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뭘 12일 금요일
진작부터 내 꿈은 시 쓰는농부였다. 그러나 텃밭에서 소소하게 상추나 고추를 심어 먹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교사였고 명예 퇴직하고는 몸이 아파서 농부의 꿈은 접었다. 그러나 나는 돈을 모아 논이나 밭을 사려고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꿈을 아들이 달성해 줄 것 같다. 아들은 몇 편 안되지만 나보다 멋진 시를 쓰고 산문도 월등하다. 그 아들이 오늘 자신의 미래에 대해 털어 놓았다.
다른 때보다 일찍 온 남편이 이번 주 주말 일요일과 광복절 일정을 얘기했다. 성당 끝나고 이이엄 집에서 하루 자고 오자고 했다. 탐스럽게 자란 사과를 따야 한다면서~ 그러자 아들이 풀을 베야 하니 예초기를 검색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주렁주렁 열린 가지만 남기고 고추며 쑥갓, 상추, 파프리카 고랑의 풀은 이미 깨끗이 매었으니 걱정말라고 하였다.
나는 며칠 전에 아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는 딸기 고랑만 남겨두고 나머지 고랑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자고 한거다. 그래서 겨울이면 다육이나 제라늄, 여름 꽃들을 넣어두자고 하였다. 아들은 수경 재배를 해서 겨울에도 상추, 고추를 길러 먹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 비닐하우스를 짓는 게 좋겠다'고 하였다. 그 말을 하자 아들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수경재배를 하는 스마트팜이예요. 하이테크 농업입니다."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행정직을 준비했다. 6월에 시험에서 떨어지고 바로 부천에 올라가 짐을 챙겨 집으로 왔다. 7년 동안의 객지 생활을 접고 귀향한 것이다. 아들은 이젠 취업을 준비하라는 말에 질색을 하면서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묻지 말라고 하였다. 공교롭게도 다른 일로 나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되도록 먼저 말 걸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그 이후 아들의 얼굴을 살피면서 즐거운 얘기만 했다.
수경재배는 아들이 고등학생 때 말을 꺼냈다. 집에서 길러먹자고 했다. 그때 당시 내가 미나리 뿌리를 함지박에 담가 길어지면 따먹곤 했다. 좁은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고추며 방울토마토를 길렀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그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깨끗이 무시해버렸고, 최근에 "엄마 아빠는 내가 하려는 일은 죄다 반대했다" 며 울먹였다. 그때 꿈을 존중해 줬어야 하는 건대~~
아들은 지금까지 모아온 스마트팜 자료, 수경재배, 앞으로 달라질 농부의 위상,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 수경재배로 사료도 만드는 것, 잡식인 닭이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육고기라는 것, 대기업이 농촌을 접수해서 먹거리를 책임지게 될 거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동감, 찬성, 응원으로 아들의 멋진 미래를 함께 했다.
그동안 뭉근하게 자리잡았던 나의 체증이 사라졌다. 나는 내게 해준 이야기를 글로 적으라고 했다.불로그를 만들어 공감하는 사람을 모으라고 했다. 아들은 최재천 교수의 말이라고 쑥쓰러워했다. 나는 '이것은 최재천교수의 말' 이라는 걸 밝히고 공감해서 적는다고 하면 문제가 없고, 네 생각도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글의 힘은 거대하므로 지금 나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먼저 고흥지역에 스마트팜을 방문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 알아보고 실지로 시도도 해 가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큰 배에 컨테이너를 싣고 일본으로 간다, 그 컨테이너엔 수경재배를 하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씨를 파종하고 워낙 빨리 자라니까 일본에 도착할때 다 큰다. 그러면 싱싱할 때 판매를 한다. 특히 일본에 파프리카가 대세다. 아들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소비자가 많은 대도시 곁에 있어서 바로바로 팔 수 있어야 한다. 재배시 물은 강물 (독성이 많음) 은 안되고 지하수나 수돗물, 몇번의 필터를 거친 맑은 물이어야 한다. 아들은 술술 자기 말을 하면서 네델란드나 독일의 수경재배 현장들을 보여주었다. 정말 대단하였다.
아아~~ 그동안 새벽까지 불을 밝히고 잠을 안 자더니 이런 괴씸한(?) 생각을 하다니, 나도 그런 미래를 생각하니 몹시 흥분되고 들뜬다 .아무래도 나는 경제적으로 아껴서 저축해야겠다. 훗날에 아들이 농사 지을 땅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 기존의 흙에서 기른 농작물은 흙에서 온갖 곰팡이와 나쁜 벌레들이 많아 농약이 필요했다. 생육 기간이 길어 최소 육개원이 걸린다, 수경재배는 농약이 필요없고 생육 기간이 짧아 대량으로 기를 수 밌고 그래서 비용이 절감된다. 시설을 설치할 때만 돈이 많이 들고 꾸준히 가동하면 돈도 벌릴 것 같다. 무엇보다 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부모로서 콰꽉 밀어줘야지~~
+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