”고
「송창식」과의 인연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 나와서 아주 남루한 기타로 연주했다. 나보다도 더
거지 같은 모습의 친구가 노래를 하는데 장난이 아니였다”고 감탄
하기도 했습니다.
「송창식」은 윤형주와 함께 듀엣 트윈 폴리오로 데뷔했다가 '윤형주'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1970년에 솔로로 전향했습니다.
금전 관리가 철저했고 사업 수완이 있었던 '윤형주'는 많은 재산을
축적해 재산가가 된 반면에 사람이 너무 좋아서 보증도 서 주고 돈도 꿔
달라는 대로 꿔주던 「송창식」은 많은 재산을 잃었습니다.
「송창식」이 돈을 잘 벌던 시절에 알랑대며 돈을 꿔 간 사람들 중
제대로 갚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빈털터리는
아니며, 저작권료로만 매해 7,500만원의 고정 수입이 있어 경제적
으로는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윤양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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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내리네
내 마음 깊이 내리네
내 님 떠나가던 그날 처럼
부슬 부슬 부슬
이슬비가 흐르네
내 마음 가득히 흐르네
두 손 뒤에 감춘 눈망울처럼
방울 방울 방울
비야 비야 밤새 퍼부어라
가슴 속에 구름 거둬 가려므나
밤이 새면 햇살 비쳐 주려므나
이슬비가 내리네
온 세상 가득히 내리네
내 님 떠나가던 그날처럼
부슬 부슬 부슬
이슬비가 흐르네
내 마음 가득히 흐르네
두 손 뒤에 감춘 눈망울처럼
방울 방울 방울
비야 비야 밤새 퍼부어라
가슴 속에 구름 거둬 가려므나
밤이 새면 햇살 비춰 주려므나
비야 비야 밤새 퍼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