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 [제41회]
현장의 수륙대회. 관음의 현성
때는 정관 십삼년.
왕께서 불법 강의 명하시다/
도량이열리고 무량법 설하니 운무가 감실을 감싸네/
은혜로운 칙명으로 고찰을 지으니/
금선은 속진벗고 서역으로 가도다/
선과를 베풀어 윤회를 벗어나고/
삼세에 불법을 선양하네/
정관 십삼년 기사년 구월 초삼일 길시에 진현장 대천법사는
일천 이백명의 고승을 장안성 화생사에 모아놓고 불경을 강해하게 되었다.
태종은 조회를 마치자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봉련을 타고 금란전을 떠나
화생사로 향을 올리러 떠났다. 그 행차는 보기 드물게 으리으리했다.
어가가 화생사앞에 이르자 태종은 풍악을 멈추게하고 어가에서 내려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부처님께 절 하고 향을 피웠다.
태종이 세번도는 삼잡의 예배를 마치고 들러보니 과연 훌륭한 도량이었다.
태종은 문무백관과 함께 향을 피워 올리고 불조와 나한에게 경건히 참배했다.
예를 마치고 중들이 제자리에 앉자 현장은
외로운 영혼을 천도하는 글을 태종께 보였다.
지덕은 아득하고 선종은 적멸하다/
천변만화하며 음양을 통섭한다 /
몸의 작용은 참되고 떳떳하다 /
저 고혼을 보매 심히 불쌍하도다 /
중략
이 좋은 인연으로 제도 천자님을 모시고 우리 승회의 기회에
지옥의 속박에서 해탈하고 속속히 극락에 올라 임의로 소요케하며
자유자제로 서방을 왕래토록 하라.
한 향로의 영수향 몇권의 초생록 끝없는 묘법을 말하고
끝없는 천은을 입는다. 죄는모두 제거되고
고혼은 모두 옥을 나온다 내 나라 강성해
만백성이 행복하기를 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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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은 글을 읽고 매우 기뻐하며 중들에게 당부했다.
"여러 스님들은 불사에 정성을 다하고 꿈에라도 게을리 하지말라.
불사가 무사히 끝나 모두에게 복이 돌아가게 되면
짐은 후하게 상을 내려서 그대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할것이다."
일천이백 승려는 일제히 머리를숙여 예를 올렸다.
그날 태종은 세번째 제까지 보고 궁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이레 후 정회날까지 태종은 또 와서 향을 살라 올렸다.
저녁 무렵이 되어 백관도 다 돌아갔다.
한편 남해보타산의 관음보살은 여래의 분부대로 장안서에 머물면서
서방으로 경을 가지러갈 사람을 오랫동안 찾았다.
그러나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멀고먼 길을 가서 경을 가져와 전할만한
참다운 고승은 좀처럼 찿기 어려웠다.
그런중에 태종이 선과를 선양하기 위해 고승들을 선발해서 대회를
열었는데 단주로 뽑힌 중이 강류화상이라는 말이 전해졌다.
보살은 그 강류화상이야 말로 극락에서 내려온 불제자로서 일찌기
자신이 그 혼을 이승으로 환생시켰던 중임을 알고 매우 기뻤다.
보살은 제자 혜안과 함께 장안거리로 나가 여래에게 받은 금란 가사와
구환 석장을 팔러다녔다. 여래가 주신 보배 중에서 금.긴.고리중에서
세개는 뒷날에 쓰려고 깊이 감추고 가사와 석장만을 팔려했다.
마침 장안성에는 수륙제에서 밀려난 어리숙한 중이 있었는데
그는 약간의 돈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전신에 부스럼이나고
누더기 차림에 모자도없고 신조차 신지 못한 중이 번쩍번쩍 빛이나는
가사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욕심이 동해서 다가가서 물었다.
이 누더기를 걸친 부스럼투성이의 중은 바로 관음보살이었다.
" 여! 문둥이 중아! 그가사 얼마냐?"
"가사는 오천냥이요.석장은 이천냥이올시다"
관음의 대답에 어리숙한 중은 어이가 없어서 허허웃었다.
