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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이의 멋진 등반기를 보며 저도 갱기폭의 추억을 되감아봤습니다.
등반기 작성은 다녀온 직후인 다음날 거의 90%가량 다 써놨는데,,,
갑자기 일이 바빠져서 마지막 10%의 마무리를 미루고 있었네요..
어쨋든 시작합니다. 웅조철진 등반기
참석 : 47기 이호석, 51기 최봉준, 51기 유광민, 51기 문예진
대상지 : 내설악 갱기폭 웅조철진
일정 : 2022.11.19 ~ 2022.11.20
2022.11.18 금
경주엔 나처럼 장거리 산행을 자주 가는 사람이 없어서 보통 혼자 운전해서 산으로 가는편이다
잠도 깨울겸 운전하는 내내 노래를 불러대니
드라이브와 노래는 내 나름 등반 못지않은 취미라 할만하다.
오늘은 대구사는 ER 51기 동기인 광민이 차를 얻어타고 산으로 출발.
광민이는 운전 스타일은 젊잖은 그의 성품을 말해주듯 아주 양반이다.
거의 정속으로, 신호 속도위반 없이,,, 밤에도 이동식카메라가 단속한다고 믿는 친구다...
어쨋든 동행이 있으니 4시간도 그다지 부담스러운 시간은 아니다.
경상도 보리문디 둘이서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운전하는 내내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내설악 갱기폭 좌벽 웅조철진
교육등반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첫 Aid 등반.
개념도상 A3+, 20여년전 개척당시는 A4 난이도였다고 한다.
등반한 사람이 없어서인지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봐도 개념도 한장 달랑,
그리고 대표강사이신 세준형님의 30대시절 등반기록이 짧막하게 소개되있는 정도이다.
호석이가 이번 등반은 계획하지않았다면 아마도 쭉 몰랐을 루트가 아닐까?
대략 밤 11시쯤이었나. 주차장에 도착, 쉘터를 전개하고 늦은 저녁을 먹는다.
운전하는 내내 수다를 떨어서인지 화재가 동나간다.
술도 먹는둥 마는둥 새벽 2시쯤에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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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9 토 맑음
6:30분쯤 되었을까 쉘터안으로 자동차 상향등 불빛이 쏟아진다.
호식이와 예진이가 왔구나.
소주 한병을 못비운 걸 보고
“봉이형 쫄았네,,, 컨디션 조절해요?” 호식이가 놀린다.
A3 이상을 가본적이 있어야 쫄지.
51기 하룻댕댕이는 무서울게 없단다.
갈곳이 멀다.
아침은 생략하고 장비를 정리하고 등반지로 향한다.
두세시간 걸었을까
한참 계곡을 거슬러 올라 대상지인 갱기 좌벽 도착
세월의 풍파에 바위 껍데기가 벗겨져 붉은 속살이 드러난 것이
바위도 선크림을 바르면 좀 덜 벗겨지려나... 말같지도 않은 생각이 든다.
한눈에도 이끼와 잡석이 많아보인다.
그럼에도 갱기폭 좌벽 중앙 오버행의 볼륨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약 20년전 개척당시 3 피치 모두 난이도가 A4
그후 낙석과 이끼를 제거해서 난이도가 A3+로 하향 조정됐다고 하는데....
저정도의 이끼라면 다시 A4로 돌아간게 아닌가 싶다.
난 A3이상 인공등반은 해본적이 없다. ER51기 교육등반이 AID등반 경험의 전부였으니...
사부님께서는 A3이상은 등반하지 마라고 하셨다.
“A3~A4 누가 알아주도 않는길, 다치면 니만 손핸기라”
하지만 이정도 벽을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내가 등반에 미치지도 않았겠지?
한창 저지레할때의 꼬마는 엄마 말을 안듣고
한창 올라갈때의 클라이머는 사부님의 염려를 마음 깊이 접어둔다.
호식이는 1피치 등반, 광민은 빌레이, 나와 예진은 캠프 사이트를 구축키로 한다.
호석이 벽앞 사면을 오르다 낙석을 떨어뜨린다.
나는 피했는데 바닥에 놓인 로프가 찍혔다.
