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스컴들은 배우 이선균이라는 大魚가 마약 투약이라는 그물에 걸린 걸 보도하는라 아주 야단법석이다.
이 뉴스를 보고 들으며 내게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던 건 이선균의 멘트였다.
검찰에 조사받으러 들어가는 유명인들이 포토 라인 앞에서 주절거리는 멘트는 어쩌면 그렇게 천편일류적으로 지겹도록 똑같은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이선균의 멘트는 다소 신선했다. "모든 것 기억하는 사실대로 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교적 스캔들 없이 선한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았던 그가 어쩌다가 이런 몹쓸 중독의 유혹에 빠졌는지 참 딱하고 측은하다.
내친 김에 몇 달 전에 끄적거렸던 <나의 아저씨> 정주행 소감을 올립니다.^^
지난 주 시간이 많이 남아서 넷플릭스에 들어가 <나의 아저씨> 16부작을 모두 정주행했다.
거의 매일 만나서 같이 술 마시는 삼형제.
그렇다고 서로 친하지도 않아 보인다. 성격이나 직업도 완전 딴판이다. 게다가 형제간 서열 정리도 오락가락이다. 형이나 동생을 부를 때 형이라고 부르거나 아우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이 인간' '저 인간'이 보통이고 그도 아니면 ss가 난무하는 욕지거리일 때가 태반이다.
만나면 다투기 일쑤이면서도 매일 저녁이면 단골 술집에서 소줏잔 기울이며 죽고 못 사는 이들의 끈끈한 형제애가 너무 판타지처럼 어색해서 처음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되면서 이들 삼형제가 보여주는 가식 없는 우애가 그들이 어려서부터 대가리 터지도록 싸우면서 4~50년간 쌓아온 내공의 결과라는 걸 알고 나서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게 되었다.
연기 면에서는 장남 '상훈'으로 분한 박호산의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얼굴이고 처음 듣는 이름의 배우여서 더 새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상훈'의 캐릭터 자체가 과거엔 잘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와이프와 별거 상태로 수년째 어머니 집에 얹혀 살고 있는 50대 초반의 백수 신세 인생이다. 성격도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이도 저도 아니게 뜨뜻미지근하고 툭하면 눈물 콧물이나 짜는 찌질한 성격의 소유자다.
캐릭터 자체가 애매모호하다보니 똑부러지는 캐릭터 보다 오히려 연기가 더 어려울 듯 한데, 그런 캐릭터를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보는 내내 정말 감탄스러웠다.
많은 걸 얘기하는 듯한 처량한 눈빛과 눈꼬리 그리고 입꼬리를 통한 표정 연기와, 약간 어눌하면서 정리되지 않은 말투, 거기에다가 뭔가 어설퍼 보이는 몸짓 연기까지가 모두 '상훈' 역에 최적화되어 있는 연기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렇다고 너무 바보스럽거나 개그스럽지 않아서 좋았고 오히려 고뇌하는 중년의 짙은 감성이 뚝뚝 묻어나서 더욱 좋았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런 류의 연기를 처음 본 듯 해서 진짜 놀라운 배우를 발견한 느낌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연기도 이와 비슷하기 하지만 조금 결이 다른 듯...)
이 드라마는 다른 조역들의 통통 튀는 연기 또한 일품이다. 4차원 연예인 '유리'로 분한 권나라의 능청스런 푼수 연기와, '정희네' 술집의 한 많은 pretty woman '정희'의 널뛰는 감정기복을 맛깔나게 소화해 낸 오나라... 이 두 '나라'의 콤비가 돋보였고, 살기 번득이는 눈빛의 악역 '광일'을 오싹하리 만치 연기한 장기용도 칭찬해 주고 싶다.
2023. 2. 7
#이선균 #나의 아저씨
https://youtu.be/aYOHHELbRew?si=jFhFs5tJ1VZzYgY3
https://youtu.be/Chn34EAcJPk
첫댓글 저도 시간 내서 정주행을 해봐야겠어요.. ㅋ. 감사합니다! ^^-
앗! 신부님께 정주행은 무리시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네 생각해 봐야겠네 난 국산은 잘 안보는 성격이라서 ㅋ ㅋ
모르는 소리... 요즘은 국산 영화, 국산 드라마가 훨씬 재미 있답니다.^^
댓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