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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알람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준비하고 전날 싸 둔 짐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군청으로 향했다.
군청에 도착하니 새벽 3시 10분.
벌써 농촌경영대 연구원과 군청 농정과 직원이 반겨준다.
새벽 3시 반. 인천공항으로 출발.
몇 번을 깨고 자고...8시 반 인천공항 도착.
짐 붙이고 입국서류 등을 작성해서 9시 30분 드디어 출발.
여행이 아니라 교육이다보니 빠듯한 일정이 무섭다.
농촌경영대가 농촌의 마을만들기를 해 나갈 리더양성이다보니
일본의 잘 운영되고 있는 마을을 견학가는 것이다.
(총 1인당 180만원, 자 부담 45만원, 나머지는 군에서 지원)
한시간여만에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오야마 오가닉레스토랑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향했다.
식당입구에 100가지 음식이라고 써있었는데
마을주민이 잘 하는 음식을 선발하여 100가지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전 완주군의 비비정마을의 마을 어머니들의 이름을 붙인 여러가지 음식메뉴와 같은 것이다.
가장 지신있는 손맛의 음식을 모아서 100가지음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데
완주군의 비비정마을이 벤치마킹한 듯하다.
식사 후 로컬푸드직판장으로 견학을 갔다.
완주군이나 최근 장수군이 벤치마킹을 해서 대박이 난 바로 그 그런 로컬푸드직판장이다.
깔끔하게 포장된 야채, 가공식품들이 코너별로 잘 진열되어있었다.
다음으로 농협으로가서 오이타 오야마지역의 마을만들기 설명을 들었다.
우리 담댱교수님의 설명으로 1시간 반이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야마마을은 <일촌일품> 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으로
1961년에 시작된 <꿈의 하와이여행을 하자>인데 <가난한 산촌에서도 하와이여행을 가자>라는
케치프레이즈를 걸고 경제적 활성화를 위해 밤과 매실을 심었다고 한다.
그 후 매년 하와이여행이 34번째라고하니 말로만 하는 케치프레이즈는 아닌것 같다.
크게 와 닿은 문구가 있었다.
" 내가 지금 잘 살기 보다는 다음세대에도 계속 우리 마을을 잘 사는 마을로 물려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녁 숙소는 순 일본식 전통 여관인데
전통 여관은 호텔보다 급이 높다고 한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여러가지 까다로운 기준에 맞아야 여관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나라의 농촌민박도 안동의 한옥마을 같은 경우 숙박료가 비싸도 한옥체험자체가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다다미 방에 온풍기바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여관 안에 있는 온천에서 푹 담궜다가 유카타로 갈아입고 저녁식사를 했다.
첫 점심식사와 크게다르지않게 나와서 총무가 가지고 간 김치와 고추장이 동이 날 정도였다.
식사 후 마을의 밤 골목을 다니며 교수님이 설명을 해 주셨다.
골목마다, 다른 여관들마다, 온 마을이 온천 김 연기로 자욱하다.
ㅅ 아침 식사를 하고 여관을 나와 아지무 마츠모토지구로 이동을 했다. 마을만들기를 기획하고 잘 운영하고 있는 마을사무장으로부터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다. 인구 150여명의 마을이 천황상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마을이다.
전날 오야마에서 들었던 말 중 "농촌은 도시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도시민에게 힐링, 휴식, 치유를 제공하는 곳이다." 라는 말의 반복이었다.
마을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마을의 지형이 도마뱀을 닮았다고 하여 이모리로 하고 모든 마을 농산물에 도마뱀스티커를 붙인다. 이모리단마을도 우리 농촌처럼 중학교만 있고 고등학교로 나가게되면 마을홍보대사로 위촉하여 마을을 롱보하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마을로 귀농을 하는.... 그래서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추억을 한다는 것이 부러웠다. 과연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럴까?
아지무와이너리를 시찰했다. 우리 충북 영동의 와인코리아보다 훨씬 넓은 와이너리는 시음과 판매, 그리고 저장고를 시찰했는데 거봉포도로 주로 와인을 만들고 있었다.
아지무 그린투어리즘연구회의 농촌민박 설명을 듣고 식사 후 농촌민박 체험을 위해 4명씩 조를 나누었다. 손짓 발짓, 웃음짓을 해서라도 숙제를 해 오라며 과제가 주어졌다. 민박주인의 이름, 연령, 전업농인지 겸업농인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농사규모는 어느정도이고 소득은 얼마나 되는지, 민박을 한지는 얼마나 되었고 민박 수입은 어느정도인지, 민박을 하면서 즐거웠던 점과 어려웠던 점은 무었인지 등등.....
