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쿠 시내관광>
투르쿠 관광의 압권은 투르쿠성과 시벨리우스박물관이다. 이곳은 따로 다뤘기에 함께 본 다른 곳을 다룬다. 헬싱키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 당일치기로 다시 와본 코스다. 두 시간이면 도착하니 하루코스가 충분히 가능한 동네다. 여행 첫머리 부분에 다녀갔지만 숙소 입소가 원활하지 못해 낮시간을 상당히 낭비하는 바람에 놓쳤던 곳을 보기 위해 다시 왔다.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투르쿠를 돌아본다. 그 사이 핀란드 많은 도시를 보고 온 것도 투르쿠를 다시 보는 데 도움이 된다.
투르쿠는 1812년까지 스웨덴과 러시아의 수도로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 된 도시다. 인구는 20만명쯤으로 핀란드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이다. 2개 국어를 써서 각각의 대학교가 있다. 투르쿠(Turku)는 핀란드어 지명이다. 스웨덴어로는 아보(Abo), 두 이름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헷갈리는 지명이다.
아우라 강은 다시 봐도 좋다. 왜 이곳을 시민의 젖줄이라고, 혹은 영혼이라고 하는지 생각해본다.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은 사람들의 마음도 관통하는 것 같다. 일상을 지켜보는 아우라 강은 삶의 일부가 되어 편안한 존재지만 동시에 근사한 일탈의 근거가 되어 주기도 한다.
투르쿠대성당, 미술관, 시벨리우스박물관을 위시하여 볼만한 것들이 다 모여 있고, 이 볼것들을 끼고 우아하면서 긴 산책코스가 이어진다. 동시에 온갖 분위기 있는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다 모여 있는 데다가 강가에 정박한 오래된 배들은 고풍스런 분위기에 물 위의 레스토랑이 되어주어 일상 탈출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방문일 : 2019.9.3.
아우라 강변 풍경들. 핀란드 루터교의 주교인 투르쿠대성당도 바로 이 강 가에 있다. 산책길과 공원과 강을 돌아보는 보트 등이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있다.
아우라강변 투르쿠대성당 아래 시벨리우스박물관이 있다. 시벨리우스는 칼레발라를 중심으로 갈렌칼레라와 종횡으로 얽혀 있는 핀란의 문화의 핵이다. 시벨리우스 관련 기념물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지만 여기 와야 그 정신세계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마침 5월부터 9월 8일까지 시벨리우스 축제가 열리고 있다.
투르쿠 대성당 안팎 정경. 투르쿠성당은 루터교회 대주교관구이며 1290년 설립되고16세기에 증축하여 700년이 넘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핀란드 루터교회의 중심으로 핀란드 루터교 역사와 건축사 자체이기도 하다.
핀란드 국민의 90% 정도가 루터교 신자다. 스웨덴 700년을 넘어 러시아 100년을 거치는 동안 러시아 정교회 확산을 위해 러시아는 많은 노력을 했으나 대부분 루터교 신자로 남았으니 그 성과는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왜 러시아정교회가 아닌 루터교 신자로 남았는지 그 주교에 와서 생각해 봄직하다.
성당 내부의 대부분 인테리어는 1827년 투르쿠 대화재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제단의 그림은 1836년 스웨덴 화가 프레드릭 웨스틴(Fredrik Westin)이 그린 것이다.
천정화와 벽화는 로버트 빌헬름 에크만이 그린 것이다.
투르쿠 역 앞 모습. 택시들이 줄 서 있다. 헬싱키보다 택시요금이 절반 정도로 싸다.
카페 앞 의자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 딱 두 사람만 벽에 붙어 차를 마시도록 되어 있는 옹색한 테이블에서도 고집스럽게 야외 커피를 마신다. 햇빛을 놓치기 싫어서인지, 야외 식사와 음료에 익숙한 문화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바짝 다가선 버스와 차량에도, 약간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실외 테이블을 선호한다.
덕분에 그들은 마시는 모습이 그 자체로 커피숍 인터리어가 된다. 내가 커피숍을 구경하는 건지, 그들이 나를 구경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주객이 무너지는 또 하나의 경계다.
핀란드 커피는 대체로 맛있다. 2.5유로면 대부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공항커피는 너무 비싸 부담스럽지만 다른 곳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거기다 맛도 어지간하다. 운 좋으면 저렴한 값에도 아주 훌륭한 커피를 만날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아마 세계에서 첫째가는 커피광일 것이다. 1인 소비량이 세계 최고라는 통계도 있다.
기를 쓰고 이렇게 옹색해보이는데도 실외 테이블을 고집하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커피광인지 커피문화광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질 좋은 커피를 싸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실 수 있는 곳이 핀란드다.
투르쿠에도 역시 스토크만 백화점이 있다.
여기서부터 이제 마켓 광장이 시작된다.
마켓광장의 주된 상품은 과일과 채소이다. 과일 중에서도 각종 베리류는 전국 어디서나 가장 많이 판매되는 과일이다. 우리에게 보편적인 베리는 블루베리. 여기서는 각중 베리가 다양한 색깔과 맛으로 손님을 부른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 가면 짙은 선글라스를 낀 사람을 많이 만난다. 미국에 가도 강렬한 햇빛 덕분에 녹내장을 피하려면 빨리 선글라스부터 쓰라고 권한다. 핀란드 햇빛은 스웨덴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은데 선글라스 낀 사람을 별로 만나지 못한다. 여자들도 양산 쓴 사람도 없다.
