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열풍과 하천 생태계
김종표 2023-10-16 18:23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시니어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체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 건립사업을 시행하면서 각 지자체가 정부 공모사업 등을 통해 어르신을 위한 체육시설을 속속 조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에게 인기 있는 생활체육 종목은 무엇일까? 우선 시니어스포츠의 대명사인 게이트볼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보급된 이후 지금은 농어촌 읍‧면 지역에까지 게이트볼장이 들어설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더니 수년 전부터는 파크골프 열풍이 거세다.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지만, 체력 소모가 적고 비용도 저렴해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동호인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각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속속 조성되는 파크골프장이 생태계 훼손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각 지자체가 토지 매입비를 아끼기 위해 파크골프장을 대부분 하천부지에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좋은 하천 둔치에는 죄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섰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북지역에서는 전주와 완주‧익산‧군산 등 도시지역을 끼고 있는 만경강 둔치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잇따라 조성됐다. 익산시는 지난 14일 만경강 목천지구 파크골프장 증설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기존 시설 바로 옆 3만2000㎡ 부지에 18홀 규모의 제2파크골프장을 조성해 내년 6월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클럽하우스와 화장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설치된다.
전주시도 파크골프장 조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6월에는 삼천 마전교 파크골프장에 9개 홀의 잔디구장을 확충하고 이를 기념하는 파크골프대회를 열었다. 전주시는 또 내년까지 만경강 삼례교와 만경강철교 밑 등 하천부지 2곳에 파크골프장을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하천 편의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전주천과 삼천에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생활체육시설이 속속 들어설 전망이다.
지자체의 하천부지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하천부지에 이미 많은 체육시설이 있어 난개발이 우려되고,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시도 2년 전 만경강 둔치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전주시가 관련 법률에 따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불법 논란에 휘말렸고, 환경단체에서는 시설 철거와 증설 계획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시 하천이 시민 휴식 및 레저공간으로 인기를 끈 지 오래다.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편의시설과 체육시설은 이미 조성돼 있다. 지자체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고령 친화형 생활체육시설을 속속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파크골프장 조성 장소로 꼭 하천부지를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