과거직장을 다니던 20여전 전 토쿄에 연수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새벽부터 간단한 일본어회화를 배워둔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메마시데, 와다시와 하## 도 모우 시마스 요로시쿠 오넹아이 시마스" "에! 니혼고 데끼마스까? "간단나, 스코시 ,,,,," 이렇게 인삿말정도라도 하니 우리 조는 과제를 떠 넘겼다. 바로 옆 대중목욕탕같은 온천에서 씻고 30분 정도 떨어진 민박으로 향했다. 삼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 오르면서 경치가 참 좋았다.
잘 모르는 단어는 한자로 필담을 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과제도 다 할 수 있었다. 주인딸은 37세인데 아직 결혼을 안한 이유가 개와 말을 너무 좋아해서라고 했다. 집에도 포니가 한마리있었는데 석고부조로 만든 말 작품이 너무 멋있었는데 일본전체에서 일등을 했다고 하는 수준급 솜씨이다.
"이모가 아리마스까?' "하이, ...난데.." "에또 와다시가 요리시따잉아... 요리노 나마에와 이모빠스데스"
집에서 하던 버릇을 주체할 수 없어 고구마빠스를 해서 같이 먹었다. "오이시이~~" (몰랐는데 맛있으면 다 오이시이 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는 <우마이!> 라고 한단다.) 그렇게 재미있었던 농촌민박을 보냈다.
"노리꼬 상 아리가도 고자이마시다."
한결같이 웃는 얼굴. 우리나라 체험마을의 마을주민은 얼굴표정 연습을 좀 더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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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별로 민박을 하고 각각 민박집에서 집결지로 모였다.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 주신다.
"노리꼬 상 사요나라~"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라 ! 생각지도 않은 많은 일들이 생긴다."
마을 이벤트의 목적은 마을알리기와 전통계승, 지역연계, 추억만들기 라고 할 수 있다.
어느마을이든지 현재의 잘 운영되고 있는 마을이 처음부터 그랬을리는 없다.
리더의 인내심과 진심어린 노력들이 모여 한사람씩 동조를 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자원과 자산은 다르다.
자원에다 스토리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해서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 마을만들기의 핵심이다.
도시민을 상대로 얼마를 벌었는지와 같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사람들과 얼마나 잘 즐겼느냐로 접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을 했다.
지역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지속성이 없어진다는 말에
우리나라의 많은 체험마을을 가 보았지만
얼굴표정이 무표정내지 마지못해 사역나오듯 나와서 일을 하는 마을할머니들 표정이
결코 즐겁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었는데 그러니 1700개 넘는 많은 체험마을 중
잘 되고 있는 곳은 그닥 많지 않은 것이 이유를 설명하는 듯 했다.
요즘 농촌관광의 흐름은 먹는 것과 건강, 휴식, 치유 라고 말할 수 있다.
수 많은 농촌체험마을 중 우리마을로 오는 도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감동을 줄 수 있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유후인관광을 했다.
유후인은 산 너머 뱃부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마을도 온천으로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으로 온천개발을 포기한 곳이다.
그 대신 여성을 주 고객으로 아기자기한 선물코너, 영화제, 음악제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객의 80%가 여성이라고 하니 대단한 마을이 아닐 수 없다.
남들과 똑 같은 농촌체험프로그램을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말로 들리는 듯 했다.
그럼 내가 꿈꾸는 마을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지역주민이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면 가장 좋은 관광지이다." 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딱히 선물을 살 것이 없었지만 아기자기한 건물마다 특색있는 아이디어가
내가 하고자하는 마을사업 속에 들어간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마을을 돌아다녔다.
긴린호의 물안개가 아름다운 호수의 경관과 함께 참 잘 어울렸는데
온천 수로 인한 물안개라고 하니 온천 하나로도 관광자원의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샤걀 진품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전시장을 들어갔는데 진품은 한 작품이었고
샤걀의 대표할만한 작품은 아니어서 실망을 했지만 일본에와서 그림전시회를 둘러본 것만으로 만족했다.
유후인에서 뱃부의 스기노이 호텔로 가는 산의 설경이 아름답다.
이 산 하나를 경계로 뱃부와 휴후인이 서로 온천과 여성이라는 다른 아이템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호텔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가 보다. 군데군데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호텔은 실내와 야외노천온천이 있는데 노천온천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했다.
밤에 눈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밤 거리를 산책하다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오야마 현 - 농산물 직거래 장터, 오가닉 레스토랑
지난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 4일간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기보다는 교육을 받으러 다녀왔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간 곳은 일본의 규수지역이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오이타 현에 있는 벳푸, 유후인, 오야마, 아지무 등을 돌아보고 왔다.
