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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치매 -북어
박종현
왼새끼 두른 금줄에 매달린 바싹 야윈 몸 총기 빠진 휑한 눈으로 돌무더기를 지킨다 여든아홉 해 바람과 햇살 말라붙은 살갗이 다시 단단한 육질로 되살아난 날, 어머니 뇌경색으로 굳어진 기억은 모두 서낭당 오색 천 지느러미로 세상을 건너간 뒤였다 새끼줄처럼 꼬인 길, 이승 뜬 폐병쟁이 큰아들 밭은기침 소리가 서녘 하늘 노을 붉게 자물려오면 말라 비튼 솟대 새 날갯짓 너머 돌아오지 않는 기억들만 왼새끼 두른 금줄로 흔들리고 있다 그때마다 북어 초점 잃은 눈길이 파돗살 파랗게 일렁이는 하늘에 매달린다 비손하시던 어머니 문득, 의치(義齒)를 꺼내 바람에 헹구신다.
(창녕문학 2011, 35집 수록)
박종현 창녕군 대합면에서 태어났다. 동아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1992년 <현대문학> 시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쇠똥끼리 모여 세상 따뜻하게 하는구나> 등이 있으며 현재 진주 삼현여자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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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손하시던 어머니, 이치를 빼내 바람에 헹구신다.절창이십니다. 대합면 출신이신 박종현 선생님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