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을 대체할까?
유태용
‘카톡, 카톡’ 휴대전화 소리가 울고 있다. 어릴 때 전화가 올 때는 온 방 안이 벨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나 연락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휴대전화(스마트 폰)페이스 톡만 있으면 얼굴을 마주 보면서 국내는 물론 바다 건너 외국 소식도 전할 수가 있으니.
나는 자신을 스스로 기계치(기계를 다루는 데 약한 사람)라고 불렀다. 직장에 갓 들어가서 사무실에 컴퓨터가 처음으로 설치될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숫자를 다루는 업무라 당시만 해도 주산이나 계산기로 모든 일을 처리할 때다. 근무한 지 10년 정도 지날 즈음 어떤 날 괴물처럼 덩치 큰 기계가 사무실 한편에 놓였다. 컴퓨터라고 했다. 개인용이 아니고 공용이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의 사무실 업무 환경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돌아 갈 것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젊은 직원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컴퓨터 앞에서 문서 작업도 하고 멉무도 처리하곤 했다. 컴퓨터와 친해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수작업에 익숙한 나는 컴퓨터에 눈길도 주지 않고 피하려고만 했다. 심지어 컴퓨터를 터부시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라고 했다. 조회시간에 상사가 “이제부터 모든 업무는 컴퓨터로 출력한 문서로 대체 한다” 고 말했다. 이때의 사무실 분위기를 읽지 못한 내게 컴퓨터라는 기계가 나의 근무 기간을 단축할 줄 몰랐다. 상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나의 업무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보고 할 서류를 늘 하던 대로 수동으로 작성하여 제출했다. 몇 차례 그대로 지나갔다. 하루는 상사가 나를 불러서 “상급 직원이 업무를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하급 직원이 잘 따르겠느냐”고 말을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정 기간 교육을 갔다 와야 했다. 교육 과정에 컴퓨터 관련 과정도 새로 생겼다. 시대의 흐름도 있고, 업무에도 사용하기 위해 컴퓨터 교육을 신청했다. 교육 기간 내내 컴퓨터와 씨름했다. 한글, 엑셀 등을 배웠다. 컴퓨터와 어느 정도 친하게 지냈다. 업무에 복귀하여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리라 마음도 굳게 먹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 했나? 굳은 마음은 어디 가고 또다시 구습으로 돌아가 수동방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 듯이 어지간한 컴퓨터 작업은 밑에 직원을 시키고, 교육받으면서 익혔던 짧은 컴퓨터 지식도 하룻밤의 풋사랑처럼 잊혀만 갔다.
디지털화되는 시대의 물결을 역행한 나에게 대가는 컸다. 컴퓨터로 인한 스트레스가 신체에 나타났다. 무성하던 머리카락이 가을 세찬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듯 빠지고 의욕에 넘쳤던 업무 열정도 식어갔다.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짓눌렀다. 디지털화의 물결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다가왔다. 데스크 PC에서 노트북으로 스마트 폰, 아이패드, 갤럭시 탭 같은 태블릿으로 발전했다.
퇴직 후 컴퓨터와는 영원히 결별할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그렇게 놓아주지는 않았다. 딸아이가 새로 마련해준 스마트 폰을 배우려고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 시골이라 수강생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분들이었다. 50대 초반 여성분들이 많았다. 남자는 내가 유일했으며 나이도 제일 많았다. 강사가 기초적인 컴퓨터 용어를 이야기하는데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직장에서 컴퓨터를 접해본 걸 여기서 써먹을 줄이야. 조교 노릇을 했다. 그렇게 터부시하던 컴퓨터와 다시 만나 조교 노릇까지 할 줄이야. 수업 초에 강사가 “인터넷 창을 여세요” 하면 키보드만 쳐다보며 멍하니 강사 얼굴을 쳐다보던 시기 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70대 이상의 남성 97%, 여성의 69%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유튜브를 즐겨 보는 것이 이미 상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해가므로 30~40대들도 자기들보다 젊은 20~30대와의 기술에 대한 인식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나이 불문, 지위 불문, 남녀 불문, 컴퓨터를 멀리하면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
젊었을 때 컴퓨터를 멀리했던 나는 두 번 다시 컴퓨터로 인해 loser가 되고 싶지 않다. 눈도 침침하고 손도 뭉텅해서 자판을 찾기도 힘들지만,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해도 이제는 컴퓨터와 친구가 되어 친하게 지내야겠다. 작년에는 AI라는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초긴장 상태로 빠트렸다는 뉴스를 봤다. 인간이 만든 생성 AI가 과연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