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옥상 텃밭
황 동 규
아내와 이웃들이 상추 고추 깻잎 조금씩 가꾸는
아파트 옥상 텃밭,
어제 까치들이 날아와 몇 곳을 엉망 만들었다.
올라가 보니 푸성귀 상당수 뽑아버리고
흙 속에서 놀다 갔다.
부리로 깻잎 고추 줄기를 뽑고
흙에 몸을 비벼댔겠지.
보이느니 하늘 아래 온통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까치들의 하루하루가
흙에 몸 좀 비벼보고 싶은 나날이 아니었을까?
까치들의 접근 막는다고
아내와 이웃들이 박아논 나무젓가락들을 보며
잠깐 까치 마음이 됐다가 내려왔다.
다음 날은 까치들이 나무젓가락 몇을 뽑았다.
까치 둘은 아직 미련이 남은 듯 옥상 난간에 비켜 앉아
다시 젓가락 심는 아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텃밭 임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사람들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지겨워
진흙 찜질하러 달려가고
젊은 까치들이 코로나 퍼뜨린다 야단맞으며
나이트클럽을 기웃대지 않는가?
그렇지 않은가?
까치와 나무젓가락 들을 번갈아 보며
먹먹한 마음 비비다 내려왔다.
첫댓글 나이 들면 보이는 것들을 그냥 진솔 하네요.
나도 쓰겠어요. 나이 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