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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64) 조조의 철군
한편, 서주성 공격에 나선 조조는 공성장비(攻城裝備)인 전투마차(戰鬪馬車)가 도착하자 이튼날 아침부터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성벽을 향하여 돌덩이와 불덩이를 얹은 투석기(投石機)가 연달아 발사되고, 검차(劍車)에서는 십여 발의 창과 화살이 동시에 성안을 향하여 계속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커다란 방패를 손에 든 병사들이 방패 뒤로 숨어서 창을 꼬나 쥔 채 성벽으로 접근했다.
그 뒤에는 성벽을 타고 넘을 삼 장(三丈)이 넘는 사다리를 든 병사가 뒤따라 왔다.
성안 곳곳에서는 조조군이 계속하여 쏘아 대는 불화살로 인해,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이처럼 조조의 공성군(攻城軍)이 성벽으로 접근해 가자, 성루의 서주군은 돌과 끓는 물을 연실 퍼부어서 ,성 안팎은 일대 혼란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전투가 한참 무르익었을 때, 별안간 조조군 후미가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이냐?"
조조가 측근에서 호위하고 있는 순욱과 조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란이 일어나는 곳을 유심히 지켜 보던 순욱이,
"주공! 도겸을 돕는 자들이 있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누구요? 원소요? 아니면, 원술 ....?"
순욱은 한참을 더 유심히 살펴 보다가 말한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야?"
그러자 조인은 시끄러운 소란이 일고 있는 후미로 말을 달려갔다.
그곳에는 자신도 처음 보는 젊은 장수가 선두에 나서서, 자기네 편 군사들을 가차없이 공격하고 있었는데, 그 장수는 날래기는 독수리요, 용맹함은 호랑이였다.
"저게 누구냐?"
조인은 수하 병사에게 물었다.
"너무 멀어서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조인이 몸소 말을 달려 가까이 다가 가보니, 젊은 청년 장수 하나가 창,칼을 번개치듯 휘두르는데, 대적하는 자기네 편 병사들이, 그 앞에서 마치 바람 앞에 낙엽처럼 뒹구는 것이 아닌가!
크게 놀란 조인이 선봉 장수의 후미를 유심히 살펴 보니,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평원령(平原領)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평원령이라면 유비가 아닌가!"
조인은 깜짝 놀라며 급히 조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주공! 후미에서 소란을 일으킨 자는 평원령 유비와 관우, 장비 입니다."
하고 보고를 하였다.
"뭐야,? 유비? 기껏해야 수 천 군사 밖에 없는 자가 감히 나에게 대적을 해?"
"맞습니다. 유빕니다."
이번에는 깃발을 확인한 순욱이 말했다.
이때, 서주성 성루에서는 성주 도겸과 그의 아들 도공의가 성 밖의 전투상황을 지켜보며,
"지금 조조의 대군과 맞부딪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저 군사들이 누구냐?"
그러자 도공의가 깃발을 살펴보며 말한다.
"평원령 깃발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비군 인 것 같습니다."
"유비? 이런 고마운 일이 있나? 원소, 원술도 우리를 구원하러 오지 않았는데 평원령 유비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도우러 오다니..."
성밖의 조조군은 후미로 부터 선봉장 조자룡(趙子龍)은 물론, 관우(關羽), 장비(張飛), 유비(劉備)로 부터, 뜻하지 않던 공격을 받게되자, 공성 작전을 전환하여 후미로 접근해 오는 평원군을 정면으로 맞아 싸우기에 골몰하였다.
이런 모습을 지휘차에서 지켜보던 조조가 일갈한다.
"유비? 미친놈이구먼! 간이 부었군!"
그러자 후미에서 번개같이 밀고 쳐들어오는 평원군을 살펴 보던 순욱이 말한다.
"만만히 보면 안 되겠습니다. 유비와 관우,장비까지 함께 나타난 것을 보니, 유비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관우,장비 뿐만 아니라 선두에는 걸출한 맹장이 또 하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조조가 탄식하듯 말한다.
"유비란 놈은 정말 운도 좋구나, 흥!"
싸움이 격렬해지면서도 조조군이 한발짝씩 뒤로 밀리자, 조인이 조조에게 달려와 아뢴다.
"주공! 계속 공격할까요?"
전황을 계속해 살펴 보던 조조가 빨리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순욱이 간한다.
"주공! 소나기가 세찰 때에는 잠시 비를 피하는 것도 좋은 것이니, 오늘 전투는 잠시 숨을 고르는게 좋겠습니다."
하고 말을 하니, 조조는 그때서야,
"조인, 서서히 물러나며 적을 유인하도록 명령해라."
하고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조인은 뒤로 돌아서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후미로 말을 달려가며 소리쳤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
성 안에서 조조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고 악전고투를 거듭해 오던 도겸의 군사들은 평원령 유비의 지원군 출현으로 , 갑자기 사기가 왕성해졌다.
그리하여 조조군이 퇴각하는 것을 보자, 성문을 활짝열고, 퇴각하는 조조군의 뒤를 쫓으려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유비가 만류한다.
