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감상
구양수(歐陽脩)와 매요신(梅堯臣)의 감흥시에 답하여[追和歐梅感興] /진화(陳澕)
남을 대할 때는 신으로써 하고 / 待物當以信
하늘에 응할 때는 정성으로써 하라 / 應天當以誠
착한 일 하고는 남이 알까 두려워하나니 / 爲善畏人知
음덕은 귀 우는 것 같다 / 陰德猶耳鳴
보통 때는 어리석고 고루한 것 같지만 / 平時等愚陋
일에 당해야 진정을 보네 / 臨事見眞情
그러므로 군자는 분을 지키어 / 君子故守分
실상보다 지나는 이름 부끄러워 하느니라 / 恥有過實名
슬프다 내 도를 들음이 얕아서 / 嗟予聞道淺
답답하게 이 평생 헛지내네 / 憫憫空此生
늦철에 거둘 것 없나니 / 歲晩無所獲
마치 봄에 갈지 않은 농부 같아라 / 如農初不耕
도가 다르매 세상의 미움 사고 / 道左賈時憎
뜻이 오활하매 남의 책망 받네 / 志迂遭物責
그저 거연히 육침되니 / 居然見陸沈
무슨 풍파 있을손가 / 有甚風波激
한 치의 싹은 큰 재목을 덮고 / 寸苗庇長材
온갖 채색은 흰 빛을 시기하네 / 衆彩猜太白
어떻게 가죽같이 부드러우랴 / 爭將脆似韋
돌처럼 굳센 것을 되려 웃는가 / 却笑介如石
차라리 허물없이 잃을지언정 / 寧甘無辜失
의 아니고 얻는 것 차마하랴 / 可忍非義得
이 근심 감히 말할 수 없어 시로써 / 憂來不敢說
복새의 마음을 대신하노라 / 詩以代鵬臆
젊어서 공명을 사모하여 / 少年慕功名
선을 하느라고 아침 저녁 잊었네 / 爲善忘早晩
높은 뜻은 하늘에 달이었고 / 高懷月在天
날랜 기운은 가마가 언덕을 달렸네 / 逸氣驥走坂
가슴 속에 간하는 글 간직해 두고 / 胸中貯諫書
하나하나를 내어 편찬할 만하였네 / 一一堪綴纂
어찌 알았으리 개미코만큼 이 빠진 것이 / 安知蟻鼻缺
순구(보검명(寶劍名))에 결점될 줄이야 / 坐使純鉤損
마침내 만장의 무지개로 하여금 / 遂今萬丈虹
움츠러들게 하여 한 치 길이로 만들었네 / 縮作一寸短
마음으로 유관됨이 그르친 줄 알았으니 / 心知儒冠誤
때때로 슬피 탄식함을 어리 면하리 / 感歎時豈免
그러나 천지의 조화에 달렸으니 / 然當在大鈞
하늘 들음 마침내 멀지 않으리 / 天聽終不遠
지나간 때는 돌아올 수 없거니 / 時去不可追
좋은 시대 오는 것도 내가 힘써 될 것 아니네 / 泰來非我勉
누추한 골목에 깨끗한 때가 적어 / 陋卷少閑燥
장마 빗물에 시달림을 받네 / 迺爲淫潦迫
놀러 나가는 안장을 닦을 때(먼지)가 적고 / 游鞍稀拂拭
다만 문앞에 거미가 줄치는 것 보겠네 / 但見蛛絲織
일찍이 오리 말 들으니 / 嘗聞傲吏語
도를 배우면 귀신의 벌이 없다고 / 學道無鬼責
그에게 묻노니 백 년 동안에 / 問渠百年間
걱정 근심에 어떻게 힘을 얻는가 / 憂患那得力
나는 일부러 명아주국을 드노니 / 吾故把藜羹
고기먹기 부러워하는 마음 없네 / 無心慕肉食
[주D-001]음덕(陰德)은 귀 우는 것 같다 : 음덕은 남이 모르게 은혜를 베푸는 것인데, 그것은 귀가 우는 것과 같아서,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주D-002]복새[鵩]의 마음 : 가의(賈誼)가 지은 〈복부(鵩賦)〉에 말하기를, “복(鵩)은 불길한 새인데 집에 들어왔으므로, 주인이 점을 쳐 보고 복에게 물은즉, 복은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대답하였다.” 하였다.
[주D-003]유관(儒冠)됨이 그르친 : “유자(儒者)가 쓰는 관이 몸을 많이 그르친다.”는 것은 두보(杜甫)의 시(詩)인데, 선비 노릇하다가 세상에 불우(不遇)한 경우가 많음을 말한 것이다.
