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었다.
그냥 그런날 있지 않은가.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날.
오늘이 그랬다.
아이들과 상의하여 집에서 쉬자고 하니 다들 좋단다.
아침부터 늦게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
다들 늘어진다.
아이들은 방에서 티비를 차지하고 누워서 만화를 보고.
어른들은 거실에서 뜨끈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베개를 팔과 가슴 사이에 끼고 엎드린다.
책을 펼친다.
아빠는 오민석님의 ‘경계에서의 글쓰기’를 엄마는 손미나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어떻게 제주에 와서 집에만 있을 수 있는지 남들은 이해 못하겠지?
우리도 처음엔 그랬다.
무지하게 돌아다녔다.
마치 숙제를 해야 하는 것처럼.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집에만 있어도 좋다.
제주이기 때문에.
따뜻한 방바닥, 파란 하늘이 보이는 마당, 마당에 피어 있는 여러 가지 꽃들, 갓 내린 커피, 잔잔히 흐르는 음악, 제주 바닷가의 바람소리...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제주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이런 날도 좋더라.
집에서 책보고 티비보고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마당에 나가 뛰어놀고.
오후엔 아이들과 함게 ‘맛있는 녀석들’을 보는데 짜장면 특집이 나왔다.
거기서 김민경님이 제주도에 와서 짬뽕을 먹는다.
이 장면을 보고 문득 제주도의 짜장면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다들 짜장면이 먹고 싶다며.
이상하게 하는 것 없이 집에만 있는데도 더 배가 고프다.
처음으로 제주에서의 배달 주문을...
짜장면, 쟁반 짜장, 짬뽕밥, 볶음밥을.
가게가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 엄청 빨리 도착한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받자마자 포장을 뜯어 젓가락질 시작이다.
역시 제주도는 짜장면도 맛있다.
아니 제주도에서는 뭐든 맛있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주도에 가서 아무것도 안한 날.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 먹은 날.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굴뒹굴 한 날.
오늘 뒹굴뒹굴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이런 인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사가 너무 재밌고 오늘 우리 모습과 너무 똑같다.
가수: 선우정아
노래제목: 뒹굴뒹굴
뒹굴뒹굴 데굴데굴
하루를 종일
한 자리에서 1시간 더
뒹굴뒹굴 데굴데굴
숨쉬기 운동
효과가 최고
누워있는 게 가장 좋아
특히 밥 먹고서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고 겁을 주던데
나는 원래 소띠라 괜찮아
It’s okay dear
먹는 것도 귀찮아 씻는 건 당연하고
화장실도 그냥 참을래
인생은 한 방이야 몰아서 한 번에 뙇
벼락치기가 최고야
연애도 귀찮아 사람들이 귀찮아
생각하는 게 다 귀찮아
멍청이는 아닌데 깍쟁인 더 아니야
계산하는 거 완전 귀찮아
뒹굴뒹굴 데굴데굴
주말을 내내
한 자리에서 1시간 더
뒹굴뒹굴 데굴데굴
내 몸 하나 누울
딱 그만큼만
Everyday my lazy days
My lone brain works so slowly
Everyday the sleepy days
Who goes slowly I’m the only
알 게 뭐야
누가 앞질러 가든
이미 난 늦었어
눈을 감아버렸어
어디가요 이리와요
여기서 한숨만 돌리고 가
배 부르고 따뜻하죠 누워봐요
값이 아주 싸 손톱만한 양심 조금
분노의 양치질 닦아버려 비누칠
초컬릿 다 묻히고 먹다가
잠들어 버릴 거야
나의 세계는 평온해요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극세사라면
도망가고 싶어서 살벌한 현실에서
나 약해빠진 애티튜드
가진 게 없어서 시간으로 Flex
분명 후회할 걸 알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러다 하루 순삭
나는 타노스랑 맞먹어
쉽게 없애버리지 요일 하나쯤 슥삭
우주최강 느림보
뒹굴뒹굴 데굴데굴
하루를 종일
한 자리에서
뒹굴뒹굴 데굴데굴
온몸이 찌뿌둥
그래도 난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