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설 | ∼마 “쥐뿔도 없으면서 무슨 큰 소리야? 허풍 치지 마.” 이 문장에서 금지를 나타내는 ‘∼마’에 해당하는 말이 범어에서도 ‘mā[마-]’이다. ◾mā : not, that not, lest, would that not; a particle of prohibition or negation. ◾[마-] : ∼않는, 그토록 ∼않는, ∼않도록, 그토록 ∼않겠다 ; 금지나 부정을 나타내는 불변화사. 그러면 문장에서 ‘mā’의 쓰임새를 살펴보자. ◾mā kranda. [마- 끄란다] 울지 마. *kranda[꾸란다] : a cry(울음). ◾mā adharmaṃ carata. [마- 아다르맘 짜라따] 비법(非法)을 행하지 말라.
*adharma[아다르마]: unrighteousness(不正), injustice(不義), irreligion(무신앙), wickedness(사악함). cf. dharma[다르마]: 법. *carataḥ: acting(행함). ◾mā ṡabdaḥ. [마- 샵다흐] 떠들지 마. *ṡabdaḥ[샵다흐] : sound(소리). ◾이렇게 보면 범어 ‘mā’나 우리가 늘 쓰는 ‘∼마’는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mā’는 길게 발음을 해야 하는데 비해 우리는 장단음 구별을 하지 않을 뿐이다. |
해 설 | 들입다, 들이( + 동사)
먼저 ‘들입다’의 쓰임새를 보자. “그는 목이 탔는지 물을 입에 들입다 부었다.” [네이버국어사전] “미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들입다 화부터 냈다.” [네이버국어사전] “방 첨지 마누라는 별안간 국실이 모친의 어깨를 탁 치며 들입다 깔깔대고 웃는다.” [네이버국어사전] 이렇게 쓰이는 ‘들입다’와 ‘들이’의 정의를 다시 국어사전에서 보자. 들입다: 마구 세차게. 들이: [일부 동사 앞에 붙어] ‘몹시’, ‘마구’, ‘갑자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들이갈기다/들이꽂다/들이닥치다/들이덮치다/들이퍼붓다. 이런 단어들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산스크리트 사전에 있는 다음 단어들을 보면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dṛipta : mad, wild, proud, arrogant. [OSED] [번역] 드맆따 : 미친, 마구 흥분한, 자만하는, 오만한. ◾dṛip : to be mad or foolish, to rave; to be extravagant or wild, to be arrogant or proud, to be wildly delighted; to light, kindle, inflame. [OSED]
◾드맆 : 미치거나 어리석다, 미친 듯 악을 쓰다; 과장하거나 흥분하다. 자만하거나 오만하다. 몹시 기분이 좋다. 불을 켜다, 불을 붙이다. 불을 붙이다, 격앙시키다. ◾국어에서 부사로 쓰이는 ‘들입다’에 해당하는 범어 ‘dṛipta[드맆따]’는 본래 형용사이며, 그 어근 즉 동사는 ‘dṛip[드맆]’이다. 이렇게 ‘dṛipta[드맆따]’와 ‘dṛip[드맆]’의 의미를 알고 보면 ‘들입다’와 ‘들이∼’의 뜻이 더 분명해진다. |
해 설 | ◾“신부가 바리바리 실어 온 혼수를 더한 세간을 막상 그의 소유로서 바라보게 되니…. 출처 : 박완서, 미망” [네이버국어사전] ◾“이른 아침부터 세곡을 실은 마바리가 바리바리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으며 마방집 앞에도 빈 마바리와 마바리꾼들이 떼 지어 웅성거렸다. 출처 : 문순태, 타오르는 강” [네이버국어사전] (마바리: 짐을 실은 말. 또는 그 짐.)
◾위 두 문장의 ‘바리바리’는 ‘짐 따위를 잔뜩 꾸려 놓은 모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리고 ‘바리’는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단어들과 발음과 뜻이 비슷한 범어(梵語) 단어를 보자. ◾bali बलि : tribute, offering, gift, oblation; tax, impost, royal revenue; any offering or propitiatory oblation (especially an offering of portions of food, such as grain, rice etc., to certain gods, semi-divine beings, household divinities, spirits, men, birds, other animals and all creatures including even lifeless objects; it is made before the daily meal by arranging portions of food in a circle or by throwing them into the air outside the house or into the sacred fire.)
