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 (v8)
젊은 시절에는 잠자는 시간과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의미 없고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잠 안 자고 뭐 했나 돌이켜 보면 학생 때는 밤새워 공부하는 긍정적인 일도 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음주 가무와 같은 헛된 일에 시간을 낭비한 적이 많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나이 들어 큰 병을 앓고 난 후 젊은 시절과 생활이 많이 바뀌었는데 금주 금연 등 나쁜 습관을 단칼에 끊을 수 있었고 건강한 먹거리를 챙겨 먹는 식생활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제일 큰 변화는 수면의 변화입니다. 이전과는 달리 일찍 자고 많이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평안히 누워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입장에서도 원래 생각하는 것이 악한 인간들이 오욕 칠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랑과 전쟁 그리고 시기와 질투에서 벗어나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계시지 않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저는 제 생애의 전성기를 세 살 터울로 2남 1녀를 키웠던 삼십 대 젊은 아빠 시절을 꼽습니다. 대부분 아내가 육아를 전담하였으니 감히 육아의 6자도 꺼낼 처지가 아니지만 가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장면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고 가슴 뭉클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그중에 하나는 공중보건의 시절 마산시내 병원에서 수술실 아르바이트를 자주 하였는데 일을 마치고 새벽녘에 귀가하여 아이들 방에 들어서면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평안히 누워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깜깜한 방안에는 평화로운 숨소리와 달콤한 냄새로 가득 차 있고 어슴푸레 보이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은 ‘엄마 아빠 때문에 평안하게 잘 자고 잘 먹고 잘 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내가 아버지구나라는 것을 진하게 느끼면서 자긍심과 책임감이 용솟음치는 것이 느껴지며 동시에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 주먹을 불끈 쥐게 됩니다.
저는 찬양단원으로 일주일 동안 틈틈이 찬양을 연습하며 주일에는 영과 진리로 예배드리고자 용을 쓰며 평일에는 성경을 통독하고 아직은 잘 지켜지지 않지만 시간을 정하여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려 나름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나의 하루를 평가해 보면 이런 모든 시간 보다 하나님 보시기에는 아마 제가 잘 때가 제일 예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잘 보이려면 잠을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
주님! 오늘의 큐티 제목이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입니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 두신 그 기쁨을 찾아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큐티의 기쁨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말씀에 비추어 예전에 추억들을 떠올려보고 새삼스럽게 감사하며 또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계획하는 시간들이 세상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이 순간(present)이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두신 선물(present) 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이번 주 저희 호산나 찬양대가 부를 ‘은혜’의 가사인데 오늘 시편을 묵상하고 난 후 나의 고백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