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수호지 - 수호지 60
성문을 지키고 있던 파수병들은 겁을 먹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양중서는 일이 글렀음을 알아채고 부하를 인솔하여 남문으로 갔다.
그러나 거기에는 살찐 중이 철선장을 바람개비처럼 날리며 달려들었다.
양중서가 겨우 서문까지 도망쳤을 때 천지를 뒤흔드는 화포 소리와 함께 불기둥이 솟았다.
추윤과 추연이 긴 대나무 홰 끝에 불을 붙여 집집의 추녀에다 불을 지르고 돌아다녔다.
남쪽에서는 왕영 부부와 장청 부부가 불화살을 쏘아 대니 북경 성 안은 삽시간에 불타는
생지옥이 되고 말았다.
양중서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마침 이성이 나타나 그를 호위하여 남문으로 되돌아갔지만,
이미 손에 횃불을 든 무수한 군사가 쏟아져 들어온 뒤였다.
군사들은 청룡도를 높이 쳐든 관승의 부대였다.
이성이 양중서와 더불어 살 길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성 안의 두천과 송만은 양중서의 일가족을,
유당과 양웅은 관가를 쑥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오용은 성 안 곳곳에 방문을 써 붙여 민심을 수습하고, 창고문을 열고 많이 쌓인 금은 보물과 명주, 비단
등을 꺼내 수레에 싣도록 하고 곡식의 일부는 백성들에게 나눠 주고 나머지는 양산박으로 운반하게 했다.
대종은 선발대를 보내 산채에 남아 있는 송강에게 승리의 보고를했다.
송강은 양산박 군사가 개선하던 날 다른 두령들과 산 아래까지 마중을 나갔다.
충의당에서 새로운 동지의 환영식을 끝낸 송강은 구출해온 노준의를 모시게 하고 함께 온 연청을 위해
따로 집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편 북경성의 양중서는 양산박 군사가 물러갔다는 정보를 듣고 이성, 문달과 함께 패잔병을 이끌고
성으로 돌아와 보니 가족들은 거의가 살해당했고, 남은 가족들은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양중서는 이웃 고을의 도움으로 원병을 얻어 양산박 군사를 뒤쫓았으나 이미 멀리 사라진 뒤였다.
성 안의 피해를 조사해 보니 사망자 5천에다 부상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엄청난 피해 상황이 장인인 총리 대신 채 태사에게 보고되자 채 태사는 역정을 내며 혀를 찼다.
천자는 채 태사의 보고를 듣고 한숨부터 쉬었다.
"도적의 형세가 그토록 심하다면 누구를 보내야 토벌이 될꼬?"
"소신의 생각으로는 그들의 군세가 왕성하다고는 하나 기껏해야 산적의 패거리이니 큰들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니 대군을 동원하여 놈들의 뿌리를 뽑아 조정의 체통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적임자가 있어야지."
"지금 훈련 사령관으로 있는 단정규와 위정국이 적임자라 생각됩니다.
그들은 지금 능주에서 보병과 기병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천자는 곧바로 칙령을 내려 두 장수를 양산박 토벌군 선봉장으로 임명했다.
양산박의 염탐꾼이 득달같이 산채에 그 사실을 보고했다.
"북경의 양중서는 예상한 대로 조정에 토벌군을 요청했습니다. 채태사는 능주에 있는 두 훈련 사령관을
선봉장으로 하여 대군을 일으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
이때 관승이 일어나 송강과 오용에게 한 마디 했다.
"이 사람으로 말하면 산채에 온 후 극진한 대접을 받았을 뿐 아무런 공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단정규와 위정국은 친한 사이입니다. 단정규는 수전의 병법에 능하며, 위정국은 화공 병법에 익숙합니다.
능주는 본디 이 사람의 고향일 뿐더러 그 두 사람을 부하로 거느린 적이 있습니다.
만일 저를 믿고 군사 오천을 주신다면 그 두 장수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능주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설득해 보고, 항복하면 산으로 데리고 올 것이로되, 끝내 듣지 않으면 붙들어다 형님께 바칠까 합니다."
송강은 흔쾌히 허락하며 선찬과 학사문 두 장수를 동행하도록 했다.
그러자 이규가 나섰다.
"나도 가게 해 주시오."
송강은 역정을 내며 말했다.
"네가 참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임충과 양지가 후속 부대가 되어 관승 일행을 돕도록 해야겠다."
충의당에서 물러난 이규는 혼자 화를 내며 중얼거리다가 무슨 결심을 했는지 눈이 반짝였다.
새벽이 되자 한 병사가 송강의 침실 문을 두드렸다.
"이규 두령이 조금 전에 두 자루의 도끼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송강은 깜짝 놀라며 시천, 이운, 악화, 양영 네 두령을 깨워 이규의 뒤를 쫓도록 했다.
새벽을 틈타 샛길로 해서 능주로 출발한 이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슴을 겨우 달래며 혼자 생각했다.
'하찮은 토끼 두 마리 잡자고 대군을 보내? 내 두 놈을 도끼로 잡아 모든 두령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야지.'
점심 때쯤 되자 시장기가 드는데, 고목나무 우거진 숲에 이르자, 한 사내가 주먹밥을 먹고 있었다.
'저걸 좀 나눠 먹자고 해야겠구나'
이규가 다짜고짜로 달려가 주먹을 휘두르자 그 사내는 어느새 발길로 이규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엉덩방아를 찧은 이규는 약이 바싹 올라 번개같이 일어나 덤벼들었으나, 그 새내에게 배를 걷어 채여
또 한번 뒹굴었다.
"난생 처음 별 꼴을 다 당하는군. 대체 너는 누구냐? 난 양산박 이규다."
이 말을 듣자 그 사나이는 넓죽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나는 씨름꾼 출신인 초정이란 사람이오. 지금 고수산에 포욱이란 산채 주인이 있다기에 그 밑에 가서
강도질이나 해 먹고 한세상 보낼까 하던 중이오. 양산박 이규 두령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소."
"그럼, 나와 능주로 가서 공을 세워 동지가 됩시다."
"능주는 큰 고을이라 방비가 대단하오. 우리 둘의 힘으로는 안 되니 고수산의 포욱을 불러냅시다."
둘은 결정을 본 뒤 주먹밥을 나눠 먹고 고수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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