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고선수 출신의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수완을 보면 생각나는 이가 있다. 롯데에서 '원조 연습생 신화'를 일궜던 박지철(35·사진)이다. 지난 1994년 동래고를 졸업한 후 신고선수로 입단해 1997년 14승, 2001년 13승을 거두는 등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다. 그러나 이후 어깨와 무릎부상이 발목을 잡아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끝냈다.
그랬던 그가 지도자로 다시 부산에 돌아왔다. 23일 창단식을 가진 부산 기장 신정중(교장 최주)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다. 신정중은 1983년 대천중 이후 27년 만에 부산에서 창단된 야구팀. 리틀 야구단 출신 선수 20명으로 꾸려진다.
23일 창단 신정중 야구부 맡아
"즐겁게 운동하도록 돕겠다"
97년 14승·2001년 13승 활약
박 감독은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게 돼 많이 설렌다. 체벌 없이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인성 교육에도 많이 신경을 쓰고 싶다. 선수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롯데의 상승세에 대해 아주 반가워했다. "자랑스럽죠. 그리고 롯데가 최근 몇 년간 잘 함으로써 유소년 야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를 했죠. 그래서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부산에서 중학교 팀까지 창단하게 됐잖아요."
최근 호투하고 있는 김수완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잘 던져주고 있다. 내 프로 데뷔 첫 해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김수완을 보면서 '꼭 성공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던 자신의 프로 초창기 모습이 생각나 미소도 짓게 된단다.
연습생 신화로 출발했지만 비운의 투수로 막을 내린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몸 관리를 좀 더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2002년부터 몸이 계속 아팠다. 1~2개월만 쉬면 될 것을 아프다는 말을 못 해 통증을 참고 던지는 바람에 결국 부상을 달고 다니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보잘 것 없는 연습생으로 들어가 당시 김용희 감독이 잘 봐 줘서 첫 해부터 1군에서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14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프로생활을 한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지도자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초보감독의 일성은 기본기다. 박 감독은 "중학교 때 실력이 없다고, 혹은 키가 작다고 해서 기 죽을 필요는 전혀 없다. 승부는 고 2~3때 보는 것이다. 그 때는 그 동안 쌓아온 기본기로 결정이 난다"면서 "당장 성적에 얽매이기 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