[주D-004]오리(傲吏) : 장자(莊子)가 칠원(漆園)의 이(吏)가 되었는데가 칠원(漆園)의 이(吏)가 되었는데, 그의 사상(思想)이 초연(超然)하므로 오리라 하였다.
여뀌꽃과 흰 해오라기[蓼花白鷺] /이규보(李奎報)
앞 여울에 고기와 새우 많으매 / 前灘富魚蝦
백로가 물결을 뚫고 들어가려다 / 有意劈波入
사람을 보고 문득 놀라 일어나 / 見人忽驚起
여뀌꽃 언덕에 도로 날아 앉았네 / 蓼岸還飛集
목을 들고 사람 가기 기다리나니 / 翹頸待人歸
보슬비에 온 몸의 털 다 젖는구나 / 細雨毛衣濕
그 마음은 오히려 여울 고기에 있는데 / 心猶在灘魚
사람들은 그를 한가하게 서 있다고 이르네 / 人噵忘機立
명성을 낚으려는데 대한 풍자[釣名諷] /이규보(李奎報)
고기 낚는 것은 고기 먹는 것 얻지마는 / 釣魚利其肉
이름은 낚아 무슨 이익되는가 / 釣名何所利
이름이란 곧 실상의 손이거니 / 名乃實之賓
주인(실상) 있으면 손은 스스로 오네 / 有主賓自至
실상이 없이 헛이름만 누리면 / 無實享虛名
마침내 그 몸에 괴로움 되네 / 適爲身所累
용백은 여섯 마리 큰 자라 낚았나니 / 龍伯釣六鼇
그 낚기는 진실로 장한 것이네 / 此釣眞壯矣
태공이 문왕을 낚을 때에는 / 太公釣文王
그 낚시에 원래 미끼 없었네 / 其釣本無餌
그러나 이름 낚기는 이와 달라 / 釣名異於此
한때의 요행 뿐이네 / 僥倖一時耳
그것은 마치 추한 여자의 분 발라 / 有如無鹽女
꾸며 잠깐 이쁜 것 / 塗飾暫容媚
분이 지워지면 참 모양이 드러나 / 粉落露其眞
보는 사람이 구역하고 피함과 같네 / 見者嘔而避
이름을 낚아 어진 사람 된다면 / 釣名作賢人
어느 대엔 안자 없으리 / 何代無顔子
이름을 낚아 착한 관원 된다면 / 釣名作循吏
어느 고을인들 공수(한나라의 명수) 아니리 / 何邑非龔遂
야비하여라 저 공손홍은 / 鄙哉公孫弘
정승이 되어 베이블을 덮었거니 / 爲相乃布被
작기도 하다 무창태수는 / 小矣武昌守
돈을 주고서 우물 물을 마셨네 / 投錢飮井水
청백하면서 사람 알까 두려워 했나니 / 淸畏人之知
양진은 진실로 참 군자였네 / 楊震眞君子
내 여기 조명편을 지어서 이름낚기 / 吾作釣名篇
좋아하는 선비를 풍자하노라 / 以諷好名士
[주D-001]안자(顔子) : 공자(孔子의 제자
적의(適意) /이규보(李奎報)
홀로 앉아 스스로 거문고 타고 / 獨坐自彈琴
혼자 읊으면서 자주 술잔 드나니 / 獨吟頻擧酒
이미 내 귀를 저버리지 않았거니 / 旣不負吾耳
또 내 입도 저버리지 않았노라 / 又不負吾口
무엇하러 구태여 지음 구하랴 / 何須待知音
함께 마실 술벗이 없어도 좋네 / 亦莫須飮友
뜻에 맞으면 곧 즐겁다 / 適意則爲歡
나는 이 옛말을 반드시 취하리 / 此言吾必取
[주D-001]지음(知音) : 옛날에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잘 탔는데, 그 친구인 종자기(鍾子期)만이 그 곡조를 알아들었다. 종자기가 죽은 뒤에는 백아가 다시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가군의 별장 서교초당에서 놀며[遊家君別業西郊草堂] 이수(二首) /이규보(李奎報)
봄 바람은 맑은 기운 부채질하고 / 春風扇淑氣
아침 해는 맑고도 아름다워라 / 朝日清且美
서쪽 들로 가나니 / 駕言往西郊