살펴보니 외피는 끊어지고 내피도 충격을 먹은 듯 하다.
광민의 새 로프인데 개시하자마자 폐기할판이다.
풀을 뽑고 바닥을 고르고 쉘터를 치고 장비를 정리하니 어영부영 12시가 넘었다.
호식이는 등반이 한참이다.
한참을 빌레이보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광민이 대신 확보기를 넘겨받는다.
"완료~~" 호석이가 오후 한시쯤 1피치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확실히 요세미티 플레이어는 A3+정도는 무난한가보군,,,
(나중에 들은예기인데 중간에 하강하고 싶었다고 한다.)
2피치 선등을 광민이에게 양보하고 광민은 회수, 나는 저깅으로 올라간다.
굳이 벽상에 여러명 매달릴 필요가 없으니
1피치 선등하느라 고생한 호석이는 바닥으로 내려오는데,,,
시커먼 덩쿨을 하나 감고 내려온다. 자세히보니 로프 토막이네.
1피치 확보지점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적게잡아도 10년은 썩은것처럼 보인다.
2피치 광민 선등 출발, 빌레이 봉준
우측벽으로는 팔뻗으면 닿을 곳에 썩은 버드빅이 보인다.
그런데 직상으로 5m즈음에 헤드, 그리고 10m 즈음에도 헤드가 보인다.
아무래도 직상인가본데?? 광민과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첫번째 버드빅을 치고 다음 확보물에 체중을 싣자마자 광민 추락.
버드빅이 잡아주긴 했지만 확보자보다 아래로 추락했다.
추락계수로치면 2인데 Aid 등반에서 추락계수가 무슨 의미 있겠나 싶다.
심기일전한 광민의 재도전
하지만 첫발을 때자마자 추락하니 위축된게 느껴진다.
게다가 확보물 설치할 곳이 너무나 안좋다.
도무지 마땅한 장비가 없는듯 진행이 더디다.
버드빅을 쳐도 자꾸 빠진다.
"형, 맞는 장비가 없어요. "
"버드빅을 겹쳐 박고 위에 있는 버드빅에 비너 걸고 로프 통과해"
"왜요?"
"너트 겹쳐 쓰는거랑 똑같어. 위에 있는 버드빅이 쐐기처럼 아래로 힘을 가하면 캐밍작용되는 원리야"
어렵사리 겹쳐친 버드빅으로 체중을 옮긴다.
확보물이 불안한지 몸을 떠는게 로프를 통해 느껴지는것 같다.
한동작 한동작이 추락과 등반의 경계에 있다.
크랙이 끝나는 턱에 설치할 확보물이 마땅치않아 보인다
"훅 써봐"
"훅이 안먹혀요"
"턱이 크니 피쉬훅을 써봐"
"훅 잘 걸렸나~?"
"쌀한톨만큼요"
다리를 떠는게 보인다.
광민이는 토템캠 검은색을 설치한다.
"캠 잘 물렸나"
"안쪽 이빨 두개만 물렸어요"
"토템은 두개만 물려도 체중은 확실히 버틴다.
대신 손잡이에 카라비너 걸지 말고 물린 이빨 아래 와이어 링에 카라비너 걸어"
한 7미터쯤 진행했을까. 도무지 더이상 진행이 안된다.
후퇴하기로 하였으나 이미 훅을 여러차례사용해서 클라이밍 다운도 불가능하다.
버드빅을 박고 하강해보라고 하였지만 버드빅도 어설프게 박힌 모양이다.
그냥 뛰어내리면 아래쪽 오버행 모서리에 부딪칠 것 같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한참을 고민하는 광민 너트가 어설프게나마 걸쳐지는 틈을 발견하고는 망치로 바위틈을 이리저리 쪼더니
반쯤 박힌 버드빅과 이퀄라이징하여 하강을 시작한다.
터지면 5~6미터 아래 오버행 모서리,,,
잘생긴 광민이 얼굴이라도 쳐박으면,,,
작년 코끼리크랙 완등 앵커 직전에서 이끼밟고 추락,,
벽에 쳐박히면서 도망갔던 앞이빨들이 다시 시큰해진다.