"이 문둥이 중아! 너희들은 미치광이가 아니면 바보로구나.
이따위 물건이 칠천냥이라니 말이되느냐? 이걸 입어서 불로장생 한다면
모르겠거니와 설사 부처가 된다해도 어디 그렇게 비싸기 까지야 하겠느냐?
가지고 가거라 안산다 안사!"
살 능력도 없는게 혜?뭐 라는 중처럼 큰소리는 ㅉㅉ
보살은 더이상 흥정하지않고 혜안과 걸어갔다.
얼마뒤 동화문 앞까지 왔다. 그들은 때마침 조정에서 물러나오는
소우의 행차와 마주쳤다. 앞에선 갈도군이 길을 비키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보살은 비켜서려고 하지않고 길한복판에서 가사를들고
소우재상앞으로 나갔다.
재상이 말고삐를 멈추고 바라보니 가사가 번쩍번쩍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하에게 가사의 값을 물어보게했다.
"가사는 오천냥이요 석장은 이천냥 입니다"
"얼마나 귀한 물건이기에 그렇게 비싸다는 말이냐?"
"이 가사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장점과 단점을 말해보아라!"
"이가사를 입으면 침륜을 벗어날수가 있고 지옥에도 떨어지지 않고
큰재난을 만나지 않고 범과 이리의 피해도 입지 않을수 있습니다.
이것이 장점입니다.그러나 만약 음탕함것을 탐내고 화를 즐기고
계를 지키지않는 중과 경을 헐뜻고 부처를 비방하는범부가 입는다면
이가사는 아무런 효험이 없습니다. 이것이 단점이 올시다.
'그러면 돈을 받을 수도 아니받을 수도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불법을 지키지않거나 불.법.승.삼보를 공경하지 않고 단지 이 가사와 석장만을
구하려는 자에게는 칠천냥이 아니면 팔지 않습니다.
이것은 돈을 받아야 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삼보를 공경하고
선행을 보고 기뻐하면서 불도에 귀의하는 자에게는 이 가사와 석장을
거저드려서 그와 좋은 인연을 맺고싶습니다. 이것은 돈을 안받는 경우입니다.
보살에 설명을 듣자 소우는 상대가 예사인물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얼굴을 고치고 말에서내려 보살에게 정중히 인사를하고 말했다.
"대법장로님! 이소우의 무뢰함을 용서하소서!
우리 대당의 태종황제 폐하께서는 선행베풀기를 매우 좋아하시어
만조의 문무백관이 다 그를 본받습니다.지금도 수륙대회가 열리고있습니다
이가사는 대도천 진현장법사가 입으면 맞겠습니다.
함께 입조하셔서 주상을 알현하시지 않으시렵니까?
보살은 기뻐 하면서 소우를 따라 동화문으로 들어갔다.
황문관이 황제께 아뢰자 들어오라는 전갈이 있어서 그들은 보전으로 들어갔다.
소우가 문둥이 행색의 두중을 데리고 층계 아래에 서자 태종이물었다.
"소우! 무슨일로 왔소?" 소우가 엎드려 경위를 말씀드렸다.
"신이 동화문을 나가다가 가사와 석장을 팔고있는 이 두스님을 만났사옵니다.
이 가사를 현장법사가 입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데리고 온것 입니다."
태종은 매우 기뻐하면서 그 가사의 값이 얼마냐고 물었다.
혜안과 함게 계단아래 있던 보살은 예도 올리지않고 말했다.
"가사는 오천냥이옵고 석장은 이천냥이 옵니다."
"응? 그 가사는 어찌 그리 비싸다는 말이냐?"
"이 가사는 용이 입으면 대붕에게 먹힐 재난을 면할수 있고
학입으면 속세를 떠나 성인이 될수있습니다
"휴! 금란가사와 석장에대한 자랑 너무 길어서 중략~!"
암튼 불가항력인 대단한 좋은점을 모두 갗춘 스님옷이라 이거여..!"
태종은 가사를 펼치게하고 안팎으로 살펴보았다. 과연 천하에 명품이었다.