"적들이 공격을 멈추고 퇴각하고 있으니, 무리하게 추격하는 것은 좋지않소! 우리가 숫적으로 불리하니 쫓지말고 수성(守城)을 하는 것이 좋겠소이다. 어서 성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리하여 유비는 관우, 장비, 자룡과 함께 조조군의 추격을 멈추고 서주성으로 입성하였다.
그러자 서주성 방어에 전력을 기울이던 팔 천여 명의 병사들과 이들을 돕던 수많은 서주 군민(郡民)들은 평원령 유비를 맞아 기쁨의 환호성을 올리고,연이어 만세를 부르는 것이었다.
도겸은 몸소 유비앞으로 달려나와,
"군사들과 군민의 저 기뻐하는 소리를 들어 보시오. 유 장군은 오늘로서 우리 서주 만 백성의 구세주가 되었소이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이다. 자, 어서 들어 가십시다. 뭐하느냐? 어서 유장군을 모시지 않고?"
하며 부하 참모들에게 말했다.
이리하여 전승 연회가 도겸의 집정전(執政殿)에서 조촐하게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중앙에 도겸이 자리하고 좌측에는 서주성 각부(各府) 참모들이 각상(各床)앞에 자리하였고, 우측에는 앞쪽에는 유비가 그 뒤로는 관우,장비와 자룡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 자리에서 도겸이 말한다.
"조조의 대군이 서주로 접근하면서 우리가 생사의 기로에 처했을 때, 각지 제후들에게 원군을 요청했으나 수 십만 대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우리를 돕지 않았소. 헌데, 유현덕 장군은 우리의 원군 요청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는 순간, 고작 오천 군사만으로 철통같은 진영의 조조군을 뚫고 위기의 서주를 구하였소. 현덕 ...! 내가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 지 모르겠소!"
도겸이 말미에 유비를 부르며 쳐다 보자,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겸을 향하여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그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도 공! 천하가 크고 넓다고 하나, 오직 도 공만이 너그럽고 어진 인품으로 백성들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도 공 같은 인덕을 가진 분이 천하에 살아남지 못 한다면, 이 나라에는 어떤 희망이 있고, 또 한 실(漢室)은 어찌 부흥할 수가 있겠습니까? 오늘, 서주를 돕게 된 것은 다름아닌, 세상의 양심과 정의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도겸은 술 잔을 높이들며 말한다.
"좋은 말씀이오. 자, 잔을 비웁시다!"
"도 공을 경애하며 잔을 들겠습니다."
유비가 이렇게 말을 하며 도겸을 향해 잔을 들어 보인후, 잔을 비우자.
일동은 잔을 들어 서로의 눈을 맞춘후,
"드십시오!"
하고, 만족한 미소와 뿌듯한 성취감에 젖은 얼굴로, 승리와 고마움의 축배를 함께 들었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도겸이 유비를 바라 보며 입을 연다.
"이제, 내가 서주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덕망도 부족하고 기력도 쇠진하여, 어지러운 천하에서 서주의 땅과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한실이 부흥하려면 그대같은 영웅이 서주를 맡아야 하겠소."
도겸은 이렇게 말하면서, 손짓을 해 보이자, 도공의가 서주목의 인장함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나타나, 유비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도겸은 계속 말을 이어가는데,
"하여, 내가 내일 조정에 상주하여 그대를 서주목에 추대하기로 하였소."
도겸의 입에서 그와 같은 말이 떨어지자, 유비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읍하였고, 관우, 장비, 자룡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겸을 향하여 반쯤 허리를 굽혔다.
"그건 안 됩니다."
유비의 대답은 짧고 강경했다.
그러자 도겸은,
"안 될 게 뭐 있소? 조조같은 간웅조차 서주를 갈취하려는 마당에, 그대는 한실의 종친으로써 덕행과 자질 모두가 왕실의 기품을 모두 갖추었는데, 왜, 서주를 영도할 수 없다는거요?"
유비가 다시 말한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태수님을 도와 드리기 위해 온 것이지, 다른 욕심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러나 현덕, 귀공은 한나라 종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사람이 아니오! 천하의 소란을 진정시켜 어지러운 사직(社稷)을 바로잡을 사람이 현덕, 귀공 이외에 또 누가 있겠소.
나 같은 늙은이가 부질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지 못 한다면 큰 잘못이오.
그러니 나의 조그마한 지위나마 물려줄 사람은 현덕, 귀공밖에는 없는 것이오!
부디 나의 부탁을 들어 주시오."
도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소문에 듣던 바와 같이, 그는 지혜롭고 인자한 인품의 명태수였다.
그러나 유비는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젊어서 태수님 같은 덕망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덕이 부족한 태수를 모시는 것은 백성들의 불행입니다, 하여, 저는 감히 뜻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유비의 등뒤에 서있던 관우와 장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우리 형님은 쓸데없는 사양을 하고 계시단 말이야.... 주는 자리를 고맙게 받아 두면 좋을 텐데, 왜 저러실까!)
