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다시는 못 올 것이라 생각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푸른 연기가 쉬지 않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흰 빨래는 내어놓질 못했다 너의 얼굴을 생각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더러워지고 있었다
이 도시를 둘러싼 바다와 바다가 풍기는 살냄새 무서웠다 버스가 축축한 아스팔트를 감고 돌았다 버스의 진동에 따라 눈을 감고 거의 다 깨버린 잠을 붙잡았다 도착 이후에 끝을 말할 것이다 도시의 복판에 이르러 바다가 내보내는 냄새에 눈을 떴다 멀리 공장이 보이고 그 아래에 시커먼 빨래가 있고 끝이라 생각한 곳에서 다시 바다가 나타나고 길이 나타나고 여수였다
너의 얼굴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네 얼굴을 닮아버린 해안은 세계를 통틀어 여기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