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어란 무엇인가
1. 팔리어(pali語)란 무엇인가.
◾팔리어란 현재 세일론(스리랑카),버어마,타이,캄보디아,라오스 등 남방불교 문헌에 쓰여지고, 남방불교의 성전(聖典)에 사용되고 있는 언어이다. 이 언어에 팔리어란 명칭이 주어진 것은 12세기 이후라 생각된다.1) 그 이전에는 이 언어는 마가다어(Magadha-nirutti 또는 Magadhika-bhasa)라든가 근본어(Mulaa-bhasa)로 불리어지고 있었다.2)
마가다어란 캔지스강의 중류지역 마가다 지방언어라고 하는 뜻이며, 근본어란 인류가 최초로 사용했던 근본적 언어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왜 이 언어가 마가다 말이라고 불리어지게 되있는가 하면 불교의 개조 석존 자신이 이 말을 가지고 마가다 중심으로 교화 설법하고 그것이 그대로 남방불교의 성전이 되었다고 믿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언어 이외에 마가다 말이라 하는 언어가 존재하고 그것이 실제로 마가다 지방의 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된 때문인지 후에는 팔리어를 마가다지방 말이라 하지 않게 되었고, 근본어라고 하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팔리어는 언어계통으로 말한다면 프라크리트어(Prakrit語)의 일종이다. 프라크리트어란 중기(中期) 인도 아리안 언어의 총칭이며 그것은 서기 전 6세기에서부터 서기 후 11세기 경까지 인도에서 사용한 인도 아리안의 민중어이다. 프라크리트 어의(語義)에 관하여서는 많은 학설이 있으나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되어 있은 바에 의하면 프라크리트어란 즉, 산스크리트-고전범어에 대한 것이어서, 고전범어가 판니니(Panini) 문전(文典)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규정 완성된 완성어·인공어·아어(雅語)·표준어 동의 의미를 가지는데 대하여, 프라크리트어란 인위가 가해지지 않은 자연의 속어(俗語)·민중어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양자는 다 같이 그 원천을 고대인도의 베다어(Vedic語) 즉 기타 고대의 일상용어에서 인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고전범어와 프라크리트어 제어(諸語) 사이에 또는 프라크리트 상호 사이에는 언어적으로는 가까운 친연(觀緣)이 있는 것이다. 프라크리트의 제어가 중기 아리안어라고 불리는데 대하여 베다어 및 고전범어는 고대 인도 아리안어라고 칭하여지며 프라크리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인도아리안 제어는 근대인도 아리안어라고도 말하여진다.
2. 프라크리트어에 있어서 팔리어의 위치
◾프라크리트어란 말의 범주에 어떤 내용의 언어가 내포되는가는 학자의 경우에 따라서 다르며 광협(廣狹)의 여러가지 의미로 쓰여진다. 좁은 의미로는 프라크리트어를 프라크리트어의 대표언어로서 마하라스트리(Maharastri)어 말을 가리킨다. 다음에는 기타 범문 희곡용의 제속어(俗語) 모두를 내포시켜서 프라크리트어라 칭하고 다시 확대하여 자이나교 문헌 중에 사용되고 있는 제속어도 가리키며 다음에는 팔리어 중에 불교관계의 제속어도 여기에 포함시킨다. 더 넓게는 중기 인도 아리안어 전체, 즉 중기 인도에서 사용된 범어 이외의 모든 아리안적 민중어를 의미하는 것이다.
본서에서는 프라크리트어를 최광의어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의미에서 프라크리트어를 그 성립연대에 따라서 본다면 고층·중층·신층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고층은 서기전 6세기 경부터 2~3세기까지의 것이며, 중층은 2~3세기에서 7~8세기까지, 신층은 7~8세기~11세기 경까지이다. 그리고 고층 프라크리트어는 그전의 고대인도 아리안어로서의 베다어 또는 다른 고대 아리안 민중 제어의 연속이고, 신층은 프라크리트어 이후의 근대 아리안 제어에 연결된다고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언어는 역사적 연결을 유지하면서 변화·발전해 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도 아리안어는 고대·중기·근대의 상하 4천년에 걸쳐 변화하면서 흘러오고 있는 것인데 이들 언어의 동일시대에도 인도의 서북부·중부·중동부에 있어서는 각각 다른 언어적 특징을 보지(保持)하고 있다. 이 특정은 그 지방의 원주민이나 인접 인종에서의 언어적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지방 고유의 특징은 시대와 함께 다소의 변화를 입으면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다.
◾이러한 고층(古層)·증층·신층에 걸친 여러 프라크리트어를 보면 그들의 가장 새로운 형식은 그 원래의 유행지역과 관계없는 문장어(文章語)가 되어있다고 해도, 본래는 어느 것인가의 지방에 실제로 사용된 민중어·일상어에 기초한 것이므로 거기에는 지방적 특징이 다소 보여진다. 이것을 구체적인 예로 말하면 마가다 지방이라고 불리워지는 캔지스강 중류 지방의 언어는 고층에서는 고대 마가다어이며, 중층에서는 희곡용 소위 마가다어가 되며, 신층에서는 마가다-아프프란사-가 되면서도, 거기에는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언어적 특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고층 프라크리트어
◾그런데 고층 프라크리트어에 속하는 것으로서 오늘날 알려지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인도 각지의 각문刻文)에서 발견된 것
-. 불교문헌에 사용된 것
-. 자이나교 경전에서 사용된 것
-. 초기 희곡에서 발견된 것 등이다.