하고 적이 실망스러워 하였다.
이렇게 도겸과 유비가 서로 권하고 사양하는 모양을 보고, 도겸의 가신 미축이 말한다.
"아직은 조조군이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오니, 그런 문제는 추후로 미루시고, 우선 적을 물리칠 논의부터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겸과 유비는 그 말을 옳게 여겨, 즉시 조조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유비가 말한다.
"우리가 용맹한 장수가 있어 싸워서 물리치는 것도 좋겠지만, 저들은 우리보다 숫적으로 많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여, 생각컨데 조조에게 글을 보내어 화해를 청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난들 어찌 싸우기를 원하겠소."
도겸도 즉석에서 좋다하여, 유현덕의 이름으로 조조에게 화친의 글을 보내기로 하였다.
조조는 유비의 글을 받아 보고 크게 노하였다.
"뭐?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려 하지 말고, 나라를 바로 잡는데 힘쓰라고? 유비 따위가, 제가 뭔데 감히 나에게 방자스러운 소리를 하는 거야. ... 여봐라! 서신을 가져 온 놈부터 목을 베어라!"
하고 명하고 돌아서는데, 조인이 급히 달려오며,
"주공, 큰일났습니다. 우리가 연주를 비우고 원정을 떠난 사이에, 여포가 우리의 본성인 연주로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하고 숨가쁘게 말한다.
조조는 그 소리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여포가 조조의 본거지인 연주로 쳐들어 오게 된 데는 이런 과정이 있었다.
얼마 전, 죽은 동탁의 심복인 이각에게 쫓겨 중앙의 대권을 빼앗긴 여포는 일시 원술에게 들렀다가 얼마 뒤에는 진류 태수 장막(陳留 太守 張邈)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어느날 여포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적토마를 타고 교외를 한 바퀴 돌고 있노라니까 ,누군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요즘은 천하의 명마가 부질없이 살만 찌고 있습니다그려!"
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포는 괘씸하게 여기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 사람아! 어째서 내 말이 부질 없이 살만 찌고 있단 말인가?"
"말은 천하의 명마인 적토마인데,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여포 장군이 군웅(群雄)이 할거하는 이 시기에 할 일 없이 놀고만 계시니, 말이 살 찔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여포는 화를 내려다가, 사내의 말의 의미가 뜻하는 바가 있음을 알아채고 정중히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기에 나를 이런 눈으로 보는가?"
"소인은 진궁(陳宮)이라는 무영지사올시다."
"진궁 ...? 그렇다면 조조를 도와 주기 위해 현령(縣令)의 벼슬을 버리고 함께 도망쳤다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 그런 줄은 몰랐는걸 ... 그런데, 당신은 지금 무슨 뜻으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하였소?"
"장군께서는 이런 훌륭한 명마를 가지고 남의 집 식객으로 일생을 보낼 생각은 아니시겠죠? 우선 그 대답부터 듣고 싶습니다."
"그야 물론 남의 집 식객 노릇이나 하면서 일생을 보낼 내가 아니지, 다만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오."
"그런데 장군이 기다리고 계신 그 ,때라는 것이 지금 눈앞에 왔는데 아직 그것을 못 보셨습니까?"
"뭐요? 그 때가 왔다니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이오?"
"지금 조조는 군사를 대거 이끌고 서주 토벌을 하고 있어서, 연주는 주인 없는 뱃사공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연주를 전격적으로 기습하면 큰 힘 들이지 않고 방대한 영토를 얻게 될 텐데, 아직 그것을 모르셨습니까?"
여포는 진궁의 말을 듣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과연 옳은 말씀이오. 그대의 말씀으로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 같소."
어느덧 여포가 진궁을 대하는 태도는 <해라 에서, 하여 로> 바뀌었다.
이리하여 여포는 진류 태수의 군사를 빌어, 커다란 저항을 받지 아니하고 연주를 점령하게 되었다.
조조는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되자,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서주 원정길에 오른 것을 크게 뉘우쳤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뉘우치고 있을 조조가 아니었다.
사태가 위급할수록 기발한 착상을 민첩하게 해 내는 유일무의한 사람이 조조가 아니던가!
그는 즉시 부하를 불렀다.
"여봐라! 아까 유비가 보내왔던 사자(使者)는 벌써 죽여 버렸느냐?"
그러자 조인이 대답한다.
"지금 죽이려고 군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중입니다."
"그거 참 다행이로구나. 급히 나가서 그 사자를 정중히 안으로 모셔라."
조인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부리나케 군문 밖으로 달려나가 유비의 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조조는 유비의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까는 내가 어떨결에 화를 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유 장군의 말씀이 옳았소. 나는 유 장군의 제의대로 군사를 거느리고 연주로 돌아갈 터인즉, 당신은 속히 돌아가 나의 뜻을 유 장군에게 전하시오."
조조는 이렇게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난 뒤, 유비의 사자를 융숭히 전송하고, 그 길로 전군을 연주로 퇴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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