오야마지역은 지역 농협과 협력하여 농산물 직거래를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는 곳이다. 완주의 용진농협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곳으로, 지금도 한국에서 찾아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지역의 핵심 상품은 매실이다. 일찍부터 쌀농사 대신 매실을 주력 품종으로 선정하여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다. 전국 매실 장아치 경연대회는 그 대표적 예이다. 또한 오가닉 농원이라 이름 붙인 농가형 레스토랑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농가에서 창조해낸 메뉴로 뷰페가 차려졌으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역민들이다. 이른바 3차 산업이 지역내에서 구현되고 있는 현장이다.
성공적인 직거래 유통이 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정보의 공유 : 캐이블 TV를 통해 농산물 시세, 판매량 등을 참여하는 모든 생산농민이 확인할 수 있게한 점.
2. 지역 브랜드 : 농협이 개발한 비료를 보급해서 지역 토질을 개선함으로써 친환경적인 농산물 생산이 가능했다는 점. 이것이 오야마 농산물에 대한 신뢰의 바탕이 되었으며, 그것이 바로 브랜드화 되었음.
* 참고 사항 : 브랜드 구축의 핵심은 바로 "내용"이라는 점
3. 다품종 소생산의 생산구조
기본적으로 직거래 유통은 이처럼 다품종 소생산을 기반으로 해야 함/그것이 같는 환경적의미, 사회 문화적 의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직거래 유통을 도입할 수 있음/ 대농장 대량 유통을 지향하는 경우 직거래 유통은 의미가 거의 없음.
생각해 볼 점은 다음과 같다.
오야마 지역의 총 인구는 3200(994세대)명 정도이다. 산지가 80%인 산간지역이며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후쿠시마(인구 100만 정도)의 도시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소 큰 면 단위 정도의 지역이다. 객관적 조건만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이보다는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운동은 크게 3단계로 펼쳐졌는데, 매실과 밤을 주종목으로 변경해나간 1차 운동에 이어, 2,3차 운동은 인재양성, 환경공동체 건설 운동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경제적 관점만으로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사회 변혁이 불가능함을 증명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이점이다. 이들은 일찍부터 지역내에 평생학습관을 만들어 주민교육을 계속해 왔다. 주민교육,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환경"에 대한 인식이 있을리 없고, 그것이 바탕되지 않고서는 다품종 소생산이라는 생산방식이 든든하게 뿌리내리기 어렵다.
견학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직판장, 레스토랑, 매실저장고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각종 행사 사진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가능하게 된 배경이다. 설명회에서 발표된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언급되었다.
3일은 쉬는 쾌적노동 (중노동에서 경노동으로) : 노동에 대한 개념, 가치 이해
1농1품 운동 : 이 때 1 품은 상품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문화의 개념 - 문화레벨을 올려라 !!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이해 : 지구에 좋은 것이 사람에게도 좋다.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농업생산의 가치.
경노동, 문화, 생명, 그리고 평생학습 - 이러한 가치 개념은 실로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가치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퍼진 지는 얼마되지 않는다. 이러한 단어들이 지역 발전을 설명하는데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들은 이러한 사업을 "창조적 문화운동"이라고 표현한다. 1차 NPC는 New plum and Chestnut (매실과 밤을 심는 운동- 품종선택을 통한 소득증대)을 의미했는데 2차 3차는 Personality and Combination / Paradise Community 였다. 인성, 조화, 공동체 .......
기타사항
-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공무원의 답변은 "지혜"다. 그 "지혜"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겠으나 가장 어려운 것 역시 그것이다.
- 오야마의 가구수는 1000세대가 안된다. 그런데 참여농가는 3,200 농가이다. 한 세대가 2개의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외 오야마가 인근 지역과 합병되면서, 합병된 지역의 농가들이 점차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단 조건은 농협에서 개발한 버섯비료를 써야 한다. (품질 신뢰)
* 일본 견학을 마치고 개인적으로 정리도 할 겸, 글을 작성해 보고 있습니다. 제 블러그는 네이버에서 운영중이라 그대로 복사가 안되는 것 같네요. (특히 사진은) 주제넘은 판단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봐주시고 혹시 동기분들과 공유할 것도 있을까 해서 올립니다.
http://blog.naver.com/2030yang/40204392798
일본견학 두째 날 - 아지무마치 농가에서 민박을 하다. 두 째날 오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의 일정은 "농가민박"이다. 일본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농가민박을 실시하고 있는 아지무마치 지역을 찾아가 그들이 하고 있는 그린투어리즘의 일환으로서 농가 민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직접 체험을 하는 시간을 갖었다.
