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58)
《한국의 마리아 칼라스, 황금심의 '뽕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칠보나 단장에 뽕 따러 가세
뽕 따러 가면 살짝쿵 가지
뒷집 총각 따라 오면 흥~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 성화로구나
음 음 음 뽕 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앞집의 큰애기야 뽕 따러 가세
뽕이나 따면 무슨 재미냐
오매불망 정든 임아 흥~
청솔치마 얼룩이 지면 어이나 할까
음 음 음 뽕 따러 가세
가수 황금심이 1957년에 발표한 곡, '뽕따러 가세'이다
반야월 (본명: 박창오)작사에
이재호가 작곡했다.
1957년은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대중들에게 아주 밝고 희망찬, 혹은 풋풋한 시절의 추억을 선물했다. 황금심 특유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이 가사를 읊조릴 때,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큰 위로와 설렘을 느꼈을지 짐작이 간다.
황금심의 '뽕 따러 가세'는 그 시대의 정취와 한국적인 흥취가 아주 잘 녹아 있다.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은 한국 가요계가 전후의 아픔을 딛고 민속적인 가락과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들을 활발히 선보이던 시기이다.
가수 황금심(1921~2001)은 '알뜰한 당신', '타향살이' 등으로 유명한 고복수 선생의 부인이자, 당시 독보적인 목소리를 가진 국민 가수였다. 황금심 은 특유의 청아하면서도 꺾임이 절묘한 '한'과 '흥'이 공존하는 창법으로 이 곡을 맛깔나게 살려냈다.
그녀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전세계 음악팬에게 커다란 인기를 누린 프리 마돈나 가수이자 오페라계의 전설적 가수인 마리아 칼라스(1923~1977)
를 닮은 '한국의 마리아 칼라스' 라고 불리어도 하등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뽕을 딴다'는 것은 고된 농촌의 일상이지만, 이 노래에서는 그것을 '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으로 치환한다. 일과 사랑, 삶의 터전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농촌 특유의 낙관주의가 담겨 있다.
가사나 곡의 분위기 속에는 판소리나 민요적인 색채가 강하다. 특히 '뽕 따러 가세'라는 표현은 남녀가 은밀하게 혹은 정겹게 어우러져 자연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한국 고전 문학 속 '만남의 장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뽕잎이 무성해지는 따뜻한 계절, 자연의 풍요로움 속에서 피어나는 서민들의 소박한 사랑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향수와 함께 슬그머니 미소 짓게 한다.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을 각색한 이미숙ㆍ이대근 주연의 조금 에로틱한 영화 '뽕'을 떠오르게 한다.
뽕나무 밭은 대자연 속 아가페요 에로스가 하나로 만난 완벽한 도킹 장소 같았다고나 할까.
'뽕도 따고 님도 보고'라는 옛속담이 괜한 것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넘어, 팍팍한 삶 속에서도 '함께 무언가를 하러 가는' 행위가 주는 연대감과 다정함에 마음이 푸근해 진다.
몇년 전 TV조선에서 <송가인이 간다 '뽕따러 가세'>라는 프로가 수 회에 걸쳐 방영된 적이 있다. 여기서 '뽕'은 뽕짝이라 불리는 트롯을 의미하는 것으로, 뽕나무에 대한 패러디다. 옛 유행가요의 상징인 트롯을 다시 살려 내는 구호로 이 말을 썼다는 후일담
이 재미 있다.
점점 녹음이 짙어간다. 우리들의 삶도 좀더 풍요로와 지고, 뽕나무의 뽕잎이 푸르게 자라나듯 우리들의 사랑도 함께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계절, '뽕따러 가세' 가사가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신바람나는 태평성대를 갈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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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詩作)노트]
《천상의 나무·지혜의 나무-'뽕나무'》
요즘 시중엔 오디가 새까만 눈을 반짝거리며 소담스럽고 먹음직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그 오디가 열리는 나무가 뽕나무인 것은 불문가지. 뽕나무는 산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를 산뽕나무라 하며, 이와는 별도로 밭에서 기르는 것을 그냥 뽕나무라고 한다.
산뽕나무보다 특별히 잎이 더 갈라지면 가새 뽕나무이고, 울릉도에서 자라는 잎이 두꺼운 나무는 섬뽕나무이다. 뽕나무는 농경문화권에서 흔하면서도 매우 귀하게 대접 받았던 나무이다. 부의 척도가 비단의 소유 여부였던 시대인지라 명주실을 생산하는 누에를 잘 길러내는 일은 대단히 중요했다. 누에는 뽕잎만 먹고 살기 때문에 뽕나무는 없어서는 안될 나무였던 것이다.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은 예부터 농업과 함께 농상(農桑)이라 하여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다.