밭두덩이 얼기설기 하였네 / 塍壟錯如綺
흙이 이미 기름지고 살쪘거니 / 土旣膏且腴
하물며 다시 못물을 댐이랴 / 況復釃潭水
한 해 농사 추수가 천종되리니 / 歲收畝千鍾
그것이면 맑고 맛난 술도 빚으리 / 足可釀醇旨
무엇으로써 세월을 보낼꼬 / 何以度年華
날마다 꽃 앞에서 취하리라 / 日日花前醉
이것을 생각하며 손에 못 박히도록 / 念此任胝手
부지런히 손수 갈고 김을 매리라 / 意欲親耘耔
흥겨워 따라 돌아가기 잊었나니 / 乘興自忘返
관을 재껴쓰고 애오라지 머뭇거리네 / 岸幘聊徙倚
먼 멧뿌리에는 연기가 아득한데 / 遠岫煙蒼茫
해는 져서 어느 새 어둠이 다가드네 / 曜靈迫濛氾
달이 밝아 농사 집에 돌아오노니 / 月明返田廬
취한 노래 이웃 마을 뒤흔드누나 / 醉歌動隣里
유쾌하여라 농가 즐거움이여 / 快哉農家樂
지금부터는 농촌으로 돌아가리 / 歸田從此始
해가 높이 뜨도록 취하여 일어나지 못하니 / 日高醉未起
추녀 끝의 제비는 사람 없다고 날아가네 / 簷燕欺人飛
아기 종은 작은 수레 대어 놓고 / 童僕方巾車
바삐 재촉해 남쪽 이랑 가자네 / 苦促南畝歸
일어나 앉아 세수하고 빗질하며 / 起坐罷梳沐
긴 휘파람으로 소나무 사립문 나네 / 長嘯出松扉
숲이 깊으매 해가 비추지 않아 / 林深日未炤
풀 끝의 이슬이 아직 깨지 않았구나 / 草露猶未晞
천천히 걸어 맑은 들 바라보니 / 徐行望淸甽
개울물 터졌는데 비는 보실거리네 / 決渠雨靃霏
농사집 아낙네 흰 갈포치마 입고 / 田婦白葛裙
사내 농부는 푸른 삼옷 입었네 / 田夫綠麻衣
서로 이끌어 밭두덕에서 불러 / 相携唱田壟
호미 메고 구름처럼 모였네 / 荷鋤如雲圍
부지런히 힘써 창포ㆍ살구 / 勉哉趁菖杏
철따라 갈고 거두기 때를 어기지말라 / 耕穫且莫違
서상인이 용혈에서 경을 베끼고 시를 지어 보이기에 그 운을 따라 화답하여[誓上人在龍穴寫經有詩見贈次韻奉答] / 석천인(釋天因)
바다 어귀에 점점이 놓인 산들 / 海門千點山
멀리서 하나 둘 셀 수 있구나 / 點點遙可數
난간에 의지하고 한 번 바라보노라면 / 憑欄試一望
아득히 연하의 취미 생기네 / 窅有煙霞趣
그대는 첩첩한 산 속에 있어 / 君居疊翠間
상쾌한 기운을 항상 마시거니 / 爽氣常吸漱
정신은 맑고 학처럼 여위었는데 / 神淸鶴骨癯
누더기옷에는 구름이 올올이 / 毛衲雲縷縷
스스로 말하기를 본래부터 재능 없었거니 / 自言素無能
다른 일은 손에 잠기 어려웠네 / 餘事難入手
오직 불경을 베껴쓰며 / 唯思寫蓮經
티와 때를 씻어 버리려 생각하네 / 欲以滌瑕垢
맑은 바람이 온 방을 휩쓰는데 / 清風掃一室
그 가운데 또 무엇이 있는고 / 是中亦何有
밝은 창 앞에 깨끗한 책상 놓고 / 明窓置淨几
한 자 쓰고는 세 번 머리 조아리네 / 一寫三稽首
아름다워라 그 정진하는 높음이여 / 妙哉精進憧
이 말세에 그보다 더 나을 이 없으리 / 末季無出右
여사로 또한 시도 짓나니 / 緒餘能爲詩
말은 아름답고 기운은 혼후하네 / 辭婉氣渾厚
사랑하고 그리운 생각이 끝이 없어 / 拳拳意未已
목마른 송아지가 젖 그리는 듯 / 如犢渴思乳
다만 한스러움은 서로 어긋나 / 所恨兩差池
한 산중에서 같이 살지 못함일세 / 未共山中住
몇 번이나 맑은 밤 꿈이 / 幾廻淸夜夢
용홍 어구로 날아갔던가 / 飛到龍泓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