아지무마치는 총면적 147.17km2 인 중간산 농업지역으로 2005년 기준 인구는 7,627명이다. 쌀, 포도농사가 중심이고 축산,채소,화훼 등 복합 경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선진지를 방문하고 교육을 받을 때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인구와 주 산업, 그리고 지리적 위치 등 객관적 조건들이다. 그래야 자신이 사는 지역과 비교하여 분석할 수 있다. 인구가 7천명 정도이라면 우리나라의 읍 단위, 아니면 두 세개 면 정도의 인구다. 그리고 복합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농업 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 지역이라 추측할 수 있다. 포도 농사가 주 농업 중의 하나이고 대규모의 와인공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 영동 지역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조건이라 생각해도 될 듯하다.
1996년에 민간에 의해 <아지무마찌 그린투어리즘 연구회>를 발족한게 시작이다. 벌써 17년 정도 전의 일이다. 민간 주도로 연구회가 창설되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01년에 상공환교과 즉 관청 부서에 <그린투어리즘 추진계>가 설치되었고 행정과 민간이 연계한 활동을 펼쳐 나갔다. 현재는 NPO(비영리민간단체) 법인화 되어서 총 6 개의 부서를 두고 다양한 그린투어리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민간주도 - 민관 거버넌스- NPO 조직 구성 순으로 일들이 이행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이념 중 눈에 띠는 몇몇 항목을 보자.
- 남녀 공동으로 성립되는 마을 만들기 - 매력적인 가족관계 만들기 - 여행자의 의해 마을의 품위 향상 - 어린이의 꿈과 자긍심 고취
이러한 항목들을 보면, 그린투어리즘의 배경에는 다만 경제적 목적만이 아닌 마을에 대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남녀 공동" "매력적인" "품위" "어린이" 우리의 농촌 마을 사업에서 이러한 단어들을 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성공적 사업의 바탕에는 이와 같은 인문적 인식이 반드시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우친다. 교육과 학습을 통한 든든한 인문적 인식 수준은 사업추진에 있어서 사소한 분쟁을 방지하고, 사업을 보다 폭넓고 멀리 바라보게하며, 사업을 창의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이끄는 원동적이 된다. 일본 견학에서 진행된 모든 교육에서 사업 성공의 요인으로 가장 강조된 것이 바로 "교육" "지혜" 이러한 단어들이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이같은 인문적 가치들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만 '비어 있는 집을 사용한다' '바쁠 때는 거절한다'라는 규정이 자연스레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마을회관이 있어도 체험관을 새로 짓고, 바쁜 농사일 중에 허겁지겁 체험객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농촌 관광 또는 도농교류를 다만 소비자를 끌어들여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한, 그 사업의 장기성 전망은 결코 희망적일 수 없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린투어리즘 연구회의 간사로부터 농가민박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해준 여성 간사는 대학원을 마치고 이곳에 연구를 위해 들어왔다가 정착한 인텔리다. 농촌 활동가, 전문가다. 본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성공적 사업에는 이처럼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농촌활동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집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또한 귀농인 역할과 관련한 부분에서 꼭 눈여겨봐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간사 및 활동가의 소득에 대해 질문했는데, 출판, 강의(방문객들 대상) 등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받고 있다고 한다. 정부지원은 일절 없다고 한다. 농가민박 유치에 따른 수수료는 묻지 않았다. 정부는 강의장소, 그리고 대규모의 방문객이 올 경우 경찰, 소방서 등 안전과 관련한 지원을 하고 나머지는 NPO가 자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능력있는 활동가와 지역내 NPO의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자료를 살펴보면 이러한 NPO의 활동이 단지 아지무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지무현이 소속된 우사시의 각 지역에도 이와 유사한 NPO조직이 있으며, 벳푸시 나아가서 전국 NPO조직과 연대한 사업도 펼치고 있었는데 가장 큰 이슈가 바라 <바캉스법>제정 운동이다. 바캉스법은 간단히 말해 강제적으로 모든 기업에서 노동자들에게 일년에 한 번씩 2-3주의 유급휴가를 보내도록 하는 하는 법안이다. 유럽에서 그린투어리즘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노동자들의 장기휴가가 법적으로 제도화 되어 있다는 점에 있는데, 이렇듯 모든 문제는 궁극적으로 그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경제성장의 가치만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휴양, 힐링,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그린투어리즘은 그야말로 껍데기가 될 가능성은 너무도 농후하다. 이곳에서는 그린투어리즘을 배우기 위해 선진지 견학을 유럽으로 가곤 하는데, 유럽에서는 그린투어리즘을 통해 창출하는 국가고용이 1%에 육박할 정도로 그것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러피안 드림이란 책을 읽어보면 이들은 일찍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점을 염두에 두어왔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인간, 노동 등에 대해 심도깊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오후 강의가 끝나고 우리 일행의 농박을 담당할 농부들이 차례로 모여들었다. 