오버행 모서리를 피하게끔 아예 10미터는 더 떨어뜨리게 다이나믹 빌레이 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하강을 시킨다.
5미터,,
4미터,,
3미터,,, 광민이 확보줄에 걸려서 축 늘여진 사다리 끝이 손에 닿았다.
나는 광민의 사다리 끝에 얼른 카라비너에 걸고 확보지점에 연결했다.
이제 떨어지더라도 오버행은 안친다.. 됐다...
2미터
1미터,,, 하강완료
새파랗게 질린 광민.
나 역시 빌레이 중에 이정도로 긴장된 적은 없었던것 같다.
1일차는 이렇게 후퇴...
바닥으로 하강하여 쉘터로 들어간다.
호석이와 예진이가 식사준비를 막 마쳤다.
둘의 얘기가 루트를 잘못 들어 섰다고 한다.
등반 중간중간 내려오라고 소리치던게 그 뜻이였나보다.
우측으로 트래버스 해야 되는데 직상을 했다고 한다.
1피치를 깔끔하게 성공한 호석과
탈출하긴 했으나 어쨋든 2피치 등반 했으니 오늘하루 1인분은 한 광민
그리고 언제나 해피한 예진이는 푸근하게 식사한다.
<광> "너무 무서웠어요, 형... 불곡산이나 삼성산 무당골과는 비교가 안되요"
<호> "부담되면 안해도 되요"
땅바닥에선 여포다. 허풍 한번 떨어주고...
<봉> "마~~, 형이 어나더 레벨 (Another Level)을 보여줄께. 내일 잘봐라"
해피한 예진은 일행중 가장 두꺼운 내 매트리스 위에서 먼저 잔다...
오늘 밤은 쪼매 춥겠구만...
쌀쌀해지는 밤공기와 슬며시 이는 두려움을 떨치기엔 소주 두병은 역시 부족하다. (1.8L 댓병 두병)
후루룩 시래기국 마시듯 소주를 비우고 10시도 되기전에 잠에 든다.
2022.11.20 일 맑음
아침 6시반 기상.
동생들이 일어나기 전에 2피치 루트 파인딩을 해본다.
과연 호석이와 예진이 말처럼 광민이가 오른 방향은 개념도의 방향과 달랐다.
약 10미터 가량 위에 설치한 헤드를 쳤을 선배 산악인은 도대체 어떻게 친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찬찬히 2피치를 살펴본다
우측으로 트래버스 등반 8미터
이후 크랙타고 약 6~7미터 직상
그리고 얇은 덧장바위 5미터 트레버스등반 (이게 지옥이었다)
오버행 진입후 20미터 트레버스등반
개념도상 대충 45m가 맞는것 같다.
호석이가 준비한 제육볶음을 든든하게 먹고 2피치로 출발
굳이 두명 다 2피치 시작지점으로 올라올 필요가 없는데
호석이 광민이 둘다 주마 한조를 하나씩 나눠서 고생스럽게 2피치 시작지점 (1피치 종료지점)올라온다.
고마운 녀석들이다.
우리는 헤드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호석이가 올라오면서 알루미늄 헤드를 하나 준다
"누가 박은거 쑥 당기니까 빠지더라구요. 이게 형 한번 살려줬음 좋겠네요"
어제 광민은 직상했고 그쪽은 루트가 아니였다
나는 바로 우측에 있는 썩은 버드빅에 몸을 실어본다
(준비한 버드빅도 충분치않아 썩은 버드빅이라도 잘 써보기로 했다..)
끊어지지 않는구나
이제 출발
오른쪽 위로 버드빅을 하나 때려박다가 시작하자마자 손가락에 망치를 때린다.
손톱이 빠질것같은 통증이지만 고통을 느낄 여유는 없다.
확보물이 여의치 않아 피쉬훅을 치고
그 다음 쪼그만 크랙이 하나 보인다.
마이크로 너트가 있으면 딱인데 우린 마이크로 너트를 준비하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호석이가 준 헤드가 생각났다.
헤드를 너트처럼 걸어도 되려나??하는 불충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틈사이에 끼워보니 어렵사리 헤드의 한쪽 모서리가 돌기에 겨우 걸린다.