◾발리 : 공물, 공물/제물, 선물, 제물; 세금, 부과금, 국왕의 세입; 모든 공물이나 마음을 달래는 제물 [특히 어떤 신들, 반신적인 존재, 집안의 신, 혼령, 사람, 새, 기타 동물, 심지어는 생명이 없는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피조물에게 바치는 곡식, 쌀 따위의 식량 일부로 된 공물; 매일 식사 전에 식량의 일부를 원형으로 빙 둘러 놓거나 집 밖에서 공중에 또는 성화(聖火) 속에 던짐으로써 바쳐진다.] ◾‘bali[발리]’는 발음상으로나 의미상으로 우리가 쓰는 ‘바리’나 ‘바리바리’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범어에 ‘bhara[바라]’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의 뜻도 한 본 살펴보자. ◾bhara भर : bearing, carrying, bringing; the act of bearing or carrying; a burden, load, weight; a large quantity, great number, mass, bulk, multitude, abundance, excess. ◾바라 : 가지고 오는/가는, 운반하는, 가져오는; 운반하기; 운반하기 힘든 짐, 짐, 무게; 많은 량, 큰 수; 많음, 큰 규모/양, 다수, 풍부함, 초과량. ◾‘바리’는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이요, ‘바리바리’는 ‘짐 따위를 잔뜩 꾸려 놓은 모양’이니, 의미상 ‘bhara[바라]’가 더 상관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bhara[바라]’는 어근 ‘bhṛi[브리]’의 파생어이며 그 뜻은 다음과 같다. ◾bhṛi : to bear, carry, convey, hold; to bring, offer, procure, grant, bestow. ◾브리 : 가지고 오다/가다, 운반하다, 실어 나르다, 들고 있다; 가져오다, 제공하다, 입수하다, 주다, 부여하다. ‘bhara[바라]’의 어근인 ‘bhṛi[브리]’의 뜻으로 보면, 우리말 ‘바리’가 ‘bhara[바라]’나 ‘bhṛi[브리]’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
해 설 | ◾‘두드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두드리다 : (1) 소리가 나도록 잇따라 치거나 때리다. (2) (속되게) 때리거나 타격을 주다. (3) ((흔히 ‘가슴’, ‘마음’, ‘심금’, ‘양심’ 따위의 말과 함께 쓰여)) 감동을 주거나 격동시키다. 이 단어의 발음과 뜻에 근접한 법어(梵語) 단어를 보자. ◾tud तुद् : to push, strike, goad, bruise, sting, vex. [OSED] ◾뚜드 : 밀치다, 때리다, 못살게 굴다, 타박상을 입히다, 쏘다/찌르다, 성가시게 하다. ◾우리가 ‘두드리다’를 된소리로 발음하여 강조할 때는 ‘뚜드리다, 투드리다’로 보통 발음하는 걸 보면 ‘두드리다’가 ‘tud[뚜드]’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이 ‘tud[뚜드]’에서 파생된 단어를 하나 더 보자. ◾uttud : to push up, tear up ; to push open. [OSED] 웃뚜드 : 밀어 올리다. 갈기갈기 찢다, 밀어서 열다. ◾‘uttud[웃뚜드]’를 분석하면 ‘ut[웃]_tud[뚜드]’이다. ‘ut[웃]’은 ‘아래’의 반대인 ‘위’를 말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동네 어른들이 ‘윗동네’를 ‘웃동네’라고 말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따라서 ‘ut[웃]_tud[뚜드]’의 기본적 의미는 ‘위를 두드리다/밀치다’이다. 이 ‘ut[웃]’은 지금도 ‘웃옷’이라고 말할 때 사용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ut[웃]’의 쓰임새를 하나만 더 보기로 하자. ◾uttarīya : an upper or outer garment; a blanket. [OSED] 웃따리-야 : 상의[웃옷] 또는 겉옷, 담요. ◾흔히 나이 드신 분들이 ‘웃옷’을 ‘웃도리’라고 한다. 이 ‘웃도리’이야말로 고대로부터 우리가 사용해오던 진짜 토박이말임이 ‘uttarīya[웃따리-야]’로 입증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는 ‘웃도리’를 “‘저고리’ 또는 ‘상의’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나는 평생 전라도에서 살았는데 여기서도 ‘웃도리’라는 말을 많이 쓰는 걸 보았다. 일본어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