"대법장로 짐은 불법의 교화를 널리 퍼트릴 생각으로 지금 화생사에
고승을 초청해서 경법을 강설케 하고 있소. 그 가운데 덕망 높은 현장법사가 있소이다.
짐은 그 두가지 보물을사서 현장법사에게 선물을 하려는데 얼마면 살수있겠소?"
태종의 말에 보살과 혜안은 허리를 굽혔다.
""나무아미타불.그 스님이 진정 덕이 높은 스님이시라면 빈승은
이 물건을 기꺼히 선물 하겠사옵니다. 값은 받지 않겠사옵니다."
말을 마치기 바쁘게 두사람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
태종은 소우를 시켜 그들을 만류하고 전상에서 일어섰다.
"그대는 가사가 오천냥이고 석장이 이천냥 이라 하지않았소?
그런데 짐이 막상 사려하니 값을 받지 않겠는데 그건 또 무슨말이요?
만에 하나 짐이 만승천자의 위세를 빌려 그대의 것을 빼앗으려 한다
생각하면 것은 잘못 생각 한 것이요.그대가 원하는 값을 치를테니
사양하지 마시요"
"빈승은 전부터 마음으로 작정한바가 있고 이미 다른사람에게 말한바도 있습니다.
만약 삼보를 존경하고 선행을 보면 기뻐하고 불문에 귀의하는 자가
이것을 갖고자 한다면 값을 받지 않고 거저 주겠습니다.
폐하 께서는 덕을 밝히시고 널리 행하시 옵니다.
또 그 고승이 덕행을 갖추고 불법을 널리 전한다 하니
이것은 그분께 드리는것이 합당 하온지라
값을 받지 않겠다 하는 것이옵니다.
빈승은 물건을 여기 놓고 가겠나이다
태종은 그의 태도가 간곡한 것을 보고 그의 말이 진심인 것을 알고 매우기뻤다.
그래서 광록시에 명해서 크게 잔치를 열어 보답하려 했다.
그러나 보살은 그것마저 굳이 사양하고 돌아가 장안의 토지묘에 몸을 숨겼다.
태종은 낯 정사를 끝내고 위징을 보내 현장을 불러오게 했다.
그때 현장법사는 단위에 올라 중들을 모아놓고 불법을 강설하고 계를 읊고 있다가
황제의 부름을 받고 내려와 위징을 따라 황궁으로 들어와 황제를 배알했다.
태종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선업을 닦기위해서 법사를 수고롭게 하면서도 그 노고에 보답할 길이
없었는데 마침 오늘 아침에 소우가 중 둘을 데리고 왔소.
그들이 금란가사 한벌과 구환석장을 진상했소
이 가사와 석장은 보기드믄 보배이니 이것을 법사에게 주려고 불렀소"
현장은 머리를 조아려 사은했다.
"만약 법사께서 꺼리지 않으시면 그걸 입은 모습을 짐이 보게 해주겠소?"
현장은 가사를 펼쳐서 몸에 걸치고 석장을 손에 쥐고 층계 아래에 섰다.
임금과 신하가 모두 기뻐했다. 현장의 모습은 참으로 여래의 제자 다웠다.
현장의 가사입은 그 모습을 보고 계하에 늘어선 문무백관이 모두
갈채를보내고 태종도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태종은 현장에게 가사를 입고
석장을 들고 그대로 궁문을 나가 돌아가라고 명했다.
또 백관을 시켜 궁문까지 전송하게 하고 이대의 의장병이 뒤따르는 가운데
큰길을 따라 절로 가니 그모습은 과거에 장원급제한 행렬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장안 성중에 남녀노소가 앞을 다투어 그모습을 구경하며 감탄했다.
현장이 절에 도착하자 중들이 나와서 맞았다
중들도 금란가사와 석장을 든 현장을 보고 관음보살의 현신이라고 입을모았다
현장은 전상으로 올라가 황제 폐하의 깊은 은혜를 중들에게 전하고 그사이
어느새 붉은해도 서산으로 기울었다
"이제 우리 사부님 옷입히고 있으니 언제 출발하냐?"
암튼 이번[제41회]는 요기서 끝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