호석이는 이왕 걸린 헤드를 망치로 짖이기라 하는데…응 아니야~
이거 때리면 바위 돌기가 깨져^^
밟고 지긋이 일어나본다
오늘은 추락안하게 해주세요 부처님 하느님.
다행히도 (너트처럼 사용한) 헤드가 버틴다.
호석이 덕에 한동작을 지나간다.
조그만 덧장 바위가 보인다.
호석이가 말한다 "형~ 거기 캠 쳐요~"
혹시나 손으로 바위 모서리를 당겨보니 바위가 떨어져 나간다.
때리지도 않고 그냥 당겼는데 쑥 빠진다.
그모습을 보니 뭐가 우스운지 호석 광민이가 낄낄거린다.
'다시 제자리에 끼워넣고 캠을 칠까? 그러면 두녀석들이 내 담력에 혀를 내두를텐데,,,'
하는 불충한 생각이 또 드는데 이만한 일에 목숨걸지말자…
발을 올려 레다 1단을 밟고 찬찬히 살펴보니 버드빅 들어갈 틈이 보인다.
열심히 때리는데 버드빅 아랫부분이 뜬다.
버드빅은 아래부분이 벽에 붙어야 확실히 버텨주는데
아래를 때리면 버드빅 머리가 들리고
머리를 때리니 아래가 또 뜬다 ㅡ.ㅡ;; 젠장.
어쩔수 없다..
내 몸으로 검증해봐야지...
흐으응... 지긋이 밟아보니 체중은 버텨지네.
확보물이 아무리 더럽더라도 일단 밟고 일어서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이끼를 뜯고
피쉬훅으로 파내고
망치로 긁어내는 등
더러운 이끼벽을 지나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도중에 3호캠이 쏙 들어가는 포켓 홀드가 보인다
캠을 우겨넣고 아이쿠 살았다~~
레다 위에서 덩실덩실 짱구춤을 춤을 춘다
호석 왈 “까불지좀 마요ㅋㅋ”
꾸역꾸역 제법 큰 덧장바위 도착
덧장바위의 언더크랙을 이용해 오른쪽으로 4~5m정도 이동해야된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덧장바위가 너무 떴다.
자유등반지의 암질과는 결이 너무나 다르다.
홀드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반드시 제거되어야할 잡바위,,,
아래에서 빌레이를 보고있는 호식이도 불안한지 한마디 거든다
"덧장바위 잘 붙어 있는지 망치로 두드려봐요~"
망치로 치면 무너질것같은데??
살짝 손바닥으로 두드려본다.
둥둥둥... 둥둥둥......
들어본적 있다
이건
분명히
난타공연에서 타악기로 쓰이던 어떤것의 울림이다
캠을 치면 버틸까?
만약 체중을 겨우 버티더라도
먄약 추락한다면,,,
덧장바위면이 그대로 무너질게 자명하다.
이따위 바위모양 타악기에
캠을,,,
내 체중을,,
내 꿈과 미래를,,
내 가족의 안녕을,,,
실어야하나....?
오늘도 큰소리치던 땅바닥 여포는 벽앞에서 매미로 변태하여 운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이건 게임이야..
최소한 10년안에 여길 지난간 사람이 몇은 있었을테니
장장 10년짜리 폭탄돌리기 게임을 하는거다.
이 폭탄이 터지는게 설마 나겠어?
나만 아니면 돼 정신
극한을 추구하는 클라이머에게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캠을 최대한 깊숙히 깊숙히 꽂아넣고
지그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이 밟아본다
그리고 서서히 엉거주춤 일어선다...
이순간 나는
삶과 죽음이 중첩된 슈레딩거의 고양이,,,
크랙 안쪽으로 돌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나는데
너무나 당연해서 무섭지도않다.
레다에 꼳꼳하게 일어섰다...
살았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아멘...
이제 다음 동작. 또 한번의 언더크랙 트래버스
후등자를 위해 촘촘히 확보물을 쳐야하는데...
이건 타악기니까 무조건 빨리 벗어나야된다.
최대한 몸을 비틀어 오른쪽 멀리 끝까지 손을 뻗어
여기의덧장은 견고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손바닥으로 바위를 살짝 두드려본다....
