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나무 사이로 -----------------------------------------
1994년 / 이란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1940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테헤란 대학에
서 미술을 전공한 뒤 영화 타이틀 디자인을 했고 60년과 69년 사이에는
광고 영화를 찍는다. 그는 광고만이 가지는 시간과 주제의 한계점에 매력
을 가지게 되고 이와 같은 경험은 그의 영화의 고유색깔을 부여하게 된
다. 이후 그는 69년에 아동지능 개발연구소에 입사하게 되면서 어린이들
의 교육,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에 따라 70년부터 시작된 단
편 및 장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대부분이 어린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제3세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공개 되어 상업적인 성공을 거
둔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역시 키아로스타미의 어린이를 소재
로 하고 있는 영화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칸느 영화제를 통해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최신작을
제외하고도 국제영화제에서 24회나 수상을 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
다. 이와같은 작품의 성과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많은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이것은 그의 영화가다양한 문화,언어권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
감을 준다는 점과 관객에게 정서적인 감흥을 주기보다는 관객이 이미 어
디선가 한 번쯤은 경험한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작품에서는 무척 극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반면에 근래의 작품은
끊임없이 변하는 삶과 같이 변해오고 있다. 이란의 궁핍한 사회상과 미래
를 약속 받을 수 없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북부 이란의 참혹한 지진의 피
해를 보여주면서도 숭고한 삶의 법칙과 희망적인 매래를 밝은 시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가 정확하게 두드러지지 않는 독특
한 연출 스타일을 구축하게 된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점차적으로 현
실을 닮아가고 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2)>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지진 폐허의 현장을 담아 내고 있다. <올리브나무 사이로>는 <그리고 삶
은 계속된다>를 찍고 있는 상황을 다시 연출하는 식으로 '영화 속의 영
화'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영화를 찍기 위해 현지 사람들을 모으고 인터
뷰를 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곳 사람들의 속내가 은근히 드러난다.
영화의 틀을 빌어 현실을 담아내는 것이지만 그것은 일종의 속임수이다.
키아로스타미는 허구의 얘기를 기록영화적인 진실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
다. 그는 이와 같이 거짓말로 진실에 닿는 방법을 통해서 인생에 대한 희
망을 보여주고 있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에는 거의 대부분 비전문 배우가 기용된다. 비전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서 불규칙적인 삶의 본질을 보여주고 그
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다. 키아로스타미는 <올리브나무 사이로>에서는 직업배우를 사용해서 새
로운 시도를 추구했다. 집없는 남자의끈질긴 구애를 담고 있는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극적이지 못한 내용을
순수하고 아름다운 화면과 키아로스타미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영화
사100년동안 축적해 온 모든 형식논리를 벗어나 새로운 영화 스타일로 인
간의 영혼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소박한 형식을 빌려 무구한 인간의 마음을 잡아낸 풍경화 같은 그의
영화는 미국영화식의 테크놀러지의 수사학이나 유럽영화의 자의식 강한
스타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지를 창출해 내고 있다. 대형 스튜디오도, 스
타 배우들도 없고 컴퓨터 그래픽도 없이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된 것은
삶과 영화를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과 그것에 관련된 원칙에 흔들림 없이
지속하고 있는 작가만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