그 비밀은 베리류 과일이라 한다. 블루베리보다 10배나 눈보호 성분이 많다는 베리류, 그것도 따로 농사짓을 것 없이 숲에 지천으로 열린 것을 따오기만 하면 된다는 베리가 그 원인이다. 사실 어디서나 안경점을 찾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우리는 상가 모인 곳에서는 안경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 우리 1/10이나 되지 않나 싶다. 천연 눈보호 과일을 이렇게 쌓아두고 그것도 당연히 싸게 판다.
마켓광장에서는 야채 과일에 화훼류도 판다. 민속공예품은 찾을 수 없다. 광장은 공예품을 파는 곳과 팔지 않는 곳이 있다. 쿠오피오 광장도 역시 시민생활의 집결지이지만 공예품은 팔지 않는다. 헬싱키에서는 공예품과 기념품을 다양하게 판다. 조금 비싸서 흠이지만.
투르쿠는 시내 곳곳에 골동품점이 있어서 가지가지 옛날 다양한 공예품을 싼 값에 팔고 있다. 마켓에서 벗어나 조금만 걸어보면 이런 골동품상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마켓광장의 여러 풍광들.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도 많은 사람이 반바지 차림으로 푸드트럭 아래 앉아 간단한 음식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는 공사중이 건물과 길이 많아 다니기 힘들었다. 발전 일로에 있는 거다.
이제는 그 충격과 슬픔을 지운 듯하지만 평화의 핀란드에도 테러의 아픔이 있었다. 바로 이 마켓 광장에서 2017년 8월 이슬람 무장세력의 추종자인 한 모로코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난 곳이 바로 이곳이다. 테러 청정국가 핀란드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큰 충격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광장에 수많은 꽃과 촛불을 놓고 추모 행렬을 이었던 것이 바로 2년 전이다.
이제 테러의 아픔은 마음에 묻어 봉합되고 주변 공사와 여전한 일상으로 덮여 있었다.
마켓광장 한켠에는 교회건물이 있다. 러시아정교회 건물로 보인다. 안에 들어가 보니 원형에 교인들이 앉는 의자가 없었다. 서서 예배를 보는 곳은 러시아정교회다.
마켓광장에서 아우라 강변으로 가는 길이다. 멀리 루터교회, 투르쿠대성당이 보인다.
다시 지나치는 올드 뱅크. 옛 은행을 개조했다는, 맥주가 150가지가 넘는다는, 아마 지역 특산인 '아우라'맥주는 반드시 구비해 놓은 술집일 것이다.
투르쿠미술관(Turku Art Museum). 미술관은 언덕 높이 서 있어 멀리서도 보인다. 특히 정문이 면하고 있는 곳은 투르쿠 중심 거리의 막음길이어서 아래로 멀리 아우라강까지 이르는 길이 다 보인다. 마켓스토아도 이 아랫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이 그림은 갈렌 칼렐라 유명한 그림, 도록마다 빠지지 않고 박물관에서 기념품으로 만날 수 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늙은 여인과 고양이>, 이 그림을 보면 그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시벨리우스와 함께 이 화가가 왜 핀란드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화가인지 화가의 눈높이를 따라가보면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프랑스 파리의 국전(salon de l'automne)에서 입상한 작품이다. 프랑스 데뷔작인 셈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그는 프랑스를 그리려 하지 않고 돌아와 핀란드를 그렸다. 핀란드를 어떻게 그릴지 탐구한 셈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갈렌칼레라 그림을 몇 편 만날 수 있다. 우리와 다른 햇빛, 다른 계절 풍광을 가진 핀란드의 기후가 그의 그림 속에 잘 담겨 있다.
러시아 음악은 러시아 사람이 가장 잘 연주한단다. 우리 음악은 우리가 가장 잘 연주한다. 핀란드 지역과 계절은 핀란드 사람이 가장 잘 그린다. <겨울 이마트라>1893, 이마트라는 지명인 거 같다.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핀란드 방문객으로서 애써 눈높이를 맞춰본다.
우리도 남의 곡만 연주하지 말고 우리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작곡이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 산하를 그린 그림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렇게 음악적으로 미술적으로 지역 사랑을 표현하면 좋겠다.
빅토르 웨스터 홀름 1886 <자작나무 숲속의 소떼>. 핀란드 사람의 그림을 보면 핀란드를 알 수 있다. 추위에 잘 견디는 자작나무는 침엽수 소나무와 함께 핀란드의 국민나무다. 대평원을 종단하는 기차를 타면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을 만난다. 소떼를 키우는 것은 그래도 남쪽 언저리.
죽죽 하늘로 뻗은 자작나무의 하얀 등걸과 가는 가지, 위태위태하지만 굽지 않고 지들끼리 위로해가며 하늘로 곧게곧게 뻗는다. 핀란드 사람의 가슴은 숲에서 온다.
우리는 숲은 산과 동의어다. 핀란드는 산이 없다. 북서쪽 일부에 산이 있지만 고작해야 1400미터를 넘지 못한다. 그외 지역에는 산이 없고 끝없는 평원이 펼쳐진다. 평원은 풀이 자라는 들이 아니라 숲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산이 없는 숲이다. 산없는 숲, 그곳이 끌어안는 눈과 추위와 신산함과 그리고 드문드문한 소떼들, 핀란드가 보이는가.
숲이 보여야 핀란드가 보인다. 산 없는 숲, 자작나무 숲을 그리는 화가는 핀란드 화가다. 핀란드 화가는 그렇게 국토를 나라를 끌어안는다. 악셀리 갈렌 칼렐라가 칼레발라 서사시 그림을 통해 핀란드 영혼을 그리고자 했다면 숲을 통해 또 다른 가슴을 그린다.
미술관에는 볼만한 그림이 아테네움처럼 많지는 않다. 그래도 놓쳐서는 안 될, 투르쿠가 말하는 핀란드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