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안전부장을 아래와 같은 글로 적어 지원했는데, 그 자리가 어렵다는 양해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선히 동의하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학교 생활지도 방식에 대하여 자신이 직접 해보지 않고 남의 이야기하듯이 뒷담화하는 풍토가 싫어서, 그런 문제의식으로 학교의 변화를 주도하기를 바랐기에 먼저 책임을 지고 싶었다. 일단은 지원해보았다는 나 나름의 노력에 대하여 자족하는 마음과, 여전히 구답습을 되풀이할 반철학적인 일제잔제식 통제와 전제적 정통성,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무제한적 자본화된 개인화를 강조하는 틈바구니에서 되풀이될 모순에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그렇다고 해 보지도 않은 일을, 특히 응급, 안전사고가 최우선되는 학교에서 나의 보건실 업무와 상호참조해갈 제도적 보완도 마련되지 않은 마당에 나 또한 우기며 섣불리 장담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이제 무엇이 보이는데, 여지껏은 나는 무엇을 했는지, 왜 이렇게 한 교사로 서는 것이 인생을 다 허비해야 되었는지... 나를 키워온 시스템이 다음 세대에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염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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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안전부장 지원서
생활지도부가 이제는 남성성의 힘(force)에 의존하는 억압과 통제 방식에서 부드러운 여성성의 돌봄과 경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학생인권의 선두에 서온 전북교육이 7년여가 흐른 지금,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교장선생님 마저도 ‘단축수업은 학부모 민원이 온다’ 고 말씀하시는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저는 교권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이 공부할 수있는 학습분위기로 전환해서 공교육의 붕괴, 교실 붕괴를 치유하고 회복하고 싶은 열정이 있고 그 일은 가능하고 쉽다고 생각합니다.교실 입실 전부터 몇몇 아이에 의해 주도되고 장난하고 그 재미로 학교다니는 반수업적인 문화를 전환하지 않고는 교육은 요원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교육 이외엔 접할 수 없는 다수의 중하류층 아이들의 악순환적인 하류화 지향이라는 사실 앞에서 이 아이들에게 공교육의 본래적인 교육 기능을 살려내는 것은 교사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00, 서00, 김00, 장00, 박00, 양00, 양00, 엄00, 최00, 장00,김00, 차00, 최00, 이00 등 담임과 일 많은 보직에서 말없이 그 힘들다는 ‘중딩’들을 힘써 돌보는 그녀들의 능력에 대하여 저는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이런 사람들과 일을 해나가는 것은 큰 감사이고 생물학적 성이 아닌, 이제는 여성성의 의사소통과 돌봄 능력의 균형감각이 필요한 덕목이며,생활지도 부장이 전면과 전경이 아닌 후면과 배경이 되어서 조용히 그림자처럼 교권회복과 학습분위기 선도를 위해 노력하기가 한층 쉬운 자리로 여겨지기에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년에 57세이고, 이것도 일 욕심아닌가? 자신을 성찰해보기도 하는데, 저와 같은 뜻, 아니 그보다 더 큰 열정과 계획과 연구를 해 온 동료가 있다면 기꺼이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할 교직의 소중한 시간임을 순간순간 자각하고 있기에 교사, 학생, 관리자 모든 분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기를 소망하는 것 한 가지 이외엔 다른 어떤 것이 없습니다.
여자친구들과 어울려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 수있는 남자는 행복하다고 합니다<리즈 호가드<2005>, 행복>. 여러 선생님의 강점과 장점으로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에 감사드리며, 저로서도 최대한 협조하고 돕고 싶습니다. 선생님들 께서도 공식석상에서 뒷면으로 늘 처지는 여교사들의 능력과 리더쉽을 눈 여겨 주시고 여전한 소통의 끈을 풍부하고 긴밀하게 유지하시길 기도합니다.
자율적 의사 존중, 민주적인 소통 노력, 특히 상상치도 못할 학기중의 대규모 공사에도 지금껏 안전사고 없이 무난하게 한 학기를 지내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2017. 12.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