둥둥둥.. 둥둥둥...
C8... 시련의 연속이다.
부처님 하느님....
외설악 청동대불상에 들려서 큰절하고 오지못한게 후회된다.
그래도 좀전에도 살았지 않나..
울고있느니 빨리 돌파하는게 살 방법이다.
다시한번 오늘만 제발.....
캠을 치고 레다를 걸고 지그으으으으으으으으읏이 체중을 옮겨본다.
또한번 버텨준다... 할렐루야....
그리고 또 오른쪽으로 멀리 손을 뻣어본다
다시 덧장바위
그나마 여기는 손으로 치면 소리는 안난다.
망치로 치면 묵직한 드럼통정도의 울림은 있지만
바로 직전의 뜬바위에비해 상대적으로 워낙 견고한 바위이므로 캠훅으로 도망치듯 통과한다
사실 이 바위도 자유등반이면 위험하다 뽑아버릴만한 바위임에도
캠훅 설치하고 안심한다는게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옆을 보니 좋은 발홀드
그 발홀드를 일어서면 또 좋아보이는 손홀드가 보인다.
자유등반으로 돌파를 시도한다.
-- 인공 등반도중에 자유등반으로 전환.. 내 로망이다 --
발 홀드 딛고
왼발을 왼쪽으로 멀리 뻗어 밸런스 잡고
오른손 진행
왼손 들어오고
발 올려서
큰 오버행 아래로 안착
하면서 좋아보이는 손홀드를 잡는가 싶었는데.....
손홀드가 여간 좋지 않다.
팔 펌핑오면 추락,,, 확보물이 몇개 터질지 모른다.
아니 바위가 무너질지도…
(인공등반 진행중에 자유등반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있구나... 하나 배웠다..)
상단 기어랙의 가장 손이 잘 닫는곳에 훅을 걸어놨다
아무 모서리나 허겁지겁 긁어가며 피쉬훅이 걸리는 곳을 찾았는데
어제 광민이가 말한 쌀 한톨만큼 걸렸다
일단 체중을 훅에 싣고 뭘 설치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후다닥 견고한 확보물을 설치했다.
진짜 살았다... 이 찰나를 버티기위해 내가 수년간 꾸준히 턱걸이를 했나 싶었다.
마침내 큰 오버행 도착
큰 오버행을 20미터정도 트레버스하면 2피치 완료 확보지점이 나온다.
여긴 언더크랙이 확실하여 확보물 설치가 용이했고 캠과 버드빅 훅 등등을 번갈아 쓰면서 진행했다.
다행히 여기는 그나마 쉬웠다
A2 정도인것 같다.
확보지점을 4미터 남기고 더이상 오버행의 언더크랙을 사용할 수 없는 구간이 나왔다
오버행 아래 주름을 살펴보니 새빨갛게 녹슨 러프가 보인다.
예전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확보물인데 이젠 고맙기만하다.
바로 사다리를 꺼내 걸어서 체중을 옮기려는데 러프에 걸린 와이어가 끊어진다…
다행히 추락하진 않았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위쪽으로 헤드가 두개 보인다
역시나 녹슬긴했는데 심각해보이지는 않는다.
사다리 1단 밟고 헤드 하나 건너뛰고 그다음 헤드에 클립한다
51기 교육을 받을때 첫주차부터 나는 일부러 1단만 밟았다.
안전한 교육때에도 레다 1단을 밟지 못한다면
실전의 레다 1단은 단순 장식이 될것 같아서
일종의 트레이닝처럼 교육기간중에 1단을 고집했는데,
이번 등반에서 부담없이 1단을 여러차례 사용한것만봐도 효과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드디어 확보지점까지 2미터 못미치게 남기고
3호캠이 들어갈만한 큰 언더크랙이 나오는데
캠이 없다…
1피치에서 응원중인 광민이가 가지고있긴한데...
등반 거리가 40미터가 넘어가니 로프에 묶어 올리면 후등자는 줄이 모자라 올라올수가 없다.
형태는 매우 쉬운 덧장 크랙
다시 한번 자유등반을 시도한다.