◾고대 각문의 프라크리트어
이것은 서기전 3세기 아쇼카왕 법칙문의 용어를 비롯하여 서기후 2세기까지의 각문에 있는 언어를 포함시킨다.3) 이 중에서는 인도 각지에 30여종이나 잔존하는 아쇼카왕 법칙문이 가장 유명하고 다수인데 이 용어는 지방에 따라 다소 다르다. 즉 중인도에서 동인도를 포함하는 캔지스강 유역에 있는 각문은 소위 고대 마가다어이며 중층 프라크리트어에 속하는 마가다어의 원천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가다어와 공통된 특정을 가지고 있다. 서북 인도에 있는 것은 이 지방이 범어의 발상지이므로 범어적 경향이 강하다. 서북 인도에 있는 칙문은 앞의 세 가지와 달리 팔리어와 유사점이 많다. 또 남서 인도의 것은 그것과 다소 다른 특정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아쇼카왕 칙문의 언어는 중동부·북서부·서부·동서부의 4군(群)으로 대략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의 언어는 아마 당시 일상어 그 자체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각 지방의 민중어에 유사하며 지방적 특징을 가진 일종의 공용어였던 것 같다.
◾불교문헌에 사용되고 있는 프라크리트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팔리어이다. 현존하고 있는 문헌의 질과 양에서 말한다면 팔리어는 모든 프라크리트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일찌기 팔리어 이외의 언어에 의한 불교성전이 그 밖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릇 인도 각지에 홍통 전과되고 있던 18부, 20부의 부과불교 및 그 후에 발달한 초기 대승불교는 각 지방의 민중어에 가까운 프라크리트어에 의하여 그들의 성전을 전지(傳持)한 것이며 팔리어 불전은 그들 중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1) 팔리어란 본래 언어학적 명칭은 아니다. 팔리어는 남방불교의 「성전」이란 뜻이어서 성전, 즉 경·율·론의 삼장 속에는 팔리어란 말은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이 말은 성전으로 사용한 후에 성전 주석서에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써, 주석서에는 의소(義疏, Atthakatha:의는 의리, 소는 소통, 경론 중에 말한 의리를 해석한 글), 즉 주석에 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팔리 불교에서는 팔리어란 삼장성전만을 가리킨다. 성전 주석이 의소이며 의소의 주석을 복주(復註·Tika)라 말하고 복주의 주석은 복복주라한다. 요컨대 팔리어란 이런 성전어의 뜻이며 팔리어의 명칭이 사용된 것은, 그 주석서를 만든 시대인 5·6세기보다도 더 새롭고 분명한 명칭이 처음으로 문헌에 보이는 것은 소사(小史, Culla-Vamsa) 90장83게(偈)이다.
이것은 14새기 전반의 세일론 왕 과라캄마바흐(ParakKamabahu IV) 시대의 기록인데 그 부분은 18세기 말에 쓰여진 것이므로 팔리어의 명칭이 14세기에 존재했는지 18세기에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아마 팔리어 명칭은 14세기 이전부터 쓰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대개 팔리불교가 12~13세기에서 오늘날까지 스리링카를 중심으로 캄보디아,버어마,라요스,타이에 전하여져서 융성하게 되고 피아(被我)간에 유학교제교통(留學校際交通)이 행하여졌다. 그 때에 이들 언어 계통을 달리하는 나라의 비구들 사이에는 오늘날 아직도 그들 사이에 행하여지고 있는 바와 같이 성전에 사용되고 있는 말이 그들의 대화유통으로서 가장 적당하고 용이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 언어를 성전어, 즉 팔리어라 불렀던 것이다. 이 명칭은 16~17세기 경에 도래한 서양인에 의해 서구에 전해지고 일반적으로 통용하게 되있다.
주2) 프랑케(Franke)는 당시 인도 일반에 행하여지고 있는 언어를 모두 팔리어라 칭하고 이 의미에서 고대 사람들이 사용한 근본언어로서 팔리어를 부르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O.Franke:Pali and Sanskrit, s. 149).
주3) 티베트의 전(傳)에 의하면 18부화를 대표하는 4부화는 각각 다른 언어로 그 성전을 전했다고 한다. 즉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는 산스크라트어로 전하고 대중부(大衆部)는 불교범어(Corrupt Sanskrit)로, 상좌부(上座部)는 팔리사시(Palisaci)로, 정량부(正量部)는 아파브람사(Apabhramsa)로 전했다고 한다. 또 동산주부·서산주부는 반야경과 기타의 경전을 프라크리트어로 서술했다. 이것이 그대로 믿어지는지 아닌지는 별도로 하고 하여튼 제부파가 여러가지 지방 민중어로 그 성전을 전하고 있있던 것을 인정할 수가 있다. 이 점은 불타가 불법(佛典)을 지방의 민중어로 전하라고 훈계하였던 것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