뽕나무는 특별히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나무 모양이 그럴듯하여 문장가 예술가들의 찬탄의 대상도 아니었지만, 그러나 잎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딛고 누에와의 인연을 소중히 승화시켰다. 그리하여 누에라는 벌레가 만들어준 실크로드를 통하여 동서양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디딤돌 역할을 한 귀한 나무로 거듭났다. 우리나라가 누에치기를 시작한 때는 삼한시대라고 짐작된다. 조선왕조에서는 왕비가 친히 누에를 치는 친잠례를 거행했으며, 선잠단지가 서울 성북동에 남아있다. 누에를 키우고 종자를 나누어 주는 잠실도 설치했다.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뽕나무를 심도록 하여 거기서 비단이라는 고급 옷감을 얻었다. 지금의 I·T 산업만큼이나 인간에게 필요했던 존재가 바로 뽕나무였다.
국민소득 증가에 이바지한 주요 산업이었다. 실로 뽕나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 중에서 인간의 삶과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나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속담에는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이 있는데 한가지 일을 하고서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의미이나 왠지 응큼한 느낌이 든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 청춘남녀가 연모의 정을 나누기엔 뽕나무 밭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바다가 되어도 즉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의 "상전(桑田)이 벽해(碧海)되어도 비켜 설 곳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신상구(愼桑龜)'라는 교훈적인 말도 있는데 쓸데없이 혀를 잘못 놀려 자신들을 뽐내다가 거북과 뽕나무가 모두 변을 당하는 이야기인데, 불필요한 말을 삼가라는 교훈적인 뜻이 담겨 있다.
뽕나무는 서양에서도 공교롭게 사랑이야기 테마가 된다. 이탈리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된 아레나라고 하는 지역에 뽕나무에 얽힌 청춘남녀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신화가 있었는데 후일 셰익스피어에 의해 재탄생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게 되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 구내에는 실낙원을 저술한 시인 밀턴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서 심어 놓은 뽕나무가 자라는데 그 나무를 밀턴의 뽕나무라고 한다. 정원수들은 그 나무를 손질하는 것을 명예로 여긴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라는 구절에 뽕나무가 등장한다.
다산 정약용이 쓴 '완진사(玩眞詞)'에서도 뽕나무가 언급되는데 "노상(魯桑)이랑 형상(荊桑)이랑 심을 만한 뽕나무, 붉은 오디 까마귀가 물고 가게 하지 마라"는 구절이 재미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도 뽕나무 심고 가꾸기를 장려하고 있다.
뽕나무의 뽕잎은 누에에게만 사료로 쓰여야 하나, 건강 중심 시대인 최근엔 오히려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뽕잎차, 국수, 음료, 과자, 빵, 아이스크림, 심지어 사우나의 욕탕재료로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으며, 오디열매, 가지, 뿌리, 재, 상황버섯 등등이 모두 약재로 쓰인다. 특히 오디는 여러 곳에 두루 쓰인다 하여 문무실(文武實)이라 했다.
본초학에서는 간장을 튼튼히 하고 정력을 돋우며 혈압을 진정시키는 명약으로 친다. 꿈에 오디를 따먹는 꿈을 꾸면 장수한다는 설도 있다.
"싱싱하고 검푸른 육신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그대 향한 연모의 정 / 탈대로 다 타버려 / 조각 조각 찢어 부친 / 검붉은 빛 사리 구슬"(필자의 졸시 '오디')
색과 결이 고운 재목은 뒤틀리지 않아 가구나 악기 활을 만드는데 쓴다. 이렇듯이 뽕나무는 줄기에서 뿌리까지 모두 약재이며 버릴 것이 없다. 그러니 과연 신이 내린 나무라 할 것이다.
뽕나무는 분명히 아주 중요한 식물자원이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의 힘만으로는 고운 비단실을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선지자는 이 뽕나무의 오묘한 섭리를 통하여 자연을 파괴하고는 인간은 살 수 없으며 자연을 잘 보호하라는 교훈을 오래전부터 말해주고 있었나 보다. 그러기에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신성하다 할 것이다.
뽕나무를 천상의 나무라 불러보며, 인간들의 삶을 오늘날 이렇게 풍요롭도록 일조해 준 지혜의 나무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오아시스레코드] 황금심 - 뽕따러 가세 / 가사
https://youtube.com/watch?v=w-eQKYaZNWE&si=3siEsJnR52bxQ8Vd
**#뽕따러가세/황금심 #하모니카 (Am)
https://youtube.com/watch?v=t55ZjG6iF3I&si=xO-jPQf8PA7o5ij_
첫댓글 제목이 강렬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