단 아까처럼 홀드가 안좋다면 바로 후퇴할 수 있도록
레다는 이전 확보물에 걸어두고 진행한다.
어차피 한두동작이면 확보지점이므로 확보후 회수하거나 후등자가 회수하면 된다.
오른손 잡고
오른발 하이스텝
왼손은 좀더 위쪽 사선 홀드,
왼손 고쳐잡고
썩은 슬링이 눈앞이다.
오른손으로 확보줄 클립.
완료!!!!
예진이가 저 아래에서 축하해준다.
"형 고생했어요" 호석이와 광민이도 축하해준다.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었던것 같다.
대략 3시간 반정도 등반을 한것이었다....
2피치 확보물의 슬링은 얼마나 썩은건지
손으로 당기니 찟어진다..
조금전 타악기 밑을 지날때 10년내에 몇명은 이길을 지나갔겠거니 믿음을 가지고 돌파했는데
분명하다..
이 슬링은 개척당시 최승철, 김형진선배님들께서 설치한 것이고
10년내에는 등반한 사람이 없었던것 같다...
내가 가진 슬링으로 확보지점을 보강하고 호석이와 광민이가 올라올 로프를 픽스한다.
2피치 앵커에서 3명의 인증 사진을 찍고 하강
전체 3피치중 2피치 진행...
한편으론 2피치까지 성공이고 ..
다른 한편으론 중도 실패인데 이렇게 홀가분한 중도실패가 있었나.
우린 웅조철진 2피치까지 성공했다고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 얼굴을 본 호석이
"형 세수좀 해요. 얼굴이 시커멓네 ㅋㅋ"
이끼를 닦아내고 바위를 깍아내며 등반했으니 얼굴에 먼지가 잔뜩인가보다.
예진이는 기다리는동안 야영 장비를 다 정리해주었다...
사진 찍으랴,,, 장비정리하랴... 침낭도 뽀송뽀송 말려주었다. 고마워~~!!
장비를 정리하고 하산시작
한참을 내려와 한계리 도로에 다와갈때쯤
호석이와 광민이는 차를 가지러가고 나는 계곡물에 몸을 씻고 나왔다.
서울로 가야되는 호석이 예진이
경상도로 가야되는 나와 광민,,
밥먹을 장소가 애매해서, 한계령 휴계소로 가기로 한다
(모두들 한계령 휴게소는 처음이었다)
호석이가 씨래기국이 맛있다며 사장님께 아양을 부리자
넉넉하신 사장님 국을 한주전자를 주신다.
아쉬워도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로 갈 사람은 서쪽으로
경상도로 갈사람은 남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룰 배웅하며 해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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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흐려지기전에 등반기를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이 드는 여행이었다.
A3 이상의 Aid 리딩도 처음이었으며,
한피치 등반에 십수년 등반 경험중 이렇게 오래걸린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치열한 등반이었지만
등반 내내 파란 하늘과
서라운드로 들리는 ASMR 계곡의 물소리,
야영중 포근했던 모닥불
광민의 표현처럼 쏟아질것 같은 밤하늘 별들
여운이 남는 여행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같이한 동료들
멋진 등반지로 안내해준 호석,
점잖은데 등반도 잘하는 광민,
언제나 해피 에너지 넘치는 예진
우리 일행과의 캐미가 너무 좋았다.
지긋지긋한 타악기의 악몽은 이미 잊혀지고 미지의 웅조철진 3피치가 아른거린다.
겨울의 갱기폭보다 더 매력적인 가을의 갱기폭에서
이 맴버로 다시한번 갱기 좌벽을 오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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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다음에는 2피치는 호석 or 광민이거 줄 깔아주면 가야지....
첫댓글 ㅎㅎ 십여년전.... 그 느낌이 생각난다.
고생했다. 선수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러게요.. 레벨업하는 느낌이 든 등반이었습니다 ㅎ 올해는 판대 같이 가셔야지요ㅋ
축하합니다. 강심장의 ER맨만 등반한다는 갱기~~다시한번 축하합니다.
중도 후퇴라서 축하는ㅎㅎ
어쨋든 감사합니다 선배님^^
축하합니다.
멋진 등반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축하합니다
치열한 등반기 살아 있네요
형님 ER에서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