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고와 보험

[손해사정사 이제형]

보험사고 보상지식

고의사고와 보험

1. 고의 또는 과실이란?

고의란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고의의 요소를 살펴보면, 어떤 사물에 대한 인식과 행위를 한다는 의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훔친다고 가정할 때 물건에 대한 인식과 훔친다는 의도(점유 이전)를 갖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이에 반하여 과실이란 이러한 인식과 의도가 탈락된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즉, 부주의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때 이러한 심리상태를 과실이라 합니다.

2. 고의사고와 보험

보험의 핵심 요소는 우연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즉, 예견된 사고는 보상해 주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고의사고는 보험에서 보상해주지 않습니다.

3. 예외 사유

하지만 모든 고의사고를 보험에서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피해자 구제차원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영역은 배상책임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고의로 자동차로 사람을 치었을 경우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 운전기사가 고의로 그랬는지 아니면 과실로 인한 것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에서는 고의사고라 할지라도 책임보험의 범위에서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줍니다. 하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이 무조건 보험으로 보상을 해준다면 보험이 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를 만드는 셈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단 보험에서 보상을 해주지만 후에 가해 운전기사에게 그 금액을 구상 청구합니다.

4.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과 보험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 운전기사가 고의로 사고를 냈는지 아니면 과실로 그랬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보호차원에서 고의사고라고 할지라도 일단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준 후에 가해자에게 구상 청구한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고입니다. 음주나 무면허 운전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하기 때문에 고의성이 짙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도 범죄행위입니다.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보험에서 보호해 준다면 보험이 범죄를 부추기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보험에서 보호해 주면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고의사고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음주나 무면허 운전의 경우에도 일단 보험에서 보상을 해준 후 가해 운전기사에게 소정의 사고부담금을 납부하게 합니다. 1사고당 책임보험의 범위에서는 대인사고 3백만원, 대물사고 1백만원의 사고부담금이 부과되며, 이를 초과하는 임의보험에서는 대인사고 1억원, 대물사고 5천만원의 사고부담금이 부과됩니다.

5. 자기신체사고(자손) 또는 자동차 상해(자상)에 있어서의 문제점

음주나 무면허 운전의 경우에도 고의사고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구제차원에서 보험에서 일단은 보상해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신체사고나 자동차 상해란 자기가 다쳤을 경우에 보상해 주는 항목인데 이에 대해서까지 보호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음주나 무면허 운전은 고의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보상해 주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보상해줍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생겼을까요? 이는 상법상 사망이나 상해를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중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도 보험에서 보상을 해주도록 한 규정의 해석과 관련이 있습니다.(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음주나 무면허 운전 그 자체는 고의가 맞지만 자신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닌 중과실이기 때문에 상법에 따라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긴 하지만 분명 사고의 선행원인이 고의이고 범죄행위라면 꼭 이렇게 해석하면서까지 범죄행위를 보호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은 남습니다.

즉, 이론대로라면 음주나 무면허 운전 사고로 남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면 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고, 자신이 죽거나 다쳤다면 보험에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릅니다.

유튜브 “이제형 손해사정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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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著 『교통사고 핵심사례 50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83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