7인승 승합차를 가지고 왔는데 농촌에서 운행되는 차량임에도 새차가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주로 70대 전후의 농부들이었는데 말이 안통하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사람들을 안내했다. 4명씩 한조가 되어 각자 흩어졌는데 내가 속한 조는 먼저 농가 인근에 있는 마을 온천탕에 들러 목욕을 하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일본 농촌의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추수가 끝난 논에 낟가리가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 농촌의 들녘에는 일명 <공용알>이라 불리는 흰 비닐로 뭉쳐 싸여있는 볏집 뭉치들을 볼 수 있다. 볏집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축사료로 판매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의 해악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눈앞에 있는 돈 몇 푼 때문에 토양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우리 농촌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민박은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주인 부부와 얘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했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이었다. 그들의 일상은 평상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다. 이들 부부의 농가 소득은 다음과 같다. 농업소득 연 2000만원 / 민박소득 2500만원 / 연금소득 3000만원 /기타 소득까지 연 1억 정도의 소득을 얻고 있었는데 다른 조들의 민박 주인들도 거의 이정도 수준이었다. 다만 우리가 묶은 농가의 주인은 58세 때까지 마도로스 생활을 했으며 그래서 연금 소득이 제법 있다는 점과, 그래서 농사 규모가 다른 농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다른 점 정도였다. 방문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학여행으로 온 중고생들이었는데 학생들이 농촌마을로 수학여행 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는 행해지고 있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이처럼 그린투어리즘은 노동자의 휴가문제, 학생들에 대한 교육방향 및 가치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민박을 운영할 사람을 교육하는 문제, 요리 강습, 화재 및 안전교육 등등 관련된 여러가지 교육들은 지역에 있는 그리투어리즘 대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되고 관리되고 있다. 또한 매년 유럽 연수를 통해 선진 사례를 배우는 것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홍보 자료를 보면 NPO조직은 농박뿐만 아니라 그린투어리즘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데 홍보, 기획, 환경미화, 응원(후원) 등 여러 조직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 및 지향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의 세탁>이란 정기 홍보물을 지역 2500농가에 배포하고 있다는 점, 연회비를 내는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는 점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응원단부- 적절한 번역으로 치자면 후원회 정도가 될 것인데, 모집 문장도 흥미롭다. "뭐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응원하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아지무 지역의 그린투어리즘 사례를 보고 느낌 점 몇 가지만 추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방문한 이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그린투어리즘이 잘 되는 곳이라 한다. 단지 한 나절 보고 쉽게 판단할 것은 아니나, 이곳에 특별한 자연경관 자원이나 문화역사 자원이 있는 곳도 아니다. 또 근방에 큰 대도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오히려 이같은 "평범성"이 휴식을 위한 농촌 관광에 가장 큰 장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 어메니티"란 다소 어려운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시간을 봐야 한다. 우리가 목격하는 이 현실은 거의 20년 전부터 준비하고 실행해 온 것들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교육, 연구... 여기에 있었다는 점, 방점을 찍고 봐야할 대목이다.
수학여행을 농촌 마을로 가서 농촌체험을 할 것을 권고하는 교육정책, 노동자의 근로 시간을 줄여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바캉스법 제정 운동.. 즉 농촌의 문제가 다만 농촌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교육에 대한 가치, 기업과 노동에 대한 사고 이러한 것들과 다 연관에 되어있다. 경제 중심, 성장 중심,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속에서는 결코 농촌 관광은 성숙될 수 없다. 기껏해야 어디가나 똑같이 먹고 마시는 지역축제처럼, 뭐뭐 해 봤다 라는 식의 농가체험 따위나 반복될 뿐이며 그런 체험관광은 농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기보다는 피곤하고 강팍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아지무 지역 그린투어리즘에 대해 설명해 준 예쁜 간사님 (아마 사무국장?, 핵심 활동가임)을 다시 한번 기억한다. 겉모습도 예쁘지만 참 예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보면서 참 흐뭇하고 좋았다. ㅎㅎ 그래서 사진도 한장 같이 찍었다. 사